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2년] '바람에도 꺼지지 않는다' 뿌리내린 광장민주주의

입력 2018-10-31 09:01  

[촛불 2년] '바람에도 꺼지지 않는다' 뿌리내린 광장민주주의
촛불 들었던 시민들, 국민청원·공론화위 등으로 정치참여 이어가
일부에선 '포퓰리즘' 비판도…"우려보다는 확대하며 보완해가야"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최평천 기자 = "촛불집회는 정권만 바꾼 게 아니라, 시민들의 태도도 바꾼 것 같아요. 시민이 힘을 합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죠.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잖아요. 더 목소리를 내고, 더 참여해야죠."
2016년 10월 29일 시작해 6개월간 누적 연인원 1천700만명·하루 최대 참가 232만명이라는 한국 시민운동사(史)의 새 기록을 쓴 '박근혜 정권 퇴진 요구 촛불집회'가 2주년을 맞았다.
당시 광화문광장에 모였던 시민들은 언제 촛불을 들고 날 선 구호를 외쳤냐는 듯 각자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31일 연합뉴스가 만난 시민들은 여전히 청와대 국민청원이나 공론화위원회, 혜화역 여성시위 등에서 '각자의 촛불'을 들고 주권자로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촛불집회에 거의 매주 참가했다는 직장인 김세현(33) 씨는 최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동의'를 누를 청원이 있는지 살펴보는 취미가 생겼다.
그는 "촛불을 들었을 때처럼 나 한 명의 행동이 수십만명의 공감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억울한 사연들을 꼼꼼히 읽는다. 자주포 폭발사고로 크게 다친 청년이 청원 끝에 국가유공자로 지정됐을 때 정말 뿌듯했다"고 웃었다.
이처럼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시민 다수는 성숙해진 '광장민주주의'를 잊지 않고서 꾸준한 사회 참여로 주권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대표적 창구 가운데 하나다.
전문가들은 청와대 청원이 기존에 민원 창구 역할을 하던 국민 신문고와 달리, 일종의 '온라인 광장'인 동시에 '소셜 미디어'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청와대 청원에 억울한 사연이나 잘못된 정책에 대한 지적이 올라오면 시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유하며 여론을 형성해 공감 수를 늘리고, 기성 언론까지 이를 다룬다.
종종 정책 변화까지 이어진다. 최근 사례로는 불법촬영(몰카) 및 디지털 성범죄 처벌 강화, 음주운전 처벌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여성문제 청원에 여러 번 참여했다는 김나율(28) 씨는 "여성이 현행법에선 온전히 보호받지 못하는데, 청와대 청원 제도가 그나마 보호하고 있다"면서 "과거 다음 아고라 청원이 공론화 기능을 했으나 법적효력은 미미했는데, 청와대 청원은 국민이 국가에 직접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라 힘이 더 세질 것 같다"고 말했다.



'촛불 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 청원과 같은 창구를 여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첨예한 사안에 관해 '공론화위원회'를 꾸려 시민 의견을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반영하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마무리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숙의민주주의 방식의 의사결정이라는 선례를 남겼다.
이후 대학입시제도 개편에 관해서도 공론화위가 꾸려졌다가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민주주의 확대라는 측면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이뤄졌다.
찬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사안에서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사회적 비용만 발생할 때, 공론화를 거쳐 국민 의견을 구한 결과나 그 과정 자체가 문제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원전 공론화위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어떤 사안이 몇 년째 찬반이 엇갈리면, 당사자들은 고통받고 사회는 갈등 비용을 치러야 한다"면서 "공론조사 등 공론화 방식을 잘 선택하면 의사결정 전개가 빨라진다"고 평가했다.



촛불집회는 이후 벌어진 집회·시위 문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집회·시위 주최 단위의 변화다.
이전에는 대규모 집회를 민주노총 등 대형 노동조합 연맹이나 시민단체에서 주도했다면, 새 정부 들어서 여론에 반향을 일으킨 대규모 시위는 대부분 시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여 일으킨 것이었다.
혜화역에 여성들이 모인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가 대표 사례다.
혜화역 시위는 기성 여성단체가 아니라 '불편한 용기'라는 포털사이트 카페와 트위터 계정을 중심으로 모인 여성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집행부를 구성하고 참가자를 모았다. 시위 규모가 수만 명에 달해 당국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또 불법촬영 및 디지털성범죄 관련 청와대 청원과도 맞물리면서, 정부 정책의 변화도 끌어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취임 직후 혜화역 시위를 예고 없이 방문해 집회 발언을 청취하고, 여성가족부 등 정부 관계자들이 집회 주최 측과 교감하면서 새 정부의 여성정책 초점이 여성대상범죄 처벌 강화로 맞춰졌다.



이처럼 촛불집회로 성숙한 '광장민주주의' 내지는 '직접민주주의'가 여러 형태로 국가정책까지 영향을 미치도록 제도가 마련된 것에 대해 학계 전문가들은 "시민 참여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을 내놨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6월항쟁 이후 박근혜 정부까지 지난 30년간 민주화의 흐름은 아래보다는 위로부터의 민주화였다"면서 "이 정부 들어 민주화 흐름의 가장 큰 특징은 대의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의 생산적 결합이다. 일부 부작용 때문에 이를 우려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청원과 공론화위원회 같은 시도가 대중영합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 사회의 문제는 각 분야 전문가가 보고 판단해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데, 청와대 청원처럼 일반 사람을 동원하는 것은 포퓰리즘"이라면서 "공론화위는 인적 구성부터 객관적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직접민주주의의 일부 부작용을 지적하기보다는, 시민들이 직접 현실 정치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반영한 법·제도를 더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와대 청원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정치 제도를 개혁하면 민주주의의 질적인 선진화가 이뤄진다"면서 "오히려 포퓰리즘을 막으려면 선거구제 개편, 정당 참여 확대 등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hyo@yna.co.kr, p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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