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펴낸 사서 번역한 '조선총독부 30년사' 출간

입력 2018-11-04 12:04  

일제가 펴낸 사서 번역한 '조선총독부 30년사' 출간
'시정 25년사'·'시정 30년사' 사실상 완역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조선총독부가 자기네 통치사를 정리한 자료집 번역본 '국역 조선총독부 30년사'가 출간됐다.
국학전문출판사 민속원이 펴낸 3권짜리 조선총독부 30년사는 일제가 조선 지배 25주년을 기념해 1935년 만든 '시정(施政) 25년사'와 30주년을 맞은 1940년에 간행한 '시정 30년사'를 우리말로 옮긴 책이다.
시정 25년사는 전체를 번역했고, 시정 30년사에서는 시정 25년사를 축약한 전반부를 제외하고 후반부만 번역해 사실상 완역이라고 할 수 있다.
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교수가 한양대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지원을 받아 2012년 대학원생이던 김민석 한양대 강사, 최은진 국가보훈처 학예연구사, 양지혜 씨와 함께 번역을 시작한 뒤 윤독과 원고 수정, 교열을 거쳐 6년 만에 성과물을 내놓았다.
시정 25년사와 시정 30년사는 도쿄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에서 교사 생활을 하다 1908년 대한제국 학부(學部) 편집국 사무관으로 온 오다 쇼고(小田省吾·1871∼1953)가 책임 집필했다.
오다는 1918년 '조선반도사'(朝鮮半島史) 편찬에 참여했고, 1921년에는 학무국 고적조사과장으로 임명돼 고구려와 낙랑 유물 조사를 지휘한 인물. 경성제대 교수에서 퇴임한 뒤 숙명여자고등보통학교 교장직을 맡기 직전에 시정 25년사 제작을 부탁받았다.
시정 25년사와 시정 30년사는 조선이 일제 덕분에 발전했고, 동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에 편입됐음을 강조하는 논조로 작성됐다.
시정 25년사에서 저자는 병합 목적에 대해 "다년간 고단한 상황에 빠져 있던 반도의 인민을 구제하고, 이들의 문화를 향상시키고 실력을 양성해 단지 조선 민중의 복지를 증진할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제국의 기초를 공고하게 하고 동양 평화를 영원히 유지하는 데 있다"고 기술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총독부는 업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나아가 이를 대외적으로 선전하기 위해 책을 편찬했다"며 "오다 쇼고는 시정 25년사에서 각 총독의 업적을 모두 긍정적으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오다는 제1대 데라우치(寺內) 총독 시대는 창시(創始)와 개변(改變)의 시기라고 서술했고, 제3대 사이토(齋藤) 총독은 종래 성과에 발전을 기해 수성에 매진했다고 적었다.
일제가 국가총동원법을 제정한 뒤에 간행된 시정 30년사는 전시체제와 전시동원정책을 미화하고 합리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박 교수는 총독부가 선전용으로 만든 책을 번역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번역서를 읽은 뒤 일반인이나 초보 연구자들이 식민통치미화론에 동조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도 출간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학계 식민지 지배정책 연구가 미흡한 실정인데, 이 책에는 총독 시기별로 주요 법령과 제도에 대한 설명과 의도가 잘 반영됐다"며 "총독 정치를 심하게 왜곡하거나 미화한 부분은 각주로 관련 사실을 지적했다"고 강조했다.
448∼544쪽. 각권 6만원. 세트 18만원.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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