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의 비밀에 타임슬립은 이제 그만해야죠"

입력 2018-09-16 07:00  

"출생의 비밀에 타임슬립은 이제 그만해야죠"
'신인작가 산실' CJ ENM 오펜 김지일 센터장 인터뷰
"글솜씨보다 인간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 많은 작가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북한산이 보이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의 한 건물. 제2의 김은숙, 김은희, 이수연이 될지 모를 드라마 작가 지망생들이 간이침대에서 숙식까지 해가며 대본을 다듬고 또 다듬는다.
CJ ENM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시작한 신인 작가 양성 프로젝트 '오펜'(O'PEN)이 어느덧 출범 2년 차가 됐다. 지난 6월에는 2기가 입주했고, 연말이면 tvN 단막극 시리즈 '드라마 스테이지'를 통해 데뷔작도 선보인다.



신인 작가의 산파 역할을 하는 김지일(67) 오펜 센터장을 최근 오펜 센터에서 만났다.
개인 작업공간뿐만 아니라 라운지와 독서 공간, 심지어 게임기까지 갖춘 200평짜리 공간을 보고 "글이 잘 써지겠다"고 하자, 김 센터장은 "여기만 해도 사무실 같다. 더 자유로운 곳에서 작가들이 같이 라면도 끓여 먹고 해야 더 재밌는 얘기들이 나올 텐데…"라고 웃었다.
김 센터장은 1973년 MBC PD로 출발해 2004년 MBC프로덕션 사장까지 지냈으며 2011~2015년 JTBC에서 드라마를 총괄했다. 그런 그가 젊은 신인 작가들과 호흡하고자 오펜에 온 것은 "작가가 곧 콘텐츠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펜에서 데뷔했다고 tvN, OCN 드라마만 하는 게 아니라 지상파, 종합편성채널과 작업하는 경우도 많아요. 실제로 지금 MBC TV 새 드라마 '나쁜형사' 등에 오펜 출신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오펜 작가들은 국내 드라마 시장의 '공유재'인 셈이죠. 크게 보면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까지 포함해 콘텐츠 산업 전체가 성장할 수 있는 바탕도 되는 셈입니다."
오펜의 성과는 하루아침에 기대하기는 어려운 점이 많다.
김 센터장 역시 "완전히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2020년까지 200억원을 투자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앞으로 10년, 20년까지 지속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장기 과제이기에 오펜 작가들은 단순히 대본을 쓰는 기술 외에 수년 후 드라마 시장의 트렌드를 짚는 것도 배운다.
"지상파도 비지상파도 드라마가 변화하는 시기입니다. 언제까지 출생의 비밀에 고부 갈등, 타임슬립, 영혼 교체 등 똑같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어요. 앞으로 몇 년 후 우리 시청자들이 어디에 관심을 둘지, 생활과 인간관계는 어떻게 변화할지를 고민해야 하죠. 그래서 작가들에게 늘 말합니다. 글솜씨보다 콘텐츠라고요."
김 센터장은 드라마 시장의 변화에 대해서도 세밀한 예측을 내놨다.
"지상파 등 방송사에서 편성하는 드라마는 대중성을 고려하기 때문에 대부분 틀에 박힌 내용인 경우가 많은데, 시청률 추이만 봐도 알 수 있듯 앞으로는 시청자들이 각자 다양한 매체로 각자 보고 싶은 것을 선택하는 시대가 올 겁니다."
그러면서 "방송사 드라마 편 수도 지금 포화상태지만 그 시간과 방영횟수가 줄어들 것이고, 그러면서 작품당 회차 수도 축소하면서 시즌제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양한 장르의 실험적인 드라마가 나와줘야 하는 때인 셈이다.
김 센터장은 "오펜 작가들은 수백명의 기존 작가와 같은 작품을 쓰지는 않는다. '복제' 말고, 각자가 다른 세계를 갖고 새로운 개념의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게 목표"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방안에서 글 쓰는 존재가 아니라 세계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조로 지난해 선보인 첫 번째 '드라마 스테이지'에서는 '오늘도 탬버린을 모십니다', '마지막 식사를 만드는 여자', '낫 플레이드' 같은 재기발랄한 작품들이 탄생했다. 오는 12월에도 지난해를 뛰어넘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준비 중이다. 특히 올해는 영화감독들이 연출에 참여해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를 허무는 작품들도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센터장은 "드라마 연출도 독립된 연출로서 작가 의식을 가져야 한다. 영화감독들과 함께하는 과정에서 서로가 많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다양한 실험과 지원을 경험할 수 있다 보니 해가 지날수록 오펜에 입주하려는 작가 지망생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2기 선발 경쟁률은 무려 140대 1이었다. 그렇다면 지망생들이 궁금해할, 선발 조건은 무엇일까.
김 센터장은 "글솜씨보다도 인간과 세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분노할 줄 알고, 호기심이 많은 분을 모신다"고 말했다.
"오펜에 들어오면 해당 기수가 끝났다고 끝이 아닙니다. 각기 다른 제작사에 들어간 1기 작가들도 여전히 오펜에 PD들과 함께 와서 회의하고 작업해요. 3기가 와도 1, 2기는 남아있을 거예요. 드라마,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작업이잖아요."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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