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10주년 백남준아트센터, 예술이란 '공유지'를 묻다

입력 2018-10-10 17:41  

개관 10주년 백남준아트센터, 예술이란 '공유지'를 묻다
예술 사유화 반대한 작가 고찰…오마주한 동시대 작업도 전시
"아트센터, 앞으로 '백남준과 다 함께 사는 집'으로 거듭날 것"



(용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아디다스 파라솔을 쓴 돌부처가 코끼리에 올라탄 채 세상을 굽어본다. 코끼리가 끄는 뒤편 수레에는 텔레비전과 라디오, 전화기, 축음기, 스피커 등이 잔뜩 실렸다. 지난 100년간 인류의 삶을 관통한 미디어들이다. 1932년 서울에서 태어나 일본, 독일을 거쳐 미국에서 활동하다 2006년 별세한 비디오아트 거장, 백남준이 몸소 그 변천을 경험한 미디어들이기도 하다.
10일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아트센터) 1층에 설치된 백남준 '코끼리 마차'(1999∼2001)는 미디어 역사와 기억을 담고 있다. 코끼리와 수레, 돌부처를 연결한 케이블 전선은 각 미디어를 잇는 파이프처럼 읽힌다. 이수영 아트센터 학예사는 "미디어가 인류가 기억하고 공유해야 하는 무형의 공유재임을 말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10월 백남준 사상과 예술을 알리기 위해 설립된 백남준아트센터가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11일 개막하는 10주년 기념전 '예술 #공유지 #백남준'은 공유지 혹은 공유재(commons)라는 개념을 통해 백남준 작업세계를 살펴보고, 아트센터가 이 개념을 줄기 삼아 어떻게 거듭나야 할지를 묻는 자리다.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로 불리는 비디오랜드는 서로 너무 불통이어서 실제로 아무도 뭘 살지 뭘 수출하고 수입할지를 아무도 모르고 있다. 비디오 문화가 (중략) 이렇게 분열되고 국수주의적인, 보호주의적인 상태로 머물러 있어야 하는가."('글로벌 그루브와 비디오 공동시장')
백남준은 "예술은 사유재"가 아니라고 줄곧 주장했다.
1970년대 발표한 글 '글로벌 그루브와 비디오 공동시장'에서 비디오를 자유롭게 소통시켜 정보와 유통이 활발히 이뤄지는 공동시장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는 백남준이 큰 영향을 받았고, 예술 사유화·상업화에 반대한 예술가 그룹 '플럭서스' 정신과도 연결된다.
'플럭서스' 잡지 홍보를 위해 백남준이 1964년 제작한 포스터인 '데콜라주 바다의 플럭서스 섬'부터 '코끼리 마차'까지 이번 전시에 나온 백남준 작업은 모두 공유지 사상을 바탕에 둔다.
요셉 보이스(1921∼1986)의 사고체계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작업 '함부르크 흑판'(삼성미술관 리움 대여)도 함께 놓였다. 보이스는 백남준과 예술적으로 교감했으며 예술이 지닌 정치적 혁명의 가능성을 모색한 독일 작가다. 아트센터가 올해 새로 매입한 '보이스 복스'(1961∼1988)는 백남준이 보이스를 추모하기 위해 제작한 작품이다.



2층에는 공유지 개념을 각자 달리 해석한 현대 미술가들의 작업이 전시된다.
개념미술가 안규철은 소리를 굴절시켜 반사하는 거대한 조형물 '세상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있다'를 제작했다. 작가는 관람객이 써놓은 단어나 문장을 녹음하고 이를 조형물로 다시 들려주는 작업을 통해 예술의 공유를 보여준다.
정재철 작가의 '크라켄-또 다른 부분'은 더 직설적으로 공유지 개념을 파고든다. 올해 제주와 신안 앞바다 쓰레기를 채취하고 기록하고 늘어놓은 작업은 공유지에서 발생하는 비극적 상황에서 예술의 역할은 무엇인지 묻는다.
요절한 작가 박이소 드로잉 '오늘'을 실물로 재현한 작업 역시 아트센터 옥상에 설치한 4개 비디오카메라를 통해 인류 공동의 공유지랄 수 있는 하늘을 비춘다.
이 밖에 옥인 콜렉티브, 다페르튜토 스튜디오, 언메이크랩, 리미니 프로토콜, 남화연, 히만 청 등이 참여했다.
이번 전시는 예술을 독점한 미술기관의 권위가 점점 사라지는 상황에서 미술관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묻는 작업이기도 하다.
서진석 아트센터 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미술관의 새로운 역할과 기능, 가치를 모색할 시기"라면서 "백남준아트센터가 그 비전을 한번 제시해 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서 관장은 백남준이 생전에 미술관을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 명명한 점을 언급하면서 "지난 10년의 백남준아트센터가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백남준과 다 함께 사는 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술 #공유지 #백남준' 전시는 내년 2월 3일까지. 같은 기간 1층에서는 아트센터의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아카이브 전시 '#백남준아트센터 #10년 #아카이브'도 열린다. 학술행사와 교육 프로그램도 풍부하다. 문의는 ☎ 031-201-8500.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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