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한계는 심장이 아니라 뇌가 정한다

입력 2018-09-14 06:01  

인간의 한계는 심장이 아니라 뇌가 정한다
신간 '인듀어'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현재 마라톤 세계기록은 2시간 2분 57초.
인간의 한계로 여겨져 온 마의 2시간 벽을 깨뜨리기 위한 프로젝트 경기 '브레이킹2'(Breaking2)가 작년 5월 이탈리아 몬차에서 열렸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후원을 받은 연구팀은 첨단 기술을 동원한 2년간의 연구 끝에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를 섭외했다.
킵초게는 2시간 0분 25초의 비공인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아깝게 목표 달성엔 실패했지만, 인간의 한계에 대한 생각을 바꿔놨다.
킵초게는 경기 후 더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뭐, 우리는 사람이잖아요. 이제 인류가 단축해야 할 기록은 딱 25초밖에 안 남았어요."
신간 '인듀어'(다산북스 펴냄)는 인간의 육체적 한계를 규정하는 지구력을 과학과 심리학을 통해 탐구한다.



'브레이킹2'부터 산소통 없이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등반가, 더 깊은 바닷속으로 더 오래 내려가려는 프리다이버, 아이를 구하려고 자동차를 들어올린 사람, 뇌 자극 훈련으로 지구력을 향상할 수 있다고 믿는 과학자까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거나 도전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다룬다.
'브레이킹2'의 전모는 단 두 명의 기자에게만 공개됐는데, 이 책의 저자인 알렉스 허친슨이 그중 한 명이다.
그는 1천500m 달리기, 크로스컨트리, 로드 레이싱 사이클, 산악마라톤 분야에서 캐나다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는 과학 전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의 지구력에 대한 관심은 독특한 이력과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육상 선수 시절 그는 기록자의 실수로 평소보다 빠른 속도와 좋은 컨디션으로 달리고 있다고 믿게 됐는데 그날 개인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인간의 한계에 의문을 갖던 저자는 이를 극복하는 힘을 탐구하기 위해 10년 동안 전 세계 수백명의 과학자와 운동선수를 취재한 결과 그 비밀이 지구력에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 책에는 생생한 취재 과정과 그 성과가 담겼다.
지구력(endurance)의 사전적 의미는 '오랫동안 버티며 견디는 힘'이지만, 저자는 이를 '그만두고 싶은 충동과 계속해서 싸우며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힘'이라고 재정의한다.
지구력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인체를 기계와 동일시하는 전통적 관점으로 지구력의 한계가 근육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할 수 없거나 연료 탱크가 텅 비었을 때 찾아온다고 본다.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보는 관점인데 도전을 포기하는 이유가 육체적 한계라기보다 자발적 선택 혹은 뇌의 보호 메커니즘의 작동 때문이라고 믿는다.
저자는 신체 능력이 아니라 신체 기관의 신호를 뇌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한계가 정해진다는 최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후자의 관점에 선다. 우리가 느끼는 지구력의 한계는 뇌가 만들어 낸 허상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출발선에 설 때마다 가장 큰 적이 내 두뇌의 잘 정비된 보호 메커니즘이라는 사실을 떠올린다. 내가 처음으로 한계를 뛰어넘은 셔브룩의 1천500m 경기에서 얻은 이 교훈은 20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놀랄 만큼 중요한 통찰이었다. … 인간의 한계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우리에게 믿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서유라 옮김. 504쪽. 1만9천800원.
abullap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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