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러시아 첩보 전설 막 내리나…GRU 등 무능력 노출

입력 2018-10-05 11:19   수정 2018-10-05 14:20

막강 러시아 첩보 전설 막 내리나…GRU 등 무능력 노출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러시아의 전설적인 첩보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일까.
네덜란드가 자국 헤이그에 본부를 두고 있는 유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대한 해킹 시도 혐의로 러시아 군정보기관인 정찰총국(GRU)요원 4명을 추방함으로써 올봄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스파이 독살시도사건에 이어 다시금 러시아 정보기관에 의한 비밀공작이 백일하에 노출되고 있다.
전방위적 만능을 자랑하던 러시아 비밀공작이 목표 달성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그 흔적을 상대 정보당국에 낱낱이 남겨 정보기관으로서 능력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5일 지적했다.
특히 자국 정보기관 명성을 먹칠하고 있는 최근 잇따른 실패는 전직 정보기관 KGB(국가보안위원회) 요원 출신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분노와 함께 국정능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러시아는 공산 혁명 시절 반혁명세력 진압을 위해 만들어진 체카를 비롯해 이후 스탈린 시절의 악명높은 NKVD(내무인민위원회), KGB, 그리고 푸틴 체제 들어 보다 현대화한 정보기구 등 광범위한 첩보 역사를 자랑해왔다.
어쩌면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실제 국력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해온 배경에는 이러한 뛰어난 정보력이 뒷받침돼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 정보기관은 역사적으로 무자비하고 교활하며, 전문성을 자랑하는 첩보계의 본산임을 자랑해왔다.
스탈린시대 무자비한 대숙청작업은 물론 숙적 트로츠키를 비롯한 해외 망명 반대파들에 대한 암살 등 당시 정보기관을 동원한 살해공작은 전 세계적인 공포 대상이었다.
솔즈베리 독살 시도는 러시아 정보기관이 아직 스탈린시대 스타일의 암살 공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두 가지 분야, 첩보와 우주탐사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량을 갖고 있다고 자랑해왔다. 그러나 잇따른 첩보실패와 최근 우주정거장을 연결하던 소유즈 우주선에서 구멍이 발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두 분야 모두 명성에 타격을 입었다.
KGB 대령 출신인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정보력에 자부심을 가져왔으며 '배신자'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보복을 경고해오기도 했다. 스파이 교환으로 미국으로부터 귀환한 자국 스파이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환영연을 베풀기도 했다.
러시아 당국은 최근 러시아 첩보의 전성기를 조명하는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1930년대 러시아가 포섭한 가장 유명한 영국 출신 스파이인 킴 필비에 헌정된 전시회를 개최하고 그를 러시아 안보에 크게 기여한 전설적인 요원으로 치하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태는 대내외로 러시아의 스파이들이 모든 면에서 그들의 과거 명성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이중스파이 스크리팔을 독살하려던 요원은 그를 암살하는 데 실패한 채 무고한 여성을 죽였을 뿐 아니라 그들의 흔적을 지우는 데 실패했다.
또 두 명이 같은 항공편으로 함께 입출국하고 살해 무기를 현지당국이 찾아내는 등 스파이기술의 모든 규칙을 위배했다고 더타임스는 지적했다.
또 그들이 TV에 나와 범행을 부인하는 대담함을 보였지만 그동안 자국 스파이들의 활동을 공개적으로 찬양해온 푸틴 등 러시아 지도부에는 커다란 굴욕이었다.
네덜란드 OPCW 해킹 사건을 통해서는 GRU가 그동안 일반이 예상했던 만큼 '두렵고 효율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인상을 안겨주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지적했다.
이들은 '감시 탐지와 도피'라는 러시아 스파이 훈련 과정의 기본 수업 가운데 하나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채 그들이 감시당하고 있는 사실을 모르고 또 증거의 흔적을 남겨 전 세계 다른 지역의 다른 작전에까지 함께 노출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영국 하원 외교위원장인 보수당의 톰 투겐핫 의원은 "지난 수십 년간의 절도가 한때 러시아 정보당국이 갖고 있던 기술을 탈취해갔다"면서 "푸틴의 부패한 탐욕이 GRU를 멍청이들의 아마추어 집단으로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또 KGB는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의 가장 비타협적인 정보네트워크라는 명성을 바탕으로 활동해왔으나 이것이 오히려 제도적 결함을 은폐하는 역할을 했으며 결국 이러한 결함이 제도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KGB는 1970년대부터 비(非)창의적인 예스맨들이 득실거리는 관료주의로 기구로 변모했으며 냉전 시대 후반 이후에는 잇따른 이탈자들로부터 그 실상이 서방측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GRU의 무능력 노출은 푸틴에게 단순한 당혹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더타임스는 전망했다.
정보기관의 무능력은 푸틴의 국정 장악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 첩보력은 위장의 마술사로 눈에 보이지 않은 전방위적 능력을 갖춘 전설을 자랑해왔으나 실상은 아무 옷도 걸치지 않은 황제로 보인다고 더타임스는 꼬집었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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