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디스토피아' 경고한 하라리에 실리콘밸리는 왜 열광하나

입력 2018-11-12 15:35  

'기술 디스토피아' 경고한 하라리에 실리콘밸리는 왜 열광하나
하라리도 어리둥절 "혹시 내가 뭔가 놓친 것은 아닌지"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 '사피엔스', '호모데우스' 등을 통해 미래의 기술이 현생인류를 절멸시킬 수도 있음을 경고한 이스라엘의 미래학자이자 역사가 유발 하라리.
그는 저서에서 '빅 데이터'에 대한 맹목적 숭배가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AI)을 출현시켜 대다수 사람이 '쓸모없는 인간'으로 전락하고 소수 특권 엘리트층이 신과 같은 능력을 갖게 되는 미래의 세상을 우려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그에게 최근 인류의 미래 만큼 고민스러운 개인적 걱정이 생겼다"면서 "'기술 디스토피아(Dystopia)를 경고한 자신을 실리콘밸리 최고경영자(CEO)들이 왜 그토록 좋아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그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실리콘밸리를 방문한 그는 페이스북, 구글 등 거의 모든 기술 대기업의 초청을 받아 강연회와 미팅을 했고,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고 한다.
잭 도시 트위터 CEO는 그가 쓴 저서의 명상 부분을 인용하면서 "유발의 명료한 생각에 끌렸다"고 말했고,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유발은 스마트폰도 갖고 있지 않을 정도로 반(反) 실리콘밸리적인 인물이지만, 우리는 그의 내면에서 우리가 진정 원하는 사람의 모습을 본다"고 말했다.
헤이스팅스는 또 "그의 새 책(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 나온 AI와 생명공학에 관한 생각은 드라마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혀줄 것"이라고도 했다.
학계와 실리콘밸리의 유력 인사들이 참석한 하라리 환영 만찬에서는 데이터 수집의 위험성, 장수요법이 인간의 생명을 얼마나 확장할 수 있는지 등 민감한 실리콘밸리의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 자리에 참석한 AI 연구자 페이페이 리 박사는 "그날 저녁은 유발의 영향력이 실리콘밸리의 심장에서 얼마나 증폭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것이었다"면서 "그의 책이 우리를 한 자리에 불러모았고, 그것이 그의 기여"라고 했다.
NYT는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카산드라(신의 저주를 받아 뛰어난 예언 능력을 갖췄으면서도 누구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던 그리스 신화의 예언자)와 같은 대우를 받았어야 했다"면서 "그러나 실리콘밸리의 대접은 정반대였다"고 말했다.
하라리도 NYT 기자에게 "내 메시지가 그들에게 위협적이지 않았기 때문인가?"라고 반문하면서 "더 걱정스러운 것은 내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NYT는 실리콘밸리가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로 기존 정치권의 혼란을 들었다. 워싱턴 정치가 엉망이 될수록 기술 세계는 다른 정치 시스템을 창출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규제에 반대하고 '대체 정부' 형태에 관심이 있는 실리콘밸리 기업인들 가운데는 캘리포니아의 독립을 말하거나, 기업 민족 국가를 선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라리는 '쓸모없는 계층'을 위한 기본소득제(일과 관계없이 모두에게 동일한 돈을 지불하는 제도)를 실리콘밸리가 환영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당신들이 필요하진 않지만, 우리는 좋은 사람이니 우리가 당신들을 돌봐 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한편 NYT는 그가 하루 두 시간의 명상을 하고 1년에 두 달 동안 묵언 수행을 한다면서, 동성애자인 그가 사회와 만나는 유일한 시간은 동반자인 이치크 야하브와 저녁에 TV를 보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하라리는 자신이 동성애자였기 때문에 보수적인 유대 사회의 지배적 가치관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었으며 그것이 자기 일에 도움이 됐다고도 했다. 하라리는 오는 12월 인도 뭄바이 근처의 힌두교 암자에서 두 달간 묵언 수행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kn020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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