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이매진] '사우나 왕국' 핀란드

입력 2018-10-08 08:01  

[연합이매진] '사우나 왕국' 핀란드
인구 550만 명에 사우나 시설 300만 곳

(탐페레<핀란드>=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자이리톨 껌, 만화 캐릭터 무민, 산타클로스가 사는 로바니에미, 디자이너 브랜드 마리메꼬와 이바나 헬싱키, 노키아….
핀란드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하지만 핀란드를 돌아본 후 핀란드가 만든 최고의 상품은 사우나라는 것을 알게 됐다. 열기로 이글거리는 몸을 얼음장 같은 호수에서 식히는 핀란드 사우나는 그야말로 "휘바~휘바!(좋아 좋아)"였다. 올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힌 핀란드에서 그들의 행복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일상을 잠시 경험했다.



사우나는 핀란드를 대표하는 상품이다. 인구 550만 명의 나라에 사우나 시설이 300만 개나 있다. 가정에는 물론 동네마다 사우나가 하나씩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사우나가 많은 것은 기나긴 겨울과 혹독한 추위 때문이다. 핀란드인에게 사우나는 혹한을 이겨내는 버팀목이자 생존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수도 헬싱키에서 북쪽으로 차로 2시간 거리에는 '세계 사우나의 수도'로 불리는 곳이 있다. 남쪽과 북쪽에 거대한 호수를 끼고 있는 탐페레(Tampere)다. 도시 곳곳에는 공중 사우나가 34개나 있어 핀란드 사우나의 참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 1906년 개장한 핀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라야포르티(Rajaportti) 사우나도 이곳에 있다.

◇ 섭씨 130도 넘어선 온도계 바늘

핀란드 사우나를 체험하기 위해 지난 8월 하순 탐페레 도심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라우하니에미(Rauhaniemi) 사우나를 찾았다. 1929년 개장한 유서 깊은 곳으로 밝은 노란색 단층 건물이 잔잔하고 드넓은 나시 호수(Nasijarvi)를 배경으로 들어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전한다. 건물 앞 양지바른 곳에서는 사람들이 의자에 나란히 앉아 일광욕을 즐기고 호수에서는 물놀이를 한다.
수영복 차림에 두꺼운 사우나용 털모자를 쓰고 발등이 막힌 샌들을 신었다. 이곳은 남녀 공용시설이어서 수영복을 입어야 한다. 모자와 샌들은 열기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도구다. 물론 사우나에 적응된 핀란드인은 수영복만 입기도 한다. 수분 보충을 위해 생수병도 한 통 챙겼다.



이곳 사우나는 20여 명이 동시 이용할 수 있는 좁은 공간과 이보다 2배쯤 큰 공간으로 구분돼 있다. 사람들로 빼곡한 것은 둘 다 마찬가지이다. 나무로 만든 사각 깔판을 챙겨 들고 좁은 공간으로 들어서자 후끈한 기운이 얼굴을 엄습한다. 내부는 ㄷ 자 모양 3층 구조로 단을 만들어 놓았는데 가장 열기가 덜한 맨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뜨겁게 달궈진 돌에 물을 부으면 증기가 발생하기 때문에 사우나는 맨 위가 가장 뜨겁다. 2층을 거쳐 3층으로 자리를 옮기자 열기가 확실히 달라졌다. 습한 열기는 얼굴을 이글거리게 하더니 이내 몸 여기저기에 송골송골 땀을 맺히게 한다. 돌에 물을 부을 때마다 열기가 더해지더니 머리마저 따끔거린다. 이제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고 땀이 비처럼 흐른다. 벽에 매달린 온도계의 바늘은 섭씨 130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더는 참지 못하고 사우나를 빠져나와 호수로 종종걸음을 쳤다. 그러나 호수에 발을 디딘 순간 비명이 새어 나왔다. 물은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오돌오돌 떨며 버텨봤지만, 물속에선 채 1분도 있을 수 없었다. 핀란드인들은 열대 휴양지라도 되는 듯 차가운 호수에 몸을 담그고 여유롭게 수영을 하고 다이빙을 즐겼다.
심기일전하고 두 번째는 큰 공간으로 향했다. 내부에는 서로 마주 볼 수 있는 3층 구조의 단이 설치돼 있다. 이곳도 온도계는 섭씨 130도를 넘나들고 있었다. 하지만 공간이 넓어서인지 열기에 적응이 됐는지 한결 견디기 쉬웠다. 사우나를 찾은 동양인이 신기했는지 현지인 할아버지가 말을 건네기도 한다. 뜨거운 사우나와 차가운 호수를 드나들기를 수차례. 어느덧 피부는 탱글탱글 생기가 넘치고 기분 좋은 나른함과 행복감이 전신에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라우하니에미 사우나를 안내한 하이디 사보라이넨 씨는 "사우나는 핀란드인에게 삶의 중요한 일부로 여겨진다"며 "핀란드에서는 사우나를 기본적으로 세 차례 하는데 항상 차가운 호수에서 끝맺어야 건강에 좋다"고 설명했다.
핀란드인들은 사우나를 할 때 간식으로 흔히 소시지를 구워 먹는다. 집에서 챙겨오기도 하지만 매표소에서 소시지를 구매해 그릴에 구운 후 머스타드 소스를 곁들여 먹을 수도 있다. 사우나로 땀을 흠뻑 뺀 뒤라 그런지 구운 소시지는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라우하니에미 사우나는 평일 오후 3~8시, 주말 오후 1~8시에 이용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7유로부터다.



◇ 사우나와 레스토랑의 결합

탐페레의 중심인 케스쿠스토리(Keskustori)에서 남쪽으로 두 블록 떨어진 라우콘토리(Laukontori) 마켓광장의 강가에는 사우나와 가스트로펍(gastropub)을 결합한 사우나 레스토랑 '쿠마'(Kuuma)가 있다. 가스트로펍은 요리를 맛보며 음료나 술을 즐길 수 있는 곳을 말한다.
사우나 공간은 두 곳이 있는데 하나는 뜨거운 돌, 다른 하나는 달궈진 나무에 물을 붓는 방식이다. 사우나의 작은 창밖으로는 아름다운 탐페레 항구와 강의 풍경이 펼쳐진다. 사우나 공간에서 곧바로 나무 데크와 펍이 이어지고 데크에는 휴식을 위한 선베드가 놓여 있다. 강에 뛰어들어 데워진 몸을 식힐 수도 있다.
통유리를 통해 바깥 풍경이 환하게 내다보이는 1층 레스토랑에서는 핀란드의 유명 셰프가 선보이는 감자요리, 생선구이, 스테이크 등 핀란드식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핀란드 로컬 맥주와 다양한 와인도 갖추고 있다.
쿠마는 월~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 일요일 정오부터 오후 8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입장료는 10유로부터.



탐페레 기차역 동쪽으로 600m 지점에는 최근 문을 연 또 다른 분위기의 툴린(Tullin) 사우나가 있다. 100년 된 통나무로 지은 사우나를 이용한 후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에 접한 휴게공간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각종 신선한 야채와 허브, 연어, 빵 등으로 구성한 건강식단을 즐길 수 있다. 툴린 사우나는 배낭여행객을 위한 저렴한 호스텔과 작지만 필요한 시설을 두루 갖춘 호텔도 운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8년 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dkl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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