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도 없이 법정 나와 "그냥 재판 받겠다"…법원, 국선변호인 선임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삼성 측에서 거액을 받고 노조원인 아들의 장례식을 회사가 원하는 대로 치러준 뒤 법정에서 이런 사실관계를 위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버지가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추후 변호인과의 상의를 거쳐 다시 한 번 혐의 인정 여부를 밝히도록 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고(故) 염호석씨의 아버지인 염모씨는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한혜윤 판사 심리로 열린 위증 및 위증교사 혐의 사건 첫 공판에서 "(혐의를)인정하겠다"고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변호인 없이 법정에 나온 염씨는 공소장을 충분히 검토하거나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했는데도 낮은 목소리로 "그냥 (재판을)받겠다"는 말을 거듭했다.
한 판사는 향후 검찰 피고인 신문이 예정돼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이날 염씨의 말은 정식 '모두진술'로 인정하지 않고,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임해 다시 공소사실의 인정 여부를 진술하도록 했다.
염씨는 2014년 8월 아들의 장례식을 방해한 혐의로 구속된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지회장의 재판에서 "삼성 관계자와 만난 적이 없다",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거짓 증언을 하고, 브로커 이모씨에게도 위증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염씨의 아들 호석씨는 삼성전자서비스 양산센터 분회장으로 파업을 벌이다가 삼성의 노조 탄압에 반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호석씨는 "지회가 승리하는 그 날 화장하여 뿌려달라"는 유서를 남겼으나, 염씨는 삼성에서 6억원을 받고 호석씨의 장례를 노동조합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합의했다.
이후 노조가 아버지 염씨에게 장례식 위임을 설득하는 사이 삼성이 경찰 300여명을 동원해 노조원이 지키는 서울의료원 장례식장에서 호석씨의 시신을 빼돌린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호석씨는 결국 유언과 달리 부산으로 옮겨져 곧바로 화장됐고 경찰을 막던 나 지회장은 재판에 넘겨져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받았다.
한편 염씨와 함께 기소된 브로커 이모씨도 이날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시신 탈취 과정에서 삼성 측 돈을 받고 노조를 경찰에 신고했는데도 재판에서 "삼성 측과 만난 적 없다"고 위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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