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역주행 벤츠 영상에 피해가족 오열…가해자는 고개떨궈

입력 2018-11-13 16:17   수정 2018-11-13 18:01

만취 역주행 벤츠 영상에 피해가족 오열…가해자는 고개떨궈
1명 사망·1명 중태 빠뜨린 20대 재판서 블랙박스 영상 재생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13일 수원지법 308호 법정.
이곳에선 악몽과도 같았던 승용차의 블랙박스 영상이 재생됐다.
봄기운이 완연했던 지난 5월 성실한 가장의 삶을 앗아간 노모(27·회사원) 씨 소유 벤츠 승용차의 역주행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었다.


영상 속 노 씨의 차량은 한밤 영동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강릉 방면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이자 노 씨의 차량은 속도가 줄더니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1차로를 지나 중앙분리대가 나타나자 멈칫하는가 싶던 차량은 계속 방향을 틀어 지나온 도로를 향하더니 이내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노 씨의 역주행이 시작되자 방청석에서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영상 속 노 씨의 차량을 본 수많은 차량이 상향등을 깜박이며 위험을 알렸지만 노 씨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들 차량과 반대 방향으로 주행을 계속했다. 속도는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며 일정하지 않았다.
그러던 노 씨의 차량은 3분 30초가량 도로 위에 서 있다가 다시 역주행을 시작했고 터널에 진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주 오던 택시와 거리가 급격히 좁혀지더니 불빛이 번쩍하고선 영상은 종료됐다.
사고 순간 피해자들의 가족은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쏟았다. 재판이 끝난 뒤에는 법정을 나와 차가운 건물 계단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노 씨는 지난 5월 30일 0시 36분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향 양지터널 안 4차로 도로 2차로에서 이같이 역주행하다가 조모(54) 씨가 운전하던 택시를 들이받았다.
그는 당시 면허 취소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176%의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
이 사고로 택시 뒷좌석에 탄 승객 김모(38) 씨가 숨졌고, 기사 조 씨는 장기손상 등으로 반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숨진 김 씨는 경남 지역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아내의 남편이자 9살·5살 난 어린 두 자녀의 아버지로 경기도에 있는 대기업에 다니면서 주말마다 가족들을 만난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노 씨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 운전 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됐고 이날 첫 재판에 수의를 입고 목발을 짚은 채 나왔다.
그는 블랙박스 영상이 재생되던 동안은 물론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인 채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판사의 질문에만 잠시 고개를 들고 "네"라고 짧게 대답했다.
법원은 노 씨에 대한 검찰의 양형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 사건 재판을 마무리하기로 하고 이날 재판을 끝냈다.

zorb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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