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측근 국가근위대장, 야권 운동가 나발니에 '결투' 신청

입력 2018-09-12 02:25  

푸틴 측근 국가근위대장, 야권 운동가 나발니에 '결투' 신청
"부패 의혹 제기로 모욕…몇분안에 커틀릿으로 만들어 놓을 것"
크렘린 "관련 동영상 게시 상의 안 해"…나발니 측 "심각한 협박"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 러시아 '국가근위대' 대장 빅토르 졸로토프가 고위 관료들의 부패를 폭로해온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게 공개 결투를 신청하면서 러시아 전역이 시끄럽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졸로토프(64)는 11일(현지시간) 대(對)테러·폭동 진압을 주요 임무로 하는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가근위대 유튜브 채널에 현재 불법 시위 조직 죄로 구류를 살고 있는 나발니(42)를 비난하면서 결투를 신청하는 7분 길이의 동영상을 올렸다.
좀처럼 대중 앞에 나서지 않는 졸로토프는 이날 동영상에서 "나에 대해 당신은 모욕적이고 중상적인 생각을 발표했다. 장교 사회에서는 그런 행동을 용서하지 않는다"면서 "미스터 나발니, 당신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링이든 다다미든 어디든 좋다. 당신을 몇 분 안에 (저민 고기 요리인) 커틀릿으로 만들어 놓겠다"고 말했다.


졸로토프는 상당히 흥분한 듯 주먹을 쥐어 보였으며 '관료들이 나발니의 이름을 절대 언급해선 안 된다'는 크렘린의 암묵적 금기를 깨고 그를 '미스터 나발니'라고 여러 차례 불렀다.
그는 이어 나발니를 '미국의 스파이'라고 칭하면서 "모든 것에 흙칠을 하고 국가의 정치·경제 상황을 불안정하게 하라는 임무를 받고 있다"고 비난했다.
졸로토프 대장의 공개 결투 신청은 앞서 지난달 말 나발니가 운영하는 반(反)부패재단이 국가근위대의 식료품 조달에 심각한 부패가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재단은 조달업체가 질 낮은 식료품을 높은 가격에 근위대에 납품하고 있다면서 업체와 근위대 지도부 간의 '밀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반부패재단은 또 지난 2016년에는 졸로토프 가족의 막대한 재산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내고 부정 축재 의혹도 제기한 바 있다.
러시아의 대표적 야권 운동가로 반부패 운동을 벌여온 나발니는 지난달 말 불법 시위를 조직한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로 30일간의 구류를 선고받고 수감돼 있다.
졸로토프는 푸틴 대통령의 경호팀장으로 13년간 일한 경력으로 푸틴의 최측근 인사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16년 기존 내무군을 기반으로 테러 및 조직범죄와의 전쟁, 사회질서 유지 등의 폭넓은 임무를 수행하는 대통령 직속 권력기관인 국가근위대를 창설하면서 졸로토프를 대장으로 임명했다.
졸로토프의 동영상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법을 어기는 비양심적인 중상의 경우 그것을 뿌리부터 자를 필요가 있다. 몇몇 특별한 경우에는 모든 수단을 사용해 싸울 수 있다"고 말해 근위대장의 행동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페스코프는 그러나 "졸로토프가 자신의 동영상에 대해 크렘린과 상의하지는 않았다"며 "그의 발언을 신체적 협박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나발니 진영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반부패재단 변호사 류보피 소볼은 "아마 '푸틴의 친구'는 나발니가 불법적으로 구류를 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고 비꼬면서 "재단 보고서의 모든 내용에 대해서는 부패 사실이 명백하기 때문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야권 운동가 일리야 야신은 졸로토프가 저명한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살해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는 체첸 정부 수장 람잔 카디로프와 가깝다는 점을 지적하며 나발니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졸로토프의 공개적 협박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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