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화재 후 입주 1년…오가는 손님 별로 없어 상인들 '시름'
(대구=연합뉴스) 한무선 기자 = "오늘 마수가 다 뭡니까. 이번 주 마수도 아직 못했어요."
20일 낮 서문시장 4지구 대체상가인 베네시움에는 손님이 거의 없다시피 해 추석 대목을 그대로 비껴간 듯했다.

상인들은 누군가 지나갈 때마다 뭐가 필요하냐고 물으며 발길을 붙잡으려 애썼다.
2016년 11월 대구 서문시장 4지구에서 679개 점포가 타버린 화재 참사가 발생한 뒤 250여m 떨어진 이곳에 상인 240여명이 입주한 지 1년이 지났다.
상인들은 4지구를 재건축할 때까지 이 건물 일부를 대체상가로 쓰고 있다.
시장과 거리가 있어 애초 많은 손님을 기대하기 어려운 줄 짐작은 했으나 그동안 통 벌어들인 게 없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4층 커튼·침구류 코너에서 고구마순을 다듬는 김모(65·여)씨에게 손님이 좀 있느냐고 묻자 "보시다시피 지금 이러고 있다. 오늘 마수는커녕 일주일에 한 번 마수하기도 힘들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서문시장에서 30년 넘게 일해왔다는 그는 "4지구에서 장사할 때는 참 좋았지만, 지금은 아르바이트생 시급 벌이보다 못하다"며 "자식들을 다 키웠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이래서는 생활이 안 된다"고 말했다.
같은 층에서 비슷한 업종 점포 10여곳 가운데 4곳 정도는 장사가 안돼 이곳을 떠났다고 했다.
2층에서 한복점을 운영하는 60대 상인도 "일주일에 한 번 옷을 팔기도 어렵다"며 "그전이랑 다르게 노년에 소일삼아서 한다고 생각해야지 벌이로는 되지도 않을 일이다"고 말했다.
잡화점을 하는 한 50대는 "물건 팔아서 그냥 관리비라도 낸다는 생각으로 있다"고 허탈해했다.
상인들은 임대료 부담 없이 입주했지만 점포 8㎡가량을 기준으로 관리비 15만원씩을 낸다. 사용 공간이 넓으면 그만큼 더 낸다.
현재 이곳 상인 수는 입주 당시보다 10명가량 줄어 빈 점포들이 눈에 띄었다.
올해는 겨울 혹한에 여름 폭염까지 겹쳐 더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의류점을 하는 50대 여성은 "너무 춥거나 더우면 손님들이 외출을 꺼린다. 집에서 나오더라도 대형마트나 가지 시장에는 오지 않는다"고 했다.
불이 나기 전 서문시장과는 비교도 안 되는 생활이지만 상인들은 대부분 꿋꿋이 생계 터를 지키며 의욕마저 꺾진 않았다.
점포를 찾는 손님이 있으면 먼저 물어보며 친절하게 안내해줬고, 바닥을 닦고 물품을 반듯하게 정리하며 부지런히 몸을 놀렸다.
전화 벨이 울리면 한 통이라도 놓칠세라 전화기를 붙들고는 손님 잡기에 안간힘을 썼다.

서문시장 4지구 대체상가상인회 오성호 회장은 "폭염에 경기까지 안 좋긴 했지만 대체상가에 입주한 지 이제 1년이 지났기에 이곳을 더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며 "다음 달엔 가을맞이 사은행사를 준비하고 있으니 많이 찾아오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ms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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