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미군기지 이전 놓고 '국가'의 행정불복 신청 자격 논란

입력 2018-10-31 07:00  

日 미군기지 이전 놓고 '국가'의 행정불복 신청 자격 논란
방위성 '국가기관도 청구 가능' vs 학계 '국민권리구제 제도 남용'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미군 기지 이전 문제를 놓고 오키나와(沖繩)현과 갈등을 겪고 있는 일본 정부가 기지이전을 위한 해안매립공사 승인을 철회한 오키나와현 당국의 조치에 대해 국토교통성에 행정불복심사를 청구,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내 국가가 국가를 상대로 불복을 청구하는 건 제도 남용이라는 학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시이 게이치(石井啓一) 일본 국토교통상은 30일 오키나와현 당국의 헤노코(邊野古) 연안부 매립공사 승인철회 조치의 효력을 정지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본 방위성은 이 결정에 따라 8월 이후 중단된 매립공사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성의 이날 결정은 방위성이 오키나와현의 승인철회에 대한 대항조치로 행정불복심사법 절차에 따라 국토교통성에 효력정지를 신청한데 따른 것이다. 이시이 국토교통상은 방위성의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이유로 "후덴마 비행장 주변 주민의 위험성 제거와 소음피해 방지 및 미·일 간 신뢰와 동맹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들었다. 외교·방위상의 불이익은 효력정지 요건인 '긴급한 필요'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행정불복심사청구는 국민이 행정에 대해 불복할 경우 이용하는 제도여서 정부기관의 불복청구는 제도 남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방위성 산하의 오키나와 방위국은 오키나와현이 지난 8월31일 나고(名護)시 헤노코 해안에 대한 매립공사 승인을 철회하자 지난 17일 국토교통성에 불복심사와 함께 철회조치의 효력을 일단 정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행정법 학자 등은 26일 국가기관의 행정불복청구는 '심사제도 남용'이라며 '법치국가로 돌아가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가기관이 행정불복신청을 한 사례는 헤노코 관련 사례 이외에는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성은 지난 8월 작고한 미군기지 반대 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 전 오키나와 지사가 2015년 매립승인을 취소했을 때도 같은 절차를 밟았다. 당시에도 '국민의 권리구제'가 목적인 행정불복심사법을 국가기관인 방위성이 이용하는 건 "국가가 사적인 개인으로 위장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었다. 학계가 발표한 2015년 성명에는 96명이 참가한데 비해 이번에는 참가학자가 110명으로 늘었다.
쟁점은 '국가'가 행정불복을 신청할 수 있느냐다. 일본의 행정불복심사법은 일반적으로 사회보장이나 정보공개 등과 관련,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내린 결정에 대해 '시민'이나 '기업' 등이 불복할 때 이용하는 제도다. '국민의 권리구제'가 법의 목적인 셈이다.
방위성은 해안매립공사를 담당한다는 점에서 국가도 공사 사업자이기 때문에 시민과 마찬가지로 불복신청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방위성도 "법은 행정기관이 청구인이 되는 걸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행정법학자들은 국가가 시민과 똑같이 불복신청을 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립절차를 정한 법률은 사업자가 국가인지, 또는 민간 등 국가 이외인지를 구별해 국가에는 현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을 '특권'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가'가 '국가'에 불복에 대한 판단을 구한다는 점에서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일본 정부는 애초 오키나와현 당국의 승인철회의 효력을 일시적으로 잃게 하는 집행정지를 법원에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승인이 철회된 8월말에서 이미 한달 반이나 지나 집행정지의 요건인 '긴급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같은 편'인 국토교통성에 불복신청을 하는 쪽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성이 2015년 현 당국의 승인철회에 대해 불복신청을 했을 때는 정부가 철회 대집행 행정소송을 내 정부와 오키나와현 당국이 소송을 벌이는 바람에 불복신청에 대한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었다.
한편 오키나와현에서는 미군기지 헤노코 이전계획에 대한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가 내년 봄 실시될 예정이지만 주민투표 결과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상은 "헤노코 이전이 유일한 현실적 해결책이라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해 주민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이전을 추진할 생각임을 내비쳤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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