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지사 아내를 넘어"…99년 만에 훈장 받은 여성독립운동가

입력 2018-10-08 13:33  

"애국지사 아내를 넘어"…99년 만에 훈장 받은 여성독립운동가
독립운동가 김예진 선생의 부인 한도신 여사 건국훈장 애족장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여성이라는 이유로 독립운동가이기에 앞서 애국지사의 아내로 불렸습니다."
임시정부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김예진 선생을 도와 함께 독립운동을 한 부인 한도신 여사가 99년 만에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한도신 여사의 작은 딸 김순명(85)씨는 어머니를 대신해 지난 5일 부산 해운대구 자택에서 보훈청으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김 씨는 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머니의 공적이 재조명 돼 애국지사의 아내가 아닌 한 사람의 독립운동가로 인정받아 다행이다"며 "국가와 남편, 자식들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어머니 한 여사에게 추서된 훈장을 한참 동안 쳐다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1895년 평남 고평에서 태어난 한도신 여사는 스무 살에 독립운동가 김예진 선생과 결혼했다.
한 여사는 1919년 2월 남편의 3·1 운동 거사를 돕기 위해 재봉틀로 대형 태극기를 제작하면서 독립운동에 뛰어들어 이후 갖은 고초를 겪었다.
1920년에는 김예진 선생이 참여한 평남도청 폭탄 투척 의거에 사용할 폭탄을 직접 운반하는 활동을 했으며, 1922년부터는 상하이에서 조선 유학생들을 돌보며 기독교 여자절제회를 이끌었다.
1986년 92세에 세상을 떠난 한 여사는 남편의 독립운동을 뒷바라지하며 겪은 고초를 글로 남기기도 했다.
1천200매 분량의 육필 원고는 이후 '꿈갓흔 옛날 피압흔 니야기'라는 회상기로 출간되기도 했다.
이처럼 한여사는 남편을 도와 항일 독립운동에 몸을 바쳤지만, 그동안 국가로부터 독립운동 공훈을 인정받지는 못했다.
남성 독립운동가를 뒤에서 도왔던 여성들의 공적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에다 독립운동가 발굴 사업이 남성 위주로 진행된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3.1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을 앞두고 정부가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재평가를 시작된 이후 지난 8월 15일 광복절에 독립운동가로 추서됐다.
훈장을 대신 받은 딸 김씨는 "일제강점기 때 옥살이를 하던 아버지를 대신해 고무공장에 다니며 넓적해진 손으로 6남매를 키운 어머니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김 씨는 "투철한 애국심과 이웃사랑을 실천한 어머니를 잊지 않고 지금이라도 공적을 인정해 여성독립운동가로 인정해준 정부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여성 독립운동가 재평가 작업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202명의 여성독립운동가를 추가 발굴해 역사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1949년 이후 포상을 받은 독립유공자 1만5천여 명 가운데 여성 비율은 여전히 2∼3%에 불과한 실정이다.
handbrothe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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