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치장한 유쾌한 '슈퍼팝'…이면 이야기를 봐달라"

입력 2018-10-02 17:51  

"만화로 치장한 유쾌한 '슈퍼팝'…이면 이야기를 봐달라"
미국 팝아트 작가 케니 샤프, 롯데뮤지엄서 대규모 기획전
100여점 선보여…"슈퍼팝은 기존 팝아트에 충격가한 것"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너풀거리는 은박 발을 걷고 들어가자, 딴 세상이 펼쳐졌다. 나이트클럽과 놀이공원 등을 뒤섞은듯한 공간의 오브제들이 그다지 대단치 않은 물건들에 색을 칠하고 장식한 것임을 알아차린 것은 한참 뒤였다.
2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뮤지엄에서 마주한 미국 팝아트 작가 케니 샤프(60)의 대표작 '코스믹 카반'이다.
청년 샤프를 처음 만난 키스 해링(1958∼1990)은 훗날 "이 괴짜는 무엇일까 생각했다. 맨해튼의 모든 쓰레기를 다 끌고 다니는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코스믹 카반' 또한 쓰레기에 가까운 잡동사니를 사람처럼 꾸민 뒤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커스터마이징' 작업을 공간에 적용한 것이다.
국내에는 이름이 덜 알려졌지만, 샤프는 1980년대 전후 뉴욕에서 해링, 미셸 바스키아 등과 어울리며 미국 현대미술의 한장을 장식했다. '슈퍼팝'이라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작가는 벗들이 모두 떠나간 지금도 왕성한 활동 중이다.
3일 롯데뮤지엄에서 개막하는 '케니 샤프, 슈퍼팝 유니버스'는 샤프 작업을 소개하는 아시아 최대 기획전이다. 회화, 조각, 드로잉, 비디오, 사진 자료 등 100여점이 알차게 모였다.



샤프 작업에는 1950∼60년대 우주개발 시대, 미래주의가 만연하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공상과학만화를 즐긴 어린 시절이 녹아들어 있다. 그는 TV를 어릴 적 접한 첫 세대이기도 하다.
전시 도입부 1979년작 '에스텔의 죽음' 그림들은 우주 시대를 향한 향수와 열망을 일찌감치 드러낸다. 패션과 광고를 예술에 접목하고, 만화적 유희를 가미한 작업이다.
작가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어릴 적에만 해도 20, 30년 뒤에는 모든 사람이 우주에 갈 것이라고 했었다"라면서 "예전에 꿈꾼 것들을 제 작업에 반영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어른이 된 샤프는 냉전과 스리마일 원자력발전소 사고,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창궐 등을 목격하면서 장밋빛 미래가 쉽게 오지 않음을 깨달았다.
198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슈퍼팝' 시리즈는 현대사회, 특히 소비사회와 예술이 만나는 지점을 수없이 고민하고 재해석한 결과다. 유쾌한 이미지에 모순적이고 상반된 요소들을 둔 것이 특징이다.
딸기크림 도넛이 우주를 부유하는 그림은 달콤한 이미지 뒤로 가장 미국적인 정서, 즉 광고를 통해 외부 세계에 팔려나간 아메리칸 드림을 겨냥한다.
작가는 "'슈퍼팝'은 기존 팝아트에 전기충격을 가해 최고치 출력을 끌어낸 것"이라면서 "내가 경험한 모든 미술사조는 물론이고 1950년대 추상표현주의와 1960년대 팝아트, 1970년대 미니멀리즘 등이 내화해 끌어올라 토해낸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대표작 '코스믹 카반' 또한 과도한 소비와 환경 파괴에 몰입하는 현대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담았다. 이번 서울 작업에는 한국 관람객 50명이 기증한 낡은 장난감이 함께 사용됐다.
"1960년, 70년대만 해도 재활용 같은 건 생각하지도 않고, 쓰고 나면 바로 버리는 문화가 당연했어요. 지금은 모두가 플라스틱이 얼마나 해로운지 알면서도 그 심각성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것 같아요. 계속 (환경 메시지를) 작업에 반영할 계획입니다."
귀여운 만화 캐릭터로 가득 찬 샤프 작업에서 진지함보다는 가벼움을 읽어내는 비평가들도 있다.
이에 작가는 지난달 전시에 앞선 인터뷰에서 "보는 사람에게 깊이를 봐 달라고 강요하지 않는다"라면서도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 관람료는 성인 1만3천원. 문의 ☎ 1544-7744.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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