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크러시' 너무 많이 본 탓? 갑갑한 여주인공들

입력 2018-10-13 06:30  

'걸크러시' 너무 많이 본 탓? 갑갑한 여주인공들
극적 긴장감 높이지만 "트렌드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한동안 당당하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안방극장을 휩쓴 후, 최근에는 좌충우돌하거나 남주인공에게 의지하는 여주인공들이 다시 등장하면서 이를 두고 시청자 반응이 엇갈린다.
올해 종영작 중에는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은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 속 '김비서' 김미소(박민영 분), 시청률 20%에 근접한 같은 방송 '미스터 션샤인'의 애기씨 고애신(김태리)과 구도 히나(김민정)처럼 보조적인 존재를 넘어 스토리를 끌어나가는 여성 캐릭터가 유난히 많았다.
tvN '무법변호사' 속 열혈 변호사 하재이(서예지)나 OCN '보이스2'의 상징적인 존재와도 같은 강권주(이하나), JTBC '미스 함무라비'의 판사 박차오름(고아라) 등도 그랬다.



그러나 최근 줄 잇는 신작에서는 이러한 '걸크러시'를 찾기 어렵다 보니 조금만 답답한 행동을 보이는 여성 캐릭터가 나와도 '민폐 논란'이 불거진다.
SBS TV 월화극 '여우각시별'은 공항이라는 독특한 배경과 이제훈, 채수빈, 김지수, 이동건 등 출연진의 안정적인 연기력에 힘입어 시청률 10%(닐슨코리아 기준) 돌파를 눈앞에 뒀지만 좌충우돌 스타일의 여주인공 콘셉트는 다소 비판받는다.



한여름(채수빈)은 극중 직장에서도 '인천공항 초유의 폭탄'으로 불릴 정도로 막무가내다. 실적을 쌓아 회사에서 인정받으려 고군분투하지만 규정도 주변 환경도 무시한 채 일을 벌이는 바람에 '민폐'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물론 여름이 이수연(이제훈)을 만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드라마 큰 줄기이기 때문에 여름의 그런 성격은 드라마 전개상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갑질 고객' 등 공항 속 각종 사건·사고와 마주하는 여름의 존재는 극의 긴장감을 높이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원동력이 된다.
다만 그러한 설정은 이미 지난 세월 드라마에서 많이 본 방식이라 진부하고, 시대상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인다. 한여름의 특성 외에 '여우각시별' 내용 자체도 주인공들이 사건과 갈등을 풀어가는 모습을 극적인 과정으로만 보여주려다 보니 자연스럽기보다는 인위적이라는 평이 제기된다.



마찬가지로 시청률 상승세인 MBC TV 수목극 '내 뒤에 테리우스' 속 고애린(정인선) 역시 사건·사고의 핵심(?)이다.
그나마 '내 뒤에 테리우스'가 첩보극이면서도 육아라는 소재를 곁들여 코믹하게 그려지는 데다 애린이 남다른 능력들을 지닌 덕분에 '여우각시별'에 비해 거부감은 덜한 편이지만, 그럼에도 드라마 실시간 채팅창에서 "답답하다"는 반응을 쉽게 본다.
특히 애린이 괴한들에게 납치되는 장면에서 애린의 대응은 답답함을 불렀다. 김본(소지섭)이 말리는 데도 위험한 일을 벌이다 납치된 것이다.



물론 애린의 납치는 본이 블랙요원으로서 다시 한번 각성을 끌어내는 소재가 됐다. 극적으로는 완성도를 높였지만, 결국 남성 캐릭터의 능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여성 캐릭터가 보조적 도구로 쓰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전개는 과거 드라마에서 흔한 방식이다.
그런가 하면 MBC TV 월화극 '배드파파' 역시 독보적인 주인공 유지철(장혁)의 각종 고난과 액션 속에서 아내 최선주(손여은)는 답답하고 보조적인 존재에 머무른다. 특히 최근 방송에서 지철이 사준 옷을 입고 자신을 좋아하는 민우(하준)가 있는 강릉으로 떠난 그의 모습은 시청자 공감을 얻기 어려웠다.



방송가 한 관계자는 13일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캐릭터에 대한 공감"이라며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스토리와 이른바 '민폐녀'라는 캐릭터 설정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공감과 몰입을 방해하고 전체적인 드라마의 호감도도 떨어뜨리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lis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