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넘게 추상회화만 팠다…사람 냄새 나는 회화성 찾으러"

입력 2018-11-08 14:07  

"40년 넘게 추상회화만 팠다…사람 냄새 나는 회화성 찾으러"
이화익갤러리서 11년만에 개인전 작가 이영희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이영희 작가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 대학원에 입학한 때가 1979년이었다. 나이는 32살, 쉽게 결심한 미국행이 아니었던 만큼 그는 매일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그림만 그렸다. "그때는 아주 물밀 듯이 그렸어요. 여한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그리고 또 그렸어요." 추상과 구상이 혼재한 이영희 작업은 치열했던 4년간 유학을 계기로 추상에 안착했다.
40년 넘게 추상화에 매진한 이영희(71) 작가 전시가 마련됐다. 7일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개막한 '데이브레이크'는 아트파크 '듀얼리티-지와 사랑' 이후 11년 만에 여는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는 '데이 브레이크'라 명명한 연작 20여점이 나왔다. 제목은 신앙심이 깊은 작가가 영성가 헨리 나우웬의 저서 '데이브레이크로 가는 길'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나우웬은 캐나다 정신지체장애자공동체 '라르쉬 데이브레이크'에 들어가 생활하다 1996년 세상을 떠났다.



전시장 1·2층에 걸린 '데이 브레이크' 연작은 사각형 표면에 색을 칠하고, 두꺼운 테두리를 두르거나 동그란 도형을 그려 넣은 그림들이다.
기하학적 구조의 추상화이지만, 풍경화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일정한 색을 유지하면서도 캔버스에 수없이 붓을 문지른 흔적들이 깊이감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동그란 도형은 자연히 보름달이나 해로 변한다. 이러한 그림들 앞에 서면 창(사각 테두리)을 넘어 깊은 밤, 혹은 푸른 하늘 풍경을 감상하는 기분이 된다.
전시장을 둘러보던 작가는 사각 테두리를 매끈하게 하기 위해 테이프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문득 꺼냈다. "이렇게 자세히 보면 울퉁불퉁한 흔적이 남아 있죠? 나는 이것이 내가 쫓는 회화성이라고 생각해요. 사람 냄새 나는 것. 아무리 AI 시대가 왔다고 해도 이런 건 흉내 낼 수 없죠."
작가는 예부터 자신을 색채주의자라고 표현했다. 작가는 1983년 귀국 직후 미국문화원 초대전을 열 당시만 해도 일부에서 '미제 컬러'라고 깎아내리던 일을 언급했다. "그때 한국 그림들은 고동색, 검은색 위주거든. 이번 전시 둘러본 평론가가 그러데. '선생님, 인제 보니 동양 컬러였군요'라고. 하하하."
요즘 작가 사랑을 받는 색은 민트색. 그는 "2007년 프랑스 파리의 한 궁전을 방문했다가 민트색과 금색, 은색이 어우러진 아름다움에 반했다"라면서 "이를 적극 작업에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요즘에도 평창동 집과 작업실만을 오가며 작업에 몰두한다. '데이브레이크'는 지금까지 붓을 잡고 있는 여성 원로 추상화가가 많지 않음을 고려하면, 더 의미 있는 자리다. 전시는 28일까지. 문의 ☎ 02-730-7818.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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