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리스트 박주원 "집시 리듬에 한국인만의 무언가 담았죠"

입력 2018-11-07 18:19  

기타리스트 박주원 "집시 리듬에 한국인만의 무언가 담았죠"
5년만에 정규 4집…연평해전·천안함 전우들 추모곡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기타리스트 박주원(38)의 연주는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가수 최백호, 이소라, 임재범, 신승훈, 김범수, 이승환, 성시경, 아이유 등과 작업하며 다양한 음반과 라이브 공연의 세션맨으로 활동했다. 2009년 1집 '집시의 시간'을 발매해 '2010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음반 부문을 거머쥔 뒤 총 5장 앨범을 내며 국내 최고 '집시 기타리스트'로 우뚝 섰다.
그의 음악은 팝과 재즈, 록 등 특정 장르로 구분하기 어렵다. 신들린 핑거링(도구 없이 손가락으로 연주하는 주법)이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면서도 한국적 한(限)의 정서가 묻어난다. 공연장에서 눈시울이 붉어지는 관객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올댓재즈에서 쇼케이스를 연 그는 정규 4집 '라스트 룸바'(The Last Rumba)를 공개하며 "마흔살 되기 전에 하나 해냈구나 싶다"고 말했다.



박주원은 5살 때 엄마 손에 이끌려 피아노를 배우며 음악에 입문했다. 9살에 처음 클래식 기타를 잡았으니 기타와 함께한 세월만 30년. 서울예대 시절엔 록밴드 시리우스 멤버로 활약했고, 집시 재즈에 반해 유럽을 헤매고 다니기도 했다.
4집에는 이처럼 숨 가빴던 젊은 날이 농축돼 있다.
7번 트랙 '송 포 더 웨스트 시맨'(Song for the west seaman)은 20대 초반 해군으로 복무한 박주원이 제2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에서 전사한 용사들을 기리는 추모곡.
그는 "제가 해군 473기 출신이다. 연평해전이 나고 이틀 뒤 입대해 군 생활 내내 슬픔 속에 하루하루를 살았다. 공교롭게도 제 데뷔 콘서트날 천안함 사건도 발발했다"며 "추모곡이라 해서 어둡고 뻔한 건 만들고 싶지 않았다. 전우들을 바다에서 하늘 위로 피어난 아름다운 꽃에 비유해 곡을 썼다"고 말했다.
첫 번째 트랙 '마에스트로, 아미고'는 박주원의 30대를 풍요롭게 해준 거장을 생각하며 쓴 곡이다. 스페인 플라멩코 거장 비센테 아미고를 위한 헌정곡으로, 박주원은 지난 10년간 그로부터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두 번째 트랙 '유라시아 익스프레스'는 북녘땅을 자유롭게 넘어 유럽의 끝까지 달려가고픈 원대한 꿈을 담은 곡이다. 7분33초에 달하는 연주에는 판소리 '수궁가' 가운데 자라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대목이 얹어졌다. 젊은 소리꾼 유태평양의 호쾌한 소리가 집시 기타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마지막 트랙 '아르항가이'는 5년 전 몽골을 여행한 소회를 담은 7분짜리 대곡이다. 록밴드 한음파의 리더 이정훈이 몽골 전통악기 마두금을 연주해 광활한 초원 느낌을 살렸다. 박주원은 "항상 국악에 관심이 있었다. 제가 집시 음악을 하지만, 한국인이 연주한다면 한국인만의 '무엇'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건 '열애'로 유명한 가수 윤시내가 피처링에 참여한 '10월 아침'이다. 윤시내가 다른 뮤지션 음반에 피처링하기는 2011년 부활과 작업 이후 두 번째. 박주원은 "마지막에 완성된 곡을 모니터링할 때 눈물이 났다"며 "이소라 누나가 더 나이가 들면 윤시내 선생님처럼 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더 라스트 룸바'는 창작욕 넘치는 4집 성격을 정의한다. 일렉트로닉 리듬 비트 위로 화려한 기타 연주가 몰아치는 가운데 30대를 떠나보내는 비장함이 드러난다.
박주원은 "1집을 낼 땐 지금보다 젊었고, 대중에 뭔가 보여주겠다는 욕심이 있었다. 그런 테크닉이 성공하면 칭찬받지만 과하면 무대를 망친다"며 "이제는 연주하거나 작곡할 때 좀 더 관조적으로 된다. 뜨거웠던 지난여름을 오롯이 바친 앨범이니 즐겁게 들어달라"고 당부했다.
박주원의 연주는 오는 24일 오후 7시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리는 '박주원 기타 콘서트-더 라스트 룸바'에서 만날 수 있다. R석 6만6천원, S석 5만5천원. ☎ 02-3143-5480.


cla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