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훈의 골프산책] 왜소한 박상현 '거인' 된 원동력은 '영리함'

입력 2018-09-17 12:00  

[권훈의 골프산책] 왜소한 박상현 '거인' 된 원동력은 '영리함'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한국프로골프에 박상현(35) 시대가 활짝 열렸다.
박상현은 16일 한국프로골프(KGT) 코리안투어 신한동해오픈을 제패하며 이번 시즌 세 번째 정상에 섰다.
코리안투어에서 시즌 3승 선수는 2007년 김경태, 강경남이 각각 3승씩 챙긴 이후 11년 만이다.
박상현은 상금, 대상, 평균타수에서 압도적 1위다. 상금랭킹 2위 이태희가 남은 4개 대회를 모조리 우승해야 따라잡을 수 있어 사실상 상금왕은 확정했다.
그는 코리안투어 사상 처음으로 시즌 상금 7억 원을 돌파했다.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지 올해 13년째인 박상현은 통산 8승을 따내는 등 정상급 활약을 펼친 건 맞지만 '1인자'에 가려진 '2인자'의 이미지가 강했다.
아닌게 아니라 그는 2011년, 2014년, 2016년 등 3차례나 상금랭킹 2위를 했을 뿐 상금왕을 받아본 적이 없다. 대상 역시 한 번도 손에 넣은 적이 없다.
2014년 최저타수 1위를 차지해 덕춘상을 받은 게 유일한 개인 타이틀 수상 경력이다.
박상현의 경기 스타일 역시 화려함과 거리가 멀다.
170㎝의 키에 70㎏ 안팎인 몸무게가 말해주듯 박상현의 체격은 골프 선수치고는 작은 편이다.
키 180㎝에 몸무게 90㎏가 넘는 선수가 수두룩한 프로 골프 무대에서 박상현은 '보호 본능'을 자극할 만큼 왜소하다.
당연히 장타력은 한참 달린다. 박상현의 평균 드라이버샷 비거리는 277.12야드에 불과하다. 코리안투어에서 59위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페어웨이 안착률이 엄청나게 높은 것도 아니다. 70.24%로 코리안투어에서 52위이다.
다만 그는 클럽이 짧아지면 더 정확해진다. 아이언샷 정확도를 가늠하는 그린 적중률은 9위(72.78%)로 높아지고 그린 적중 시 홀당 평균 퍼트는 6위(1.69개)로 순위가 높은 편이다.
박상현의 진짜 강점은 쇼트게임이다. 그린을 놓쳤을 때 파나 버디를 잡아내는 스크램블 능력에서 그는 69.39%로 1위에 올라 있다. 이 부문 2위가 66.37%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박상현의 쇼트게임은 코리안투어에서 독보적 수준이다.
박상현이 "장타력은 별로고 아이언샷은 다른 선수보다 조금 낫고, 쇼트게임은 다른 선수보다 많이 낫다"고 자신의 경기력을 소개한 이유다.
하지만 쇼트게임만 뛰어나서는 투어에서 이런 압도적 1인자가 되기 어렵다.
박상현의 숨은 강점은 영리한 경기 운영과 강한 승부 근성이다.
그는 "버디는 다 같은 버디"라며 "스코어카드에 멋지게 잡아낸 버디라고 따로 적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한다.
파5홀에서 300m 장타를 터트린 뒤 아이언으로 그린에 볼을 올려 가볍게 잡아낸 버디라고 해서 더 쳐주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박상현은 "장타자는 장타자대로 공략 방법이 있고, 나는 나대로 버디를 잡아내는 방식이 따로 있다"면서 "나는 내 방식대로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장점과 약점을 정확하게 꿰뚫고 냉정하게 자신의 능력에 맞은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영리함은 박상현의 가장 큰 강점이다.
박상현은 2016년 상금랭킹 2위, 작년에는 상금랭킹 10위에 올랐다. 그만큼 기복이 크게 없던 선수지만 두드러진 폭발력 역시 찾아보기 힘들었다.
작년과 달리 올해 이렇게 놀라운 경기력을 보이는 이유를 묻자 박상현은 "경기에 나설 때 눈빛이 달라졌다"는 대답을 내놨다.
박상현은 "경기장에 나가면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런 자신감은 승부 근성과 같은 뜻으로 읽힌다.
그는 신한동해오픈 3라운드를 1타차 선두로 마치고 나서 "로리 매킬로이나 타이거 우즈와 붙어도 자신있다"는 도발적인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박상현은 "정말 내 실력이 그들을 앞선다는 뜻은 아니었다. 1타차 2위로 따라온 (세계랭킹 47위) 안병훈에게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그렇게 표현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그의 강한 승부 근성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박상현을 오래도록 지도하고 있는 한연희 전 국가대표 감독은 "지난 5월 매경오픈 우승 이후 자신감이 붙었고 강한 승부 근성까지 더해졌다"면서 "마음이 급하면 스윙이나 퍼트가 다 템포가 빨라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쫓겨도 느긋하게 자기 스윙을 하더라"고 말했다.
한 감독은 또 "박상현의 가장 큰 강점은 영리함이다. 그리고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작은 체격에, 적지 않은 나이에 이런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비결은 영리함과 자기관리로 요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화끈한 장타와 화려한 플레이가 아닌 '박상현식 골프'가 어디까지 진화할지가 한국프로골프의 새로운 관심사가 됐다.
kh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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