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밖 북한 선수단…알고 보면 부끄럼쟁이 동생들이죠"

입력 2018-11-01 11:13  

"경기장 밖 북한 선수단…알고 보면 부끄럼쟁이 동생들이죠"
강원 학생기자단, 아리컵 국제유소년축구대회 취재 맹활약
한반도기 응원 아래 남북전 '감동'…내년 봄 북한 대회도 꼭 가고 싶어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경기장에서 매섭게 달리던 북한 선수단, 잔디(경기장) 밖에서 만나면 부끄러움 많은 동생들이랍니다."
남북을 비롯해 베트남, 중국, 이란, 우즈베키스탄 등 세계 청소년들이 참여한 제5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U-15) 축구대회가 열리고 있는 강원도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국내 언론사는 물론 BBC, 로이터, AFP 등 해외 언론까지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앳된 얼굴의 청소년들이 열띤 취재 경쟁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강원도교육청 소속 학생기자단 이자민(16·춘천 전인고), 최민서(16·인제 기린고), 권규민(16·동해 북평고), 이다슬(16·원주 북원여고), 김동현(17·강릉고), 임도혁(17·영월고) 기자로, 대회 취재를 위해 도내 각지에서 뭉쳤다.
아직 부족한 경험에 미숙하고 서툰 모습이 종종 보이지만, 강원지역 학생을 대표한다는 사명감과 열정, 호기심만은 어느 기자들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학생기자로는 처음으로 북한 학생들을 밀착 취재한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품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경기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입경하는 북한 선수단을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특유의 친화력을 뽐냈다.
이자민 기자는 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북한 학생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네며 취재를 이어가다 함께 셀카를 찍으며 환한 미소를 이끌기도 했다.

학생기자단은 북한 선수들에 대해 하나같이 "수줍음 많은 동생들"이라고 입을 모았다.
처음엔 서로 어색해 입을 떼기도 힘들었지만, 자주 마주치며 인사를 건네자 수줍은 미소를 띠며 흔쾌히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최민서 기자는 "경기를 마치고 그라운드를 나서는 4·25체육단 정청 선수를 밀착 인터뷰할 때 다른 북한 선수들이 옆에서 '우우∼'하며 정 선수를 놀렸다"며 "마치 얼레리 꼴레리 하는 귀여운 동생들 같았다"며 미소 지었다.
이들은 개막전 취재를 위해 처음 경기장을 들어섰을 때의 소감도 밝혔다.
권규민 기자는 "평소 지역 학교와 학생들의 모습을 취재하다가 이렇게 큰 행사에 처음 참여하니 뜻깊고 가슴 뜨거워지면서도 긴장됐다"며 "관중석을 메운 한반도기 응원 아래 함께 뛰는 남북 청소년들을 보니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취재에 열중하는 학생들을 곁에서 지켜보던 북한 선수단 지도자들은 이들을 향한 격려와 관심을 아끼지 않았다.
문웅 선수단장은 추위 속에서 취재하는 학생들을 향해 "난로 곁으로 와서 몸을 녹이라"고 권하며 "북한 기자 학교 다녀도 되겠다"고 칭찬했다.
홍시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장은 "이름 때문에 북한에서 내 별명은 '곶감 선생님'"이라며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남쪽 고교생들이 저녁 늦게까지 학교에서 공부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밥 먹고 소화가 안 돼서 공부되겠냐"며 "학생들이 사고를 칠까 붙잡아두는 것 같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장래희망을 묻는 말에 학생기자단은 입을 모아 "기자"라고 답했다.
김동현 기자는 "축구기자를 희망하고 있는데 이렇게 큰 대회에 오니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선 느낌"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처음 취재를 시작하며 북한 선수들과 만남에 제재가 많다는 얘기를 듣고 지레 겁먹었다"며 "지금 생각하면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다가가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스스로 망설여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5월 북한 원산에서 열리는 다음 대회에 꼭 참여하고 싶다"며 "북한 선수들 홈그라운드에서 동생들을 다시 만나 취재하면 정말 기쁠 것"이라고 소망했다.
학생들이 현장을 누비며 취재한 결과는 사진집, 영상물 등으로 제작해 빠르면 이번 달에 북한으로 보낼 계획이다.
이들은 "1주의 취재 기간이 너무 짧아서 아쉽다"며 "앞으로도 서로 친분을 쌓아가며 특별취재단의 이름으로 북한까지 꼭 가고 싶다"고 마지막 바람을 전했다.
yangd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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