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과학연구원, ㏁급 양자 고저항 측정 성공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한일 공동연구진이 ㏁(메가옴)급의 높은 영역에서 표준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불변의 저항 실현에 새길을 텄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표준연)은 전자기표준센터 채동훈 책임연구원팀이 일본 연구진과 함께 '양자저항 연결로 만들어진 고저항값이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는 성질을 최초로 검증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도량형국(BIPM)에서 발행하는 국제 측정과학 분야 권위지 '메트롤로지아'(Metrologia) 10월 호에 실릴 예정이다.
1㏁은 100만Ω에 해당하는 전기저항이다.
전기저항은 전류가 물체를 통과하기 어려운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모든 전자기기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회로 기본 요소로 저항이 들어가야만 한다.
저항을 믿고 사용할 수 있도록 기준 역할을 하는 게 저항표준이다.
저항값이 실제와 다르면 전류·전압에도 영향을 미쳐 제품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많은 산업체에선 저항표준을 공정에 적용해 전자기기 품질을 보증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양자홀 효과를 기반으로 하는 양자홀 저항(QHR·Quantum Hall Resistance)을 표준값으로 삼는다.
그런데 양자홀 저항은 12.9㏀ 수준이어서 고저항 표준으로는 적절치 못하다.
표준으로 삼을 수 있을 만큼 변하지 않는 양자 고저항을 실현하고자 일본 'NMIJ'(National Metrology Institute of Japan)에선 100여개의 양자홀 저항을 직렬로 연결해 1㏁ 양자홀 고저항 배열을 만들었다.
이론을 바탕으로 만든 이 저항은 그러나 검증 과정에서 한계에 부딪혔다.
일본 연구진이 전기표준분야 최상위 측정기술을 가진 표준연에 공동연구를 제안한 건 이런 배경에서다.

표준연 연구팀은 저온전류 비교기를 이용해 초정밀 저항값을 측정해 냈다.
이미 확립된 양자홀 저항 표준과, 새롭게 제작한 양자 고저항을 직접 비교한 게 핵심이다.
저울 양팔에 물체를 올려놓고 무게를 가늠해 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연구팀은 조만간 ㏁급에서 불변의 양자저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채동훈 책임연구원은 "미세먼지 농도나 암 치료 방사선량 등 고도의 전류 측정이 필요한 많은 분야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전류표준 확립에도 기여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 연구원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클라우스 폰 클리칭 교수 지도로 박사 후 과정을 밟았다.
1985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폰 클리칭 교수는 저항표준을 있게 한 양자홀 효과를 발견한 주인공이다.
표준연 관계자는 "지도교수가 밝혀낸 양자 현상을 바탕으로 제자가 수년간 연구에 매진해 내놓은 성과"라며 "폰 클리칭 교수도 양자 고저항 표준이 가진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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