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일 해외 전지훈련' 양지 축구단 전설들, 49년 만에 재회

입력 2018-09-20 20:17  

'105일 해외 전지훈련' 양지 축구단 전설들, 49년 만에 재회
1966년 월드컵 8강 진출 북한에 자극받아 중앙정보부가 창설
양지팀 윤기로 부단장, 김정남·김기복·서윤찬 등과 만나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축구대회 8강에 진출한 북한에 자극받아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이듬해 1월 만들었던 양지 축구단 창설 멤버들이 무려 49년 만에 뜻깊은 재회를 했다.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5가 라마다 서울 동대문호텔.
축구수집가인 이재형 베스트일레븐 이사의 '축구수집가의 비밀창고'(새봄출판사 발간)라는 제목의 책 출판 기념회에 반가운 사람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 자리에 초청받은 양지 축구단의 창설 멤버는 당시 중앙정보부 소속으로 부단장을 맡았던 윤기로(83) 나가사키대 명예교수와 양지팀 선수로 뛰었던 김정남(75) 전 OB 축구회장, 김기복(74) 한국실업축구연맹 회장, 서윤찬(77) 전 OB 축구협회 부회장 등 4명.
윤기로 명예교수가 양지팀 멤버였던 3명과 만나는 건 1969년 이후 무려 49년 만이다.
'축구로 북한을 꺾는다'는 목표 아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이 주도해 급조한 양지팀은 1969년 무려 105일이라는 역대 최장 해외 원정 훈련을 했다.



당시 양지팀에는 막강 전력을 자랑하던 육해공 3군 팀 소속의 대표급 선수들이 모두 차출됐다.
해병대팀 소속이었던 김정남, 김호, 이회택, 조정수, 김기복, 김삼락과 육군팀에서 뛰던 이세연, 박이천, 대위로 공군팀에 몸담았던 허윤정 등 한국 축구를 주름잡았던 정상급 선수들이 총망라됐다.
천연잔디 구장이 있는 동대문구 이문동 정보부 내 건물을 합숙소로 사용했고, 당시 실업팀인 한국전력 등의 선수 월급에 해당하는 보수를 받을 정도로 파격 대우를 받았다.
선수들의 개인 능력이 뛰어난 데다 엄격한 규율 속에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했기 때문에 국내에서 당해낼 적수가 없을 정도였다.
양지팀은 1970년 멕시코 월드컵 출전을 대비한 강화 훈련을 위해 서독과 오스트리아,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 4개국을 돌며 아마추어·군(軍)·프로팀과 10여 차례 평가전을 치렀다.
그해 5월 10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세계군인축구선수권 극동 예선부터 귀국한 8월 12일까지 석 달이 넘는 대장정이었다.
군인선수권 참가를 위해 특별 제공된 군용기가 이륙 1시간 만에 프로펠러 한 개가 고장 난 바람에 김포공항으로 회항해야 했다. 대회 출전도 못 하고 불상사가 날 뻔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최장 해외 전훈을 마칠 수 있었다.
창설 멤버들이 사인한 양지팀 유니폼을 선물로 받은 윤기로 교수는 "당시 양지팀이 아시아를 탈피해 선진 축구를 경험하게 하려고 박정희 대통령을 설득해 해외 전지훈련 허락을 받아냈다"면서 "선수들이 전훈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가장 비싼 호텔과 항공기를 이용하도록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한국 축구의 '대부'인 김용식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뭔가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은퇴한 선수들을 활용한 축구 학교를 만들어 전국 초중고 선수들을 순회 지도하는 등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답사에 나선 서윤찬 부회장은 "007 가방에 달러를 가득 넣어 들고 다니는 심부름꾼 역할을 했다"면서 "이 달러를 잃어버리면 양지팀 선수들에게 큰일 나기 때문에 가방을 손목에 수갑을 차다시피 해서 가지고 다녔다"고 떠올렸다.
한편 이날 출판 기념회에는 양지팀 멤버와 축구계 인사 150여 명이 참석해 전 세계 30여 개국을 돌며 축구용품 5만여 점을 수집한 이재형 수집가의 책 출간을 축하했다.
chil881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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