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리 전투 기록, 과대평가 가능성 고려해야"

입력 2018-09-06 10:45  

"청산리 전투 기록, 과대평가 가능성 고려해야"
신효승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역사비평' 기고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3·1 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이듬해인 1920년 10월 만주 청산리에서 벌어진 독립군과 일본군 간 교전은 독립운동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일부 역사책은 이 전투를 '청산리 대첩'으로 명명하고, 독립투쟁 사상 최대 규모 승리였다고 서술한다. 그런데 이러한 역사 기술을 사실로 받아들여도 될까.
한국 근대사를 전공한 신효승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계간지 '역사비평' 최신호에 기고한 '보고에서 석고화한 기억으로 - 청산리 전역 보고의 정치학' 글에서 청산리 전투의 실체는 다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신 연구위원은 "당시 무장 독립운동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청산리 전투의 국지적 승리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했다"며 "그럼에도 독립운동가들은 청산리 전투를 해방 이전부터 역사적 유래를 찾기 어려운 대첩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립운동가들이 초기 보고를 근거로 청산리 전투를 대첩으로 인식했지만, 당시 보고가 전쟁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작성됐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 연구위원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서 수일간 전투가 전개됐다는 점에서 독립군이 청산리에서 경험한 내용은 파편적이고 제한적이었다"며 오류가 발생하거나 전달 내용이 뒤섞일 가능성이 충분했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1920년 이후 기록된 청산리 전투 전과(戰果)를 살펴보면 일본군 희생자는 1920년 11월 중순에 1천여 명이었으나, 1921년에 1천200여 명으로 늘었다. 그러다 1939년에는 1개 연대, 이범석이 광복 전후에 쓴 '우둥불'에는 3천300여 명으로 증가했다.
신 연구위원은 "처음에는 (독립군이) 전투를 피하고자 수세적으로 대응했다고 서술하던 내용이 점차 공세적 대응으로 변했다"며 "청산리 전투는 전개 과정이 불분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전과는 분명해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청산리 전투의 실상과 의의와 달리 근본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전과 논쟁에 매몰된다면 본질이 변질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역사비평에는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가 임진왜란 전투에 참전한 명 원군 특수부대인 원숭이 기병대가 실존했다고 주장한 논문도 실렸다.
안 교수는 이중환이 조선 영조 27년(1751)에 쓴 '택리지'(擇里志)의 천안 인근 지역 서술에 "정유년(1597) 왜적이 남원에서 양원을 쳐부수고 전주를 지나 공주로 북상했는데 적군의 기세가 대단히 거셌다. (중략) 중무장한 기병 4천명과 교란용 원숭이(弄猿) 기병 수백 마리를 이끌고 가서 매복하게 했다"는 내용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조경남(1570∼1641)이 '난중잡록'(亂中雜錄) 1598년 8월 27일자 일기에 남원으로 집결하는 명나라 무장 유정(劉綎) 부대를 묘사하면서 "초원(楚猿·원숭이) 4마리가 있어 말을 타고 다루는 솜씨가 사람과 같았다"고 쓴 대목이 있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손기양(1559∼1617) 일기, 안동 풍산 김씨 문중에 전하는 '세전서화첩'(世傳書畵帖)에서도 원숭이 기병대에 관한 기록을 찾을 수 있다면서 "원숭이 기병대는 믿기 어려운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일이지만, 조선 문헌을 통해 허구가 아니라 사실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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