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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미술사 출발점" 대한제국 궁중미술 불러내다

입력 2018-11-14 16:48  

"한국 근대미술사 출발점" 대한제국 궁중미술 불러내다
국립현대미술관, '고종의 집' 덕수궁서 '대한제국의 미술'展
200여점 전시…곽분양행락도·김규진 촬영한 고종 초상 등 첫 국내 전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12폭 병풍에 10마리 학이 내려앉았다. 왼쪽에서는 넘실대는 바다 물결 사이로 해가 떠오르려는 참이다. 구불구불한 나무줄기 끝에는 신선이 먹는다는 복숭아들이 달렸다. 조선 시대 궁중 장식화 중 하나인 '해학반도도'(海鶴蟠桃圖)다.
그러나 무엇인가 낯설다. 화면을 뒤덮은 금박은 슬쩍 왜색을 풍기는 듯하고, 화법 또한 전통적인 조선 병풍 양상과는 다르다.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미술관이 1927년부터 소장 중인 이 병풍 '정체'가 드러나기는 오래되지 않았다.
2006년 보존처리차 한국에 잠깐 돌아온 병풍 귀퉁이에서는 금가루로 쓴 '군선공수임인하제'(群僊拱壽壬寅夏題)라는 글씨가 드러났다. 임인년 여름 장수를 기원하며 제작된 그림이다. '임인'(壬寅) 간지를 쓰는 1842년과 1902년 중 고종이 즉위 40년을 맞은 1902년에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게 자연스러운 추정이다.
"이 병풍에는 구식 안료뿐 아니라 양청, 양록 같은 외래 안료도 쓰였습니다. 금박은 왜색 느낌을 주지만, 일본에서는 이러한 대형 병풍을 찾기 힘들뿐더러 금박 조각들도 일본 것의 절반 크기입니다. 이렇게 다양하게 혼재된 것이 대한제국 양식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배원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대한제국 황실 흥망성쇠가 담긴 이 병풍은 15일 국립현대미술관(MMCA) 덕수궁에서 개막하는 '대한제국의 미술-빛의 길을 꿈꾸다'를 위해 10여년 만에 다시 조국으로 돌아왔다.



1897년부터 1910년까지 존속한 대한제국, 특히 황실을 바라보는 시선은 오랫동안 싸늘했다. '망해가던 나라' 프레임에서 벗어나, 대한제국을 제대로 평가하려는 움직임이 인 것은 100년이 지나고서였다. 이 시기 궁중 미술도 근래 들어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전통 끈은 놓아버린 채 외래 양식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시기가 아닌, "근대미술사 기점"으로 보려는 시도다. 현대미술관이 고종과 순종 시기 회화와 사진, 공예 200여점을 통해 궁중 미술을 조망하려는 배경이다. 전시장인 덕수궁(옛 경운궁)이 고종 꿈이 서린 공간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전시는 ▲ 제국의 미술 ▲ 기록과 재현의 새로운 방법, 사진 ▲ 공예, 산업과 예술의 길로 ▲ 예술로서의 회화, 예술가로서의 화가 등 4개 주제로 짜였다.
'제국의 미술'에서는 원근법과 명암이 부각된 한궁도(漢宮圖·국립고궁박물관 소장)나 '미스터 션샤인' 유진 초이를 떠올리게 하는 신식 군인이 호법신으로 등장하는 불화 '신중도'(神衆圖·신원사 소장)가 눈길을 끈다.
독일 마이어 컬렉션에 속했던 '곽분양행락도'(郭汾陽行樂圖·함부르크 민족학박물관 소장)는 국내에 처음 전시된다. 호놀룰루미술관으로부터 대여한 '해학반도도'는 10년 내 다시 국내에서 만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현대미술관 설명이다.



2번째 공간에서는 회화 보완재 혹은 대체재로서 사진을 받아든 당대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유일무이하던 군주 이미지는 사진기술 도입과 인쇄 매체 확산에 따라 일반에 배포되고 복제됐다. 황실 가족 초상에서는 근대적 가족 이미지를 재현하려 했음을 읽을 수 있다.
피나무 상자와 함께 전시된 '대한황제 초상'은 궁내부 대신 비서관이었던 김규진이 1905년 익선관에 황룡포 차림 고종을 찍은 것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2015년 뉴어크미술관에서 확인한 것으로, 국내 전시는 처음이다.
사진 속 고종 뒤편 병풍이 의미심장하다. 조선 왕을 뜻하는 오봉병(五峯屛) 대신 갈대와 국화, 수선화 등을 담은 일본 화조 자수 병풍이 놓인 것을 두고 현대미술관은 "전통적 상징 체계상에서도 와해가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전시는 전통과 외래 요소를 절충한 궁중화, 사진 등장과 이로 인한 시각·기록문화 변동, 산업과 예술로 분화한 수공업, 예술가적 화가들의 대두 등 대한제국 시기 미술 변화를 알차게 보여준다. 근대미술 맹아로 꼽히는 특성들이지만, 대한제국기와 그 이전에 마련된 것들이라는 게 현대미술관 설명이다.
전시를 기획한 배 학예연구사는 14일 "대한제국은 미술 전통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한편, 새로운 외부 요소들을 수혈함으로써 개량을 꾀했다"라면서 "대한제국기는 근대미술 토대가 놓였던 미술사적으로도 매우 유의미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내년 2월 6일까지. 관람료 2천 원. 문의 ☎ 02-2022-0600.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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