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올해도 5관왕' 박태환 "후배들, 경각심 가져야"

입력 2018-10-18 13:24   수정 2018-10-18 14:21

[전국체전] '올해도 5관왕' 박태환 "후배들, 경각심 가져야"
준비기간 턱없이 짧았음에도 출전한 모든 종목에서 금메달
"내가 수영 오래하는 것이 한국 수영에 좋은건가 싶어 고민"



(전주=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올해 전국체전에서도 박태환(29·인천시청)을 넘어서는 선수는 나오지 않았다.
박태환은 18일 전북 전주 완산수영장에서 열린 제99회 전국체육대회 마지막 날 수영 남자일반부 혼계영 400m에서 인천선발팀으로 나서 금메달을 따냈다.
이로써 박태환은 개인종목인 자유형 200m와 400m를 비롯해 계영 400m, 800m, 이날 혼계영 400m까지 출전한 모든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태환이 전국체전에서 5관왕을 차지한 것은 2006∼2008년, 2017년에 이어 이번이 5번째다. 박태환은 전국체전 통산 금메달 개수를 35로 늘렸다.
'역시 박태환'이라는 찬사 이면에는 한국 수영의 어두운 현실이 숨어 있다.
10년 가까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보여준 박태환의 기량이 서서히 쇠퇴기에 접어들면서 '박태환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줄곧 제기돼왔다.
하지만 수영계의 현실은 올해도 제자리걸음을 했다.
2006년 5관왕에 오른 박태환은 10년이 훌쩍 지난 올해도 5관왕을 차지했다.
혼계영 400m 시상식 뒤에 만난 박태환은 "올해도 5관왕 해서 기분은 좋다. 자존심과 자부심을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은 했지만, 한국 수영의 답답한 현실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큰 듯했다.
그는 "솔직히 얘기해서 제가 수영한 기간이 1∼2년이 아니다. 국가대표 타이틀을 단 지도 벌써 14∼15년이 넘는다"고 전제했다.

박태환은 "그 긴 시간 동안 같이 경합하며 피 튀기는 레이스를 할 수 있는 선수가 많이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기술적인 조언 정도"라며 "또 그런 조언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개선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다소 미흡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태환은 지난 6월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출전을 포기했다. 거듭된 훈련에도 만족스러운 기록이 나오지 않자 아예 출전을 접었다.
아시안게임을 건너뛴 박태환은 회복 훈련에 주력했다. 전국체전 준비 기간은 실질적으로는 한두 달 정도로 극히 짧았다. 그 탓에 박태환의 이번 전국체전 기록은 전반적으로 저조했다.
주 종목인 자유형 400m 기록은 3분 52초 97로 자신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작성한 한국 기록인 3분 41초 53에는 10초 이상 못 미쳤다.
그런데도 그 누구도 박태환의 벽을 넘지 못했다. 박태환은 그런 후배들에게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그는 "다른 후배 선수들이 경각심 아닌 경각심을 갖고, 더 깊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태환은 "저는 이제 선수 인생이 얼마 안 남았다"며 "제가 한국 수영을 많이 높인 것은 아니지만, 한국 수영이 강하다는 것을 세계에 알린 선수라고 생각한다. 매년 제 기록을 깰 수 있는 선수가 나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고 했다.

그는 "고등부에서 이호준 선수가 잘해주고 있지만, 다른 어린 선수들도 반짝하는 선수가 아닌 지속해서 올라갈 수 있는 선수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태환은 "굳이 자유형 선수가 아니더라도 상관없다"며 "우리나라에는 상대적으로 자유형 선수가 매우 많다. 다른 종목은 선수층이 얇고, 개인혼영은 극히 드물다. 종목별로 선수층이 두껍게 발전했으면 좋겠고. 제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헌신적으로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박태환은 절망하기보다는 희망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제는 다른 선수들이 이끌어줬으면 좋겠다. 그런 세대가 나왔으면 좋겠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도 했다. 또 시대가 좋다. 과학적인 기술도 발전했고, 부가적인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후배들이 잘하고 있으니까 앞으로 잘할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박태환은 "내가 과연 수영을 오래 하는 것이 (한국 수영에) 꼭 좋은 건가라는 생각을 최근에 많이 한다"면서 "전국체전에 뛰는 것도 다른 선수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더라"고 했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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