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한강하구 수로조사…정전협정 체결 65년만에 처음(종합2보)

입력 2018-11-05 17:41  

남북, 한강하구 수로조사…정전협정 체결 65년만에 처음(종합2보)
골재채취·관광 등 공동이용 목적…"평화의 장소로 탈바꿈할 것"
오늘 오전부터 시작하려다 썰물 영향으로 오후에 만나 조사 착수
내년 4월께 민간선박 운항 허용될 듯…선박·인원 상호 통보해야



(김포·서울=연합뉴스) 공동취재단 김호준 조성흠 기자 = 남북 공동조사단이 5일 한강과 임진강 하구 공동이용을 위한 수로조사에 착수했다.
한강과 임진강 하구에 대한 남북 공동 수로조사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65년 만에 처음이다.
군 관계자와 수로 전문가 등이 참여한 공동조사단은 남북 각각 10명으로 구성됐다.
공동조사단은 당초 이날 오전 10시께 한강하구에서 만나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썰물로 인해 항해가 어려워지면서 오후로 일정이 연기됐다.
오후 3시께 한강하구에서 만난 남북 공동조사단은 우리측 해양조사선 4척에 함께 탑승해 향후 조사계획을 협의한 뒤 공동 수로 조사에 돌입했다.


수로조사란 음향을 이용해 선박에서 강바닥까지의 깊이를 측정한 후 조석에 의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바닷물의 깊이를 측정해 선박이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수로를 찾아내는 작업을 말한다.
조사단은 올해 연말까지 수로 조사를 마치고 내년 1월까지 해도를 제작해 국방부에 제공할 예정이다.
앞서 남북은 '9·19 군사합의서'를 통해 한강과 임진강하구의 공동이용을 위해 연말까지 공동 현장조사를 하기로 합의했고, 지난달 26일 판문점에서 열린 제10차 장성급 회담에선 이달 초부터 공동 수로 조사를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남북이 군사합의서를 통해 설정한 한강과 임진강 하구 공동이용수역은 남측의 김포반도 동북쪽 끝점에서 교동도 서남쪽 끝점까지, 북측의 개성시 판문군 임한리에서 황해남도 연안군 해남리까지로 길이 70㎞, 면적 280㎢에 이르는 수역이다.
공동조사단은 전체 공동이용수역을 A, B, C 3개 구역으로 나눠 하루에 4시간씩 수로 조사를 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한강 하구는 정전협정에 따라 남북한 민간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을 허용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민감수역'으로 관리돼 민간선박의 자유항행 자체가 제한됨에 따라 수로측량 등 기초 조사와 해도 제작 등 항해정보를 체계적으로 구축할 수 없었다"며 "한강하구 공동이용수역에 대한 수로 조사가 완료되면 민간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항행정보(해도)가 제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강과 임진강하구는 골재채취, 관광·휴양, 생태보전 등 다목적 사업의 병행 추진이 가능한 수역으로 평가된다.
경기개발연구원은 2008년 보고서에서 한강하구 3개 지점 16억1천만㎡에서 모래와 자갈 등의 골재를 채취하면 13조 원대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골재채취로 수심이 깊어지면 선박 운항과 수해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국방부 당국자는 북측지역에서 채취한 골재를 우리측이 사들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지금은 선박 운항과 관련한 기초 조사를 진행하는 단계"라며 "한강과 임진강하구 공동이용수역 내 남북경협과 관련된 사항은 추후 관계 당국에서 논의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차후에 여건이 조성되면 한강하구 북측지역에서 채취한 바닷모래를 남측에서 싼값에 사들이는 방식이 가능하다"며 "북측에 현금이 유입되는 문제여서 대북제재 완화 등의 여건이 조성될 때까지는 공동조사 등으로 사전 준비만 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민간선박의 한강과 임진강하구 공동이용수역 출입은 내년 4월께 허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합의서에 따르면 남북은 공동이용수역을 출입하는 민간선박과 인원을 하루 전 서해지구 군 통신선으로 상호 통보해야 한다.
선박 통행시간은 4∼9월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10월부터 익년 3월까지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국방부 당국자는 "한강하구는 군사분계선이 존재하지 않아 우발적 충돌 발생 가능성이 매우 큰 지역으로, 남북 공동이용을 통해 이 지역이 평화의 장소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남북은 2007년 10월 평양 정상회담 때도 한강과 임진강하구 공동이용에 합의하고 골재채취 사업 등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이후 남북관계 경색으로 흐지부지됐다.



ho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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