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지난 4일 개막한 올해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가 8일 열흘간 일정의 반환점을 돌았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정상화 원년'을 기치로 내걸었다. 4년 전 부산시의 '다이빙 벨' 상영 반대 사태 이후 내리막길을 걸은 영화제의 위상 회복을 위해 이용관 이사장·전양준 집행위원장 체제로 개편한 부산영화제가 첫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과거의 위상과 활기를 되찾기 위한 영화제 측 노력은 곳곳에서 감지됐다. 그 결과 다이빙벨 사태로 그간 영화제 참가를 거부한 영화 관련 9개 단체가 올해는 모두 참가했다. 유명 감독과 배우가 레드카펫을 밟았고 이 영화제 '명물'로 통하던 각종 '밤'도 부활했다.
그러나 올해 부산영화제는 수년간 망가진 영화제를 정상 궤도로 되돌리는 작업이 절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절감한 자리이기도 했다.
애초 부산영화제 측은 오거돈 부산시장과 김동호 전 이사장이 함께 개막 공동선언을 하는 상징적인 장면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 시장이 '10·4 선언 11주년 민족통일대회' 참석을 위해 방북하면서 이 같은 구상은 일그러졌고, 김 전 이사장 역시 개막식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영화제 측은 개막식 당일까지 김 전 이사장을 설득했지만 끝내 그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오 시장의 불참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해도 부산영화제의 상징과도 같은 김 전 이사장마저 불참한 것을 두고 곳곳에서 그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 영화 회고전의 밤'에 초청된 이장호 감독은 "지금 영화제가 할 일은 김동호 전 이사장과 강수연 전 집행위원장을 끌어안는 일"이라며 "김 전 위원장이 다시 영화제에 애정을 갖게 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남포동 시절부터 부산영화제를 찾은 '단골손님' 차이밍량(蔡明亮) 감독도 "김동호 전 이사장과 고(故) 김지석 프로그래머의 노고가 없었다면 부산영화제가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이사장의 불참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하늘마저 부산영화제를 돕지 않았다. 2년 전 태풍 '차바'가 강타한 데 이어 올해도 태풍 '콩레이'의 직격타를 맞았다.
콩레이가 부산을 관통한다는 소식에 영화제 측은 해운대 백사장에 설치한 야외무대를 4일 영화의전당 두레라움 광장으로 옮겼다가 다시 실내인 시네마운틴으로 변경해야 했다.
그러나 태풍 영향으로 결국 일부 행사 일정이 변경·취소되거나 야외 행사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말았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된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이하 안녕, 티라노)는 부산 전역이 태풍 영향권에 든 5일 밤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상영돼 관객이 비바람을 고스란히 맞아야 했다.
'안녕, 티라노' 음악 감독을 맡은 사카모토 류이치는 기자회견에서 "작품 속에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장면이 많은 데 실제로도 비바람이 들이쳤다"며 "영화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됐다. 아주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태풍이 부산에 상륙한 6일 오전에는 게스트들이 강풍과 폭우 때문에 호텔에서 발이 묶였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에 예정된 관객과의 대화(GV) 행사가 모두 취소됐고, 상당수 야외무대 인사도 차질을 빚었다.
항공편 결항으로 일부 해외 게스트 참석이 불발되기도 했다. 일본 영화 '킬링' 기자회견에 참석할 예정이던 배우 이케마스 소스케와 아오이 유우는 이날 오전 입국할 예정이었으나 비행기 결항으로 입국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같은 악재에도 정상화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까지 영화제 참석을 거부한 유명 감독·배우들이 올해는 대거 부산을 찾았다.
개막식장에 가장 먼저 입장한 이준익 감독을 필두로 임권택·이장호·김용화·민규동·정지영·장률·윤재호·황동혁 감독 등이 레드카펫을 밟았다.
장동건·현빈·박해일·유연석·남주혁·김남길·차승원·김보성·안성기·신성일·이나영·수애·김희애·이하늬·남규리·김민선·김혜숙 등 국내 배우와 야기라 유야·사카모토 류이치·류이호·구니무라 준 등 해외 유명 감독·배우가 개막식을 빛냈다.
부산영화제 '명물'인 '밤'의 부활도 눈길을 끌었다. 남포동 시절부터 공식행사 종료 후 인근 포장마차에서 친목을 다지는 전통이 이어졌지만 지난 수년간은 이런 전통의 맥이 끊기다시피 했다.
뉴·쇼박스·롯데컬처웍스·CJ엔터테인먼트·덱스터스튜디오 등 투자·배급사들은 몇 년간 영화제 파행으로 행사를 자제했지만 올해는 저마다 교류의 장을 만들었다.
원로·신진 감독과 배우, 영화수입배급사협회 등 영화 관련 단체 회원들도 곳곳에서 술잔을 부딪치며 부산의 밤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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