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으로 운명을 바꾸려는 자들의 묏자리 쟁탈전…'명당'

입력 2018-09-12 09:46  

땅으로 운명을 바꾸려는 자들의 묏자리 쟁탈전…'명당'
풍성한 이야기·호연…'사도' '관상' '광해' 흥행 이을까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과연 땅의 기운은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영화 '명당'은 풍수지리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섞어 풀어낸 사극이다. '사도'(2015), '관상'(2013),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계보를 잇는 팩션 사극이다.
풍수지리는 땅의 위치와 기운 등을 인간의 길흉화복과 연결짓는 사상이다. 죽은 사람의 묏자리가 산 자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영화는 왕위에 군림하며 대대손손 부와 권력을 유지하려는 자, 땅에 떨어진 왕권을 복원시키려는 자, 스스로 왕을 꿈꾸는 자들이 명당 묏자리를 놓고 펼치는 치열한 쟁탈전을 그린다. 명당은 한정돼 있는데,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다. 잘 살고자 찾는 땅인데, 그 땅 때문에 서로 죽고 죽인다.


영화는 내로라하는 배우들을 한데 모아 탐욕에 눈 먼 다양한 인간군상을 풍성하게 그려낸다. 한가위 상차림으로는 모자람이 없다.
조선말 천재지관 박재상(조승우)은 왕보다 높은 권세를 누리던 장동 김씨 일가 김좌근(백윤식)에게 밉보여 처자식을 처절하게 잃는다. 13년이 흐르고 저잣거리에서 명당을 점찍어주며 돈을 벌던 그에게 흥선(지성)이 찾아온다.
왕족이면서 '상갓집 개' 취급을 받던 흥선은 김좌근의 아버지가 어디에 묻혔는지 찾아달라고 한다. 김씨 일가 묏자리를 찾아내 그 가문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다.
오랜 시간 복수의 칼을 갈던 박재상은 흥선과 손을 잡지만, 김좌근과 그의 아들 김병기(김성균)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극은 뻔한 구도로 흐르지 않는다. 전반부는 명확한 선과 악의 대결로 전개되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그 경계가 흐릿해진다. 두 명의 왕을 배출할 천하명당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저마다 감춘 발톱을 드러낸다. 아군은 적으로, 적은 아군으로 자리바꿈을 하고, 때로는 손을 맞잡는다.
등장인물들은 비슷한 비중을 나눠 지니며 각자의 개성을 보여준다. 백윤식이 무게 중심을 잡고 조승우, 지성이 양 날개가 돼 연기대결을 펼친다. 두 사람은 폭넓은 감정의 진폭을 무난히 소화해냈다. 무게 추가 어느 한 사람 쪽으로 기울지 않는다. 드라마 '비밀의 숲' '라이프'에 이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추는 조승우와 유재명의 찰떡 호흡도 재미를 준다.


여러 갈래 이야기와 반전은 극을 풍성하게 하지만,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통쾌한 한 방이 없는 점은 아쉽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겁고 비장미가 넘치는 탓이다.
배우들은 한껏 감정을 끌어올리며 클라이맥스로 달려가지만, 관객들은 오히려 숨을 고르게 된다.
이미 절대 악이 사라지고, 캐릭터의 선악이 바뀌면서 마땅히 감정을 이입할 캐릭터가 부재한 것도 한 이유다.
푸짐한 밥상을 받았는데, 막상 다 먹고 나서는 포만감이 크지 않은 격이다. 몇몇 배우의 어색한 연기 톤도 몰입을 방해한다.


대한민국 팔도 명당의 모습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남 구례의 화엄사부터 경주의 독락당, 강원도 둔내 자연휴양림 등이 스크린에 아름답게 펼쳐진다. 화엄사에서 영화를 촬영하기는 '명당'이 처음이라고 한다.


영화는 흥선대원군이 지관의 조언에 따라 2명의 왕이 나오는 묏자리로 아버지 남연군 묘를 이장했다는 실제 역사 기록에 상상력을 덧대 완성했다.
'인사동 스캔들' '퍼펙트 게임'을 연출한 박희곤 감독은 "이 작품은 '관상' '궁합'에 이어 풍수지리와 관련한 3번째 영화"라며 "앞의 두 작품이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정해진 운명을 따라가는 이야기라면 '명당'은 운명을 본인이 결정하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9월 19일 개봉.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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