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경기 앞둔 이동국 "'한 방' 기대감 주는 선수로 남고 싶어"

입력 2018-10-26 17:08   수정 2018-10-26 19:45

500경기 앞둔 이동국 "'한 방' 기대감 주는 선수로 남고 싶어"
"꾸준해야 가능한 500경기, 어떤 인생 살더라도 자랑스러운 기록"
"틀에 갇히기보단 행복하게 하는 게 롱런 비결…후배들 너무 얽매이지 말길"


(완주=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1998년 3월 21일 포항 축구전용구장. 포항 스틸러스와 천안 일화의 아디다스코리아컵 경기엔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갈 것으로 큰 주목을 받던 포항의 '대형 신인'이 데뷔전을 치렀다.
열흘 뒤 전북 현대와의 경기에서 이 선수는 세 경기 만에 프로 첫 골을 터뜨려 '전설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그는 20년 동안 한국 축구 최고 스타 중 한 명으로 기량을 뽐내며 지금도 그라운드에서 팬들에게 기대감을 안기는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K리그 통산 500경기 출전을 눈앞에 둔 이동국(39·전북)이다.
26일 현재 그의 출전 기록은 499경기.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수원 삼성과의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34라운드에 나서면 500경기를 채운다.


500경기 출전은 프로축구 역사상 필드 플레이어로는 김기동(501경기)에 이어 두 번째다.
골키퍼를 통틀어도 김병지(706경기), 최은성(532경기), 김기동에 이어 네 번째. 그만큼 쉽지 않은 기록이다.
이번 시즌 남은 경기는 총 5경기. 김기동의 필드 플레이어 최다 출전 기록까지 시즌 내에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대기록을 앞두고 26일 전북 완주 봉동의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이동국은 "첫 경기는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세 번째 경기에서 골을 넣은 건 기억이 난다. 데뷔 초기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프로에 와서 힘에 부치던 것이 떠오른다"며 웃었다.
"처음 프로에 갔을 때는 가장 나이 많은 선배가 35세 정도였어요. 나이가 너무 많다는 말을 듣는 시기였죠. 당시 저는 그 정도까지는 못할 것 같고, 33∼34세 정도까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때의 예상과 달리 이동국은 불혹에도 그라운드를 지키고 있다. 그것도 여전히 정상급 기량으로. 이번 시즌 13골로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골을 넣고 있다.



언제부턴가 그의 이름과 '은퇴'라는 단어가 같이 거론될 때도 있지만, 그런 편견을 비웃는 활약이다.
지난해부턴 교체 출전 비중이 높아진 가운데서도 숫자상의 나이만 늘었을 뿐 오히려 기량은 더욱 물이 올랐다는 평가다.
몇 분을 뛰든, 팬들은 '이동국'이라는 이름만으로 골을 기대한다.
이동국은 "사실 초반엔 달라진 역할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이젠 받아들이고 내가 해야 할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나니 마음이 편하더라"고 귀띔했다.
"처음엔 20∼30분만 뛰면 힘이 남아돌아서 어쩔 줄을 몰랐어요. 지금은 그 정도를 뛰어도 90분을 뛰는 것처럼 쏟아붓도록 하려고 노력하죠. 이번 시즌 전에 농담처럼 '마흔 되니 축구가 는다'고 말했는데, 정말 그렇게 되어 가네요."


K리그 통산 최다 득점(215골), 최초 10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 등 각종 기록을 보유한 이동국이지만, 이번 500경기 출전은 유달리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부상 없이 30경기 이상 20년 가까이 꾸준히 해야 이룰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나중에 어떤 인생을 살더라도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기록"이라고 강조했다.
처음엔 "아픔을 못 느끼는 게 비결"이라는 농담으로 너스레를 떨었지만, "절실함과 정신력이 원동력인 것 같다. 특히 최근엔 주어진 시간이 많이 없다는 생각으로 뛰다 보니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전엔 한 경기에 일희일비하고 심리적 기복이 심했다면, 지금은 시간에 대한 욕심을 내지 않고 편안하게 마음먹되 강한 정신력을 유지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후배들에겐 "이것도 인생인데, 너무 루틴에 끌려가거나 얽매이지 말기를. 다른 것을 통해 행복하면 운동장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맥주 한 잔 생각나면 마시기도 하고, 그렇게 해왔어요. 틀에 너무 갇히고 스트레스받기보다는 그래야 오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경기 전 100% 몸 상태를 만들면 되죠."


이동국은 "필드 플레이어는 600경기도 쉽지 않은 것 같다"며 미래에 대해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당장 '끝'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35살 때부터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하면서 5년까지 왔는데…. 지금도 계속 그런 상태이니 또 5년 정도 더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너무 멀리 내다보면 지칠 것 같아서 바로 앞의 한 계단씩 올라보려고 합니다."
언제가 끝이 되든 '선수 이동국'의 소망은 한결같다.
"운동장에 들어오면 마지막까지 '한 방 해줄 수 있는 선수'라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항상 그런 마음으로 경기장에 나가요. 팬들이 끝까지 자리를 뜰 수 없도록 기대감을 주는 선수, 스트라이커로서 가장 행복한 말인 것 같아요. 지금보다 더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죠."
song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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