막바지 치닫는 시리아내전…아사드 독재 회귀·나라분열 '암운'

입력 2018-09-05 19:47   수정 2018-09-05 21:35

막바지 치닫는 시리아내전…아사드 독재 회귀·나라분열 '암운'
러, 최후 반군거점 이들립 공격재개…유엔특사 "내주 공세시작 전망도"
아사드, 이들립 수복하면 내전 승리로 종식…전후 체제 주도할 듯
각국 이해관계 따라 터키군 주둔지·쿠르드지역 시리아서 분리될 수도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이달 4일 공습이 재개된 시리아 이들립은 반군의 마지막 주요 거점으로, 정부군이 이곳을 장악한다면 시리아내전이 7년반만에 종전을 맞게 된다.
시리아 사태에 개입한 각국이 치열한 협상을 벌이는 가운데 러시아군의 공습 재개는 '최후의 전투'가 임박한 신호로 읽힌다.
유엔의 시리아 담당 특사 스테판 데 미스투라는 러시아군의 공습 재개 소식이 알려진 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정권을 떠받치는 러시아와, 반군 후원자인 터키 사이에 "협상이 잘 안 풀린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스투라 특사는 7일 테헤란에서 열리는 러시아·이란·터키의 3자 정상회의에서 타협이 도출되지 않는다면, 러시아·시리아군이 이르면 10일 이들립 공세를 시작할 것이라는 소문을 전했다.



시리아내전은 2011년 3월, 튀니지에서 분출한 '아랍의 봄' 민중봉기에서 비롯돼 다양한 전선을 형성하며 나라를 참상과 혼돈에 몰아넣었다.
아사드 일가의 독재와 다수 수니파 차별에 항의한 평화적 반정부 시위는 정권의 강경 진압에 짓밟혔다. 시위는 유혈사태로 악화했고, 결국 내전으로 비화했다.
초기 약 2년간 수적으로 앞서는 반정부 진영이 우세했으나 이란이 개입해 아사드 정권을 떠받쳤고, 2015년 9월 러시아가 가세하며 내전의 전세가 시리아정부로 급격히 기울었다.
2016년 말 알레포 전투는 내전의 분수령이 됐다. 격전지 알레포가 시리아정부의 수중에 들어간 이래 내전은 사실상 러시아·시리아군의 승리로 굳어졌다.
작년 3월에는 제3 도시 홈스 반군이, 올해 6월에는 수도 다마스쿠스 동쪽 동(東)구타 반군이 정부군에 무릎을 꿇었다.
러시아·시리아군의 무차별 공습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지상군의 공격 앞에 절대적 열세인 반군의 전력으로 전세를 뒤집기는 역부족이었다.
서방은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수행하며 시리아에 개입했으나, 내전에는 거리를 뒀다. 아사드 정권의 화학공격을 응징하는 차원의 공습을 두 차례 단행했을 뿐이다.



시리아내전에는 외세가 개입하면서 아사드 정권과 반군의 대립 외에도 다양한 전선이 복잡하게 형성됐다.
내전의 혼란을 틈타 확장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는 한때 시리아 영토의 3분의 1을 장악하며 위세를 떨쳤다.
이에 미군이 주도하는 국제동맹군이 결성돼 IS 격퇴전을 벌이며 시리아에 뛰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가 지상군 주력을 담당했다.
내전으로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느슨해진 사이 시리아 쿠르드는 북동부에서 반(半)자치지역을 형성했다.


쿠르드 독립국가 형성을 최대 안보위협으로 여기는 터키는 2016년 8월 독자적으로 군사작전을 벌여 아자즈, 알밥, 자라불루스 등 북서부 국경지역을 점령했으며, 올해 1월에는 쿠르드 도시 아프린을 공격해 두 달 만에 도시를 장악했다.
시아파 맹주 이란은 대규모 병력을 시리아에 보내 세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고, 이란 패권주의를 극도로 경계하는 이스라엘은 '이란 세력을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수시로 시리아 내 군시설을 공습하는 실정이다.



각국의 개입으로 시리아내전이 장기화하는 사이 시리아인은 수십만명이 목숨을 잃고, 나라 안팎을 떠돌며 말로 다할 수 없는 고초를 겪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내전으로 현재까지 시리아인 35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유엔 집계에 따르면 540만명이 나라 밖 난민이 됐고, 610만명은 집을 떠나 국내 다른 지역으로 피란했다.
특히 반군의 마지막 주요 거점 이들립에는 정부군에 패해 피란한 반군 지역 주민 약 140만명이 몰려들었다.
여기서 치열한 교전이 벌어진다면 더는 피란할 곳이 없는 민간인은 독 안에 갇힌 쥐 신세가 된다.
유엔은 주민과 피란민 약 290만명이 사는 이들립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이 전개되면 참상이 벌어질 것이라며, '대재앙' '퍼펙트 스톰' '피바다' 같은 표현을 쓰며 우려하고 있다.



아사드 정권이 군사작전 또는 조정으로 이들립 대부분을 수복한다면, 7년반 내전을 승리로 종식하고 내전 이전과 같은 독재 체제를 유지할 전망이다.
그러나 시리아 사태에 개입한 각국의 이해관계 탓에 아사드 정권이 내전 이전의 상태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쿠르드를 견제하는 터키는 무력으로 장악한 시리아 북서부를 포기하지 않으려 할 것이고, 이란 확장을 막아야 하는 미국·이스라엘도 아사드 정권이 쿠르드 지역까지 완전히 통제하는 것을 원치 않는 탓이다.
이 때문에 7년반에 걸친 참상을 겪고서 시리아내전이 겨우 끝난다고 해도 나라가 여러 개로 쪼개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귀결될 수 있다는 비관론이 제기된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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