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가을에 다시 두 손 잡은 남북 태권도

입력 2018-11-02 23:24   수정 2018-11-02 23:28

평양의 가을에 다시 두 손 잡은 남북 태권도
세계연맹 한국 시범단, 국제연맹 소속 북한 시범단과 합동공연
두 차례 평양공연 마친 세계연맹 시범단, 3일 귀국



(평양=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평양의 봄에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했던 남북 태권도가 평양의 가을에 다시 손을 맞잡았다.
한국 주도로 성장한 세계태권도연맹(WT)과 북한을 주축으로 발전한 국제태권도연맹(ITF)의 태권도 시범단이 2일 오후 평양 태권도전당에서 합동 시범 무대를 꾸몄다.
WT 시범단은 ITF의 초청으로 지난달 30일 평양을 방문해 31일 단독 시범공연을 한 뒤 이날은 ITF 시범단과 한 무대에 올랐다.
WT 시범단은 지난 4월 초에도 평양에서 두 차례 시범공연을 했다.
낮 최고기온이 20도 가까이 오른 포근한 가을 날씨 속에 두 연맹 시범단은 2천352석을 가득 메운 평양 시민 앞에서 7개월 만에 다시 하나가 됐다.
최휘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WT 단독공연 때와 마찬가지로 태권도 전당을 찾아 조정원 WT 총재, 리용선 ITF 총재, 김경호 조선 태권도위원회 위원장 등 두 연맹 관계자들과 함께 끝까지 공연을 지켜봤다.
태권도는 뿌리는 하나이나 남과 북을 축으로 두 갈래 길을 걸어왔다.
WT 태권도는 올림픽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면서 변화를 거듭했고, ITF 태권도는 상대적으로 무도 태권도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발전해왔다.



먼저 25분씩 차례로 진행된 양측 시범단의 공연에서도 세월이 갈라놓은 두 태권도는 다른 느낌을 줬다.
'다시 목련이'를 주제로 한 이날 WT 시범은 태권도의 전신을 삶의 희비와 혹한을 견디고 피워낸 목련화에 대비시켰다.
WT 시범단은 때로는 웅장하고 때로는 경쾌한 음악을 바탕에 깔고 부채와 연맹기 등 다양한 소품을 활용하며 스토리를 풀어가려 했다. 중간중간 고난도 격파 기술이 나올 때면 어김없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WT 시범단은 로마 교황청 초청으로 지난 6월 바티칸에서 공연을 펼쳤다. 이때 지난 4월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남과 북을 나누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손을 잡았던 역사적 장면을 모티브로 한 퍼포먼스를 '아베마리아' 곡에 맞춰 펼쳐내 큰 감동을 줬다.
이날도 하나 됨을 바라는 당시 공연내용을 재연했다. 가운데 선을 두고 나뉘어 서 있던 시범단원들이 서로 마주 보고 인사한 뒤 선을 넘어 포옹할 때는 따로 설명도 없었는데도 관람객 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후 이틀 전 단독공연 때도 했던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와 빠르고 경쾌하게 편곡한 우리 가곡 '목련화'에 맞춘 시범단원들의 공연에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단독공연 때와 마찬가지로 4.5m가 넘는 고공 격파와 함께 '평화를 기원하며'라는 문구가 적힌 내림막이 펼쳐지면서 WT 시범단의 공연은 마무리됐다.
이어 ITF 시범단이 준비한 것을 펼쳐 보였다.
ITF 태권도는 WT 태권도의 품새에 해당하는 '틀' 24개 중 몇 가지와 함께 힘과 절도있는 동작들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장애물 뛰어넘어 차기 등 다양한 기술 격파와 10㎝ 두께의 송판을 깨는 위력격파, 호신술 등을 이어가며 ITF 태권도를 짧은 시간에 응축해 담아내려 했다.
시범단원의 팔뚝, 배, 등, 장딴지 등에 각목을 내리쳐 두 동강 낼 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ITF의 시범이 끝나고 나서 WT와 ITF 시범단이 무대에 함께 올랐다.
5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두 연맹의 장점을 살려 WT는 발기술, ITF는 손기술 위주의 동작으로 무대를 채웠다.
호흡을 맞춘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갈라졌던 수십여 년을 뛰어넘어 하나가 되려는 태권도에 내빈과 관람객 모두 기립박수를 보냈다.
공연이 끝난 뒤 최휘 위원장과 두 연맹 관계자들이 무대로 내려가 양측 단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격려했다. 양 측 시범단원과 함께 기념촬영도 했다. 이때 나일한 WT 시범단장의 선창으로 모두가 "태권도는 하나다"를 외쳤다.
내빈들이 물러난 뒤 무대에 남은 WT와 ITF 시범단은 서로 마주 보고 서서 상대를 향해 박수를 보내고 악수를 했다.
숙소로 돌아온 뒤 WT 시범단의 박성식 단원은 "눈물을 참느라 힘들었다"며 "모두에게 수고했다고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장종필 단원도 "'아베마리아'에 맞춰 통일을 바라는 장면 때 평양 시민들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박수를 보내주신 것 같아 울컥했다"며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4월 평양공연도 참가했던 최한나 단원은 '평양에 또 방문할 수 있을까'라고 묻자 "나는 모르겠지만, 다음 단원들은 꼭 올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WT와 ITF 시범단은 공연을 마친 후 평양 옥류관에서 최휘 위원장이 마련한 만찬에도 함께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조정원 WT 총재는 리용선 ITF 총재에게 지난해 7월 무주 세계선수권대회 개회식에서 WT와 ITF 시범단이 함께 시범공연을 펼치고 나서 문재인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한 사진을 액자에 담아 선물했다.
준비한 두 차례 공연을 모두 마친 WT 시범단은 ITF 시범단과의 재회를 기약하며 3일 오전 평양을 떠나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다.
hosu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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