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르면 내년 2월 민정 이양을 위한 총선이 치러질 태국에서 군부 정권으로부터 강제해산 위협을 받아온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지지세력이 새로운 정당을 결성했다.
8일 일간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해외 도피 중인 탁신 전 총리의 추종세력은 전날 신생정당인 '태국 국민보호당'(타이 락사 차트) 전당대회를 열고 당 지도부를 선출했다.
당 총재로는 기존 탁신 계열 정당인 푸어타이당 의원 출신의 쁘리차폰 뽕빠닛, 부총재 가운데 한 명은 탁신의 조카인 루뽑 친나왓이 선출됐다.
다른 부총재들도 탁신을 지지하는 운동단체 '레드 셔츠' 출신들이다.
당 지도부의 면면을 보면 이 정당이 사실상 탁신 계열 정당임을 알 수 있다.
2006년 쿠데타로 실각하고 2년 뒤 해외로 망명한 탁신 전 총리의 지지세력이 새로운 정당을 세운 것은 군부가 푸어타이당을 해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4년 넘게 집권 중인 태국 군부는 푸어타이당 인사들이 최근 홍콩 등지에서 탁신 전 총리와 접촉한 것을 문제 삼아, 탁신의 정당 활동 개입이 확인되면 강제해산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푸어타이당의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인 차투런 차이상은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당 해산 우려와 새로운 하원 선거 방식으로 하원 의석을 상당 부분 잃을 것을 우려해 일부 당원이 새 정당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움직임이 당내 갈등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태국에서는 입헌군주제가 도입된 1932년 이후 19차례의 군부 쿠데타가 있었다.
이 가운데 가장 최근에 발생한 2차례 쿠데타는 북동부 농촌지역의 빈민층을 등에 업고 태국 정치를 좌지우지한 탁신 전 총리와 그의 뒤를 이어 총리에 올랐던 여동생 잉락 친나왓 전 총리 정부를 무너뜨렸다.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탁신은 2년 뒤인 2008년 실형이 예상되는 권력 남용 관련 재판을 앞두고 해외로 도피했다. 법원은 궐석재판을 열어 그에게 2년 형을 선고했다.
탁신의 여동생인 잉락 전 총리도 2014년 쿠데타로 축출된 뒤 재임 시절 농민의 소득보전을 위한 쌀 고가 수매 및 판매과정의 부패를 방치한 혐의(직무유기)로 재판을 받다가 해외로 도피했으며, 궐석재판에서 5년의 실형을 받았다.
영국 등지에 머무는 탁신 전 총리는 쿠데타 후 근 5년만인 내년에 치러질 총선을 앞두고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군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당의 결속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는 등 '원격 정치'에 나섰다.
또 최근에는 동부 우본랏차타니주에서 탁신과 잉락 두 전직 총리의 사진이 인쇄된 2019년 달력 수천 장이 발견되면서, 그의 지지세력이 총선 운동에 탁신을 활용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왔다.

한편, 2014년 쿠데타를 선언한 군부는 5인 이상이 모이는 정치 집회는 물론 정당 활동도 전면 중단시킨 가운데 2년여의 준비 끝에 2016년 8월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을 성사시켰다.
새 헌법에는 총선 이후 5년간의 민정 이양기에 250명의 상원의원을 최고 군정기구인 국가평화질서회의(NCPO)가 뽑고, 이들을 500명의 선출직 의원으로 구성된 하원의 총리 선출 과정에 참여시키는 방안도 담겼다.
또 선출직 의원에게만 주어지던 총리 출마자격도 비선출직 명망가에게 줄 수 있도록 했다. 군인 출신의 군부 지도자인 쁘라윳 총리에게도 추후 총리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준 것이다.
태국 정계에서는 쁘라윳 총리가 내년 총선 이후에도 정치에 계속 관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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