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 증인 44명 확정…대기업 CEO 대신 실무진 호출
증인신청 신경전 여전…국토위 등 다수 상임위 명단 미확정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이신영 기자 = 매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반복돼 온 대기업 총수 불러세우기 관행이 올해는 다소 누그러질 전망이다.
망신주기용 악습이라는 외부 비판은 물론 작년부터 시행된 '증인 신청 실명제' 역시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회 정무위원회는 올해 국감부터 적용한 '대기업 총수 증인신청 최소화' 방침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정무위가 1일 전체회의에서 채택한 총 44명 규모의 증인 명단에 재벌총수급은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와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 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박현종 BHC 회장,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정도가 눈에 띄는 수준이었다.
현대자동차나 삼성화재 등 주요 대기업의 경우 그룹 총수 대신 본부장급 실무진을 출석시키기로 했다.
작년만 하더라도 정무위 증인 명단에는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전 의장, 여승동 현대자동차 사장, 장동현 SK 대표이사, 함영주 KEB 하나은행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등 무게감이 다른 인사들이 많이 포함됐다. 2016년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증인대에 서기도 했다.
정무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올해는 기업 증인의 경우 실무진급으로 일단 진행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며 "의혹 제기에 대한 소명이 미진한 경우 종합 국감 때 오너급을 부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최고경영자(CEO)급 인사들을 '호출'한 상임위도 여럿 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이날 의결한 국감 증인명단에는 삼성전자와 SK, 현대상선 대표이사들이 포함됐다.
농해수위는 이들을 상대로 자유무역협정(FTA) 농어촌상생협력기금과 관련한 민간기업의 저조한 기부실적을 따져 물을 계획이다.
환경노동위원회 증인명단에는 이윤규 애경산업 대표와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김철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등이 담겼다.
유력 인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가 최종명단에서 빠진 사례도 있다.
환노위 소속인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앞서 이산화탄소 누출사고와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신청했으나 여야 협의 과정에서 제외됐다.
다만 국감을 앞두고 증인신청을 둘러싼 여야 간 치열한 신경전은 올해도 여전했다.
국감이 당장 9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 합의 실패로 아직 명단을 확정하지 못한 상임위도 여럿이다.
국토교통위원회는 경기권 신규 택지개발 후보지 불법유출 사건과 관련해 김종천 과천시장을 증인으로 부르자는 야당의 요구를 여당이 거부하면서 명단 합의가 힘든 상황이다.
자유한국당 국토위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토위 파행책임은 전적으로 여당에 있다"고 비판했고,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윤관석 의원은 "한국당 위원들의 행동은 '심재철 사태'에 대한 물타기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맞섰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증인 채택을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아울러 구글·페이스북·애플·넷플릭스 등 글로벌 ICT(정보통신기술) 업체의 한국법인 대표를 증인으로 부르는 것을 놓고도 여야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과방위는 2일 전체회의를 열어 의결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합의 가능성은 작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방북 경제인들의 증인 출석 여부가 주목되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도 2일 전체회의를 열어 의결을 시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외교통일위원회는 이날 여야 간사 간 비공개 협의를 벌였으나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10일과 11일 진행되는 1차 감사 때는 증인과 참고인이 없을 것"이라며 "26일, 29일 종합감사 때의 증인 문제는 추후 논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교육위원회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공방으로 증인명단 채택은 아예 논의조차 어려운 상태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비인가 행정정보 유출 논란의 진원지인 기획재정위원회 역시 '심재철 사태'를 둘러싼 공방으로 증인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국방위원회는 박근혜 정부 당시 계엄 검토 문건과 관련한 증인신청을 두고 여야 대립 끝에 일단 관련자들은 전부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진행 중인 수사 결과가 나오면 앞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국회 청문회를 통해 증인들을 심문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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