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넌 "교황 사퇴 반대…성 학대 의혹 전담할 법정 필요"

입력 2018-09-10 05:00  

배넌 "교황 사퇴 반대…성 학대 의혹 전담할 법정 필요"
美 가톨릭 보수파와 가까운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로마에서 인터뷰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미국 추기경의 성 학대 의혹 은폐에 관여했다고 주장하며, 가톨릭 내 보수파들이 교황의 퇴위까지 거론하고 있는 가운데 가톨릭 보수파 핵심 인사들과 가까운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이 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 중인 배넌은 9일(현지시간) 공개된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사제들의 성 학대 추문을 잘못 관리한 의혹과 관련해 퇴위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배넌은 대신에 수십 년에 걸친 미국 가톨릭 교회의 성 학대 추문을 조사할 독립적이고, 초당적인 법정을 창설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 주재 교황청 대사를 지낸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가 지난달 26일 가톨릭 보수 매체들에 보낸 편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취임 직후부터 시어도어 매캐릭 전 추기경의 성 학대 의혹을 알고도, 이를 은폐하는 데 가담했다며 교황의 퇴위를 촉구함에 따라 즉위 이래 최대 위기에 몰려 있다.
미국 진보 가톨릭계의 거두인 매캐릭 전 추기경은 과거에 10대 소년을 포함해 낮은 직급의 성직자와 신학생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의혹이 거세지자 지난 7월 말 사직서를 냈고, 교황은 이를 수리했다.



가톨릭 신자이기도 한 배넌은 이날 인터뷰에서 "이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땅 위의 그리스도의 대리자라는 면면한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교황을 그만두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황이 사퇴하는 것 대신에 증폭되고 있는 추문을 낱낱이 조사하기 위한 독립적인 법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때까지 사람들은 성급한 판단을 내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내에 이런 법정을 세우기 위해 현재 저명한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다며 "이런 법정은 당신이 가톨릭 진보냐 보수냐와는 하등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회 내부의 성 학대 추문은 정말 심각한 것"이라며 "이것은 교회의 교리나 교조에 대한 것이 아니라, 가톨릭 교회의 핵심을 겨눈 존재론적인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아울러 미국 가톨릭 교회는 성 학대 피해자에 대한 피해 보상과 법정 소송 비용 등으로 향후 수백만 달러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10년, 15년, 20년 동안 이 문제로 인한 교회의 재정 파산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배넌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 트럼프 철학의 이념적 기반을 제공해 2016년 대선 승리에 크게 기여했으나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와 백악관 내부 권력 투쟁 과정에서 밀려난 인물로, 최근에는 내년 봄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유럽의 포퓰리즘 세력의 규합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현직 교황을 겨냥한 유례없는 공격의 배후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가톨릭 보수파들을 지목하고 있는 가운데, 배넌은 미국 가톨릭 보수파의 거두이자 가톨릭 교회 내에서 교황에게 가장 적대적인 인물로 꼽히는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크 추기경은 지난 주 로마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비가노 대주교의 폭로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이런 의혹에 대한 교황의 해명과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한 바 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래 교회가 자비심을 가지고, 동성애자, 이혼한 신자 등 그동안 환영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좀 더 포용하고, 낙태 등 논쟁의 소지가 큰 윤리적 문제에 너무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엄격한 교리를 중시하는 가톨릭 보수파들로부터 공격을 받아 왔다. 보수파들은 교황의 이런 진보적인 철학이 신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가톨릭의 근본 교리를 뒤흔든다고 우려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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