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카, 세네갈에 개발한 우물 7곳 지하수 '식수 부적합'
감사원 "시험굴착으로 수량뿐 아니라 수질 확인 후 개발해야"
세네갈, 국정교과서 민영화에도 인쇄센터 지어줘…사실상 운영 중단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정부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이 세네갈에 개발한 관정(우물) 7곳의 지하수가 식수로 부적합해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이카는 수질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고도 시험굴착 등 대책 없이 사업을 강행했다.
감사원은 이러한 내용을 포함해 '공적개발원조(ODA)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를 15일 공개했다.
코이카는 세네갈에서 2010∼2014년 1차 식수개발사업에 550만 달러를 투입해 12곳에 우물·급수탑 등 식수공급시설을 설치했고, 2015년부터 올해까지 2차 식수개발사업에 500만 달러를 투입해 9곳에 식수공급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코이카는 1차 식수사업을 추진하면서 2013년 12월 3개 우물에서 염분이 과다 검출돼 식수로 이용하기에는 수질이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 정수처리시설 설치를 검토했으나 하루 최대 정수처리 능력이 8.16t밖에 안 돼 식수공급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해당 지역에 하루에 필요한 물 공급량은 118t인데, 최대 정수처리 능력은 7.3%밖에 안 된다.
결국 1차 식수사업으로 개발된 우물 수량 대비 실제로는 4.0%만 정수처리시설을 통해 공급되고 있고, 주민들이 정수되지 않은 물을 마셔 복통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생겼다.
그런데도 코이카는 시험굴착을 하지 않고 2015년 7월 2차 식수사업 집행계획을 세우면서 '1차 식수사업과 마찬가지로 2차 식수사업도 우물을 개발한 후 수질 문제가 있으면 정수처리시설을 설치하는 것'으로 사업방식을 확정했다.
감사원이 2차 식수사업으로 개발된 우물 7곳의 수질시험 결과 등을 확인한 결과 6곳은 WHO(세계보건기구)에서 정한 '먹는 물 수질기준'의 염소이온 농도 기준치를 초과했고, 1곳은 불소농도 기준치를 초과해 7곳 모두 수질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한 우물의 염소이온 농도는 4천597㎎/ℓ로, WHO 기준치(250㎎/ℓ)를 18배 이상 초과했다.
코이카는 염소이온 농도가 높아 마시기 어려울 정도로 확인된 우물 4곳에 정수시설을 설치해도 식수를 사용할 수 있는 수혜자가 기존 계획 대비 10%도 안 된다고 보고, 인근에 새로운 우물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예산을 투입한 우물·급수탑·관로·취수대 등을 쓰지도 못하게 됐고, 새로운 우물을 개발하는 데 2억2천만원을 추가로 투입하는 한편 사업기간도 1년 연장하게 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코이카 이사장에게 "앞으로 식수개발사업 추진 시 시험굴착 등을 통해 수량뿐 아니라 수질을 확인한 후 지하수 관정을 개발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코이카가 세네갈에 276만 달러를 투입해 2015년 하루 1만권의 생산능력을 갖춘 '국립교육인쇄센터'를 지어준 사업도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이카가 2011년부터 해당 사업을 추진하던 중 세네갈 정부는 2013년 5월 교과서를 정부가 아닌 민간에서 제작하도록 자율화하고, 국립교육인쇄센터 사업을 다른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하지만 코이카 세네갈사무소 소장은 "이미 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돼 당초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세네갈 측에 답하고, 사업 타당성을 재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했다.
세네갈의 국립교육인쇄센터는 준공 후 일회성으로 제작한 교사용 가이드북 등 180만여권을 제외하면 투표용지 등 교과서와 무관한 인쇄물을 제작했고, 센터 가동율이 지난해 2.00%, 올해 6월 0.04%로 감소하는 등 사실상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이밖에 감사원은 국무조정실이 43개 기관에서 추진 중인 무상 ODA사업 1천189개의 유사·중복 여부를 검토해 21개 사업을 통합하도록 했지만,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베트남 하천수질개선 마스터플랜사업과 유사한 사업을 올해 환경부가 하는 등 여전히 유사·중복사업이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코이카의 모로코 '카사블랑카 자동차 직업훈련원' 건립사업은 국제사회로부터 성공적 ODA사업으로 평가받는 등 공적을 세웠다며 감사원장 표창 대상으로 선정했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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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시험굴착으로 수량뿐 아니라 수질 확인 후 개발해야"
세네갈, 국정교과서 민영화에도 인쇄센터 지어줘…사실상 운영 중단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정부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이 세네갈에 개발한 관정(우물) 7곳의 지하수가 식수로 부적합해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이카는 수질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고도 시험굴착 등 대책 없이 사업을 강행했다.
감사원은 이러한 내용을 포함해 '공적개발원조(ODA)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를 15일 공개했다.
코이카는 세네갈에서 2010∼2014년 1차 식수개발사업에 550만 달러를 투입해 12곳에 우물·급수탑 등 식수공급시설을 설치했고, 2015년부터 올해까지 2차 식수개발사업에 500만 달러를 투입해 9곳에 식수공급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코이카는 1차 식수사업을 추진하면서 2013년 12월 3개 우물에서 염분이 과다 검출돼 식수로 이용하기에는 수질이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 정수처리시설 설치를 검토했으나 하루 최대 정수처리 능력이 8.16t밖에 안 돼 식수공급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해당 지역에 하루에 필요한 물 공급량은 118t인데, 최대 정수처리 능력은 7.3%밖에 안 된다.
결국 1차 식수사업으로 개발된 우물 수량 대비 실제로는 4.0%만 정수처리시설을 통해 공급되고 있고, 주민들이 정수되지 않은 물을 마셔 복통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생겼다.
그런데도 코이카는 시험굴착을 하지 않고 2015년 7월 2차 식수사업 집행계획을 세우면서 '1차 식수사업과 마찬가지로 2차 식수사업도 우물을 개발한 후 수질 문제가 있으면 정수처리시설을 설치하는 것'으로 사업방식을 확정했다.
감사원이 2차 식수사업으로 개발된 우물 7곳의 수질시험 결과 등을 확인한 결과 6곳은 WHO(세계보건기구)에서 정한 '먹는 물 수질기준'의 염소이온 농도 기준치를 초과했고, 1곳은 불소농도 기준치를 초과해 7곳 모두 수질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한 우물의 염소이온 농도는 4천597㎎/ℓ로, WHO 기준치(250㎎/ℓ)를 18배 이상 초과했다.
코이카는 염소이온 농도가 높아 마시기 어려울 정도로 확인된 우물 4곳에 정수시설을 설치해도 식수를 사용할 수 있는 수혜자가 기존 계획 대비 10%도 안 된다고 보고, 인근에 새로운 우물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예산을 투입한 우물·급수탑·관로·취수대 등을 쓰지도 못하게 됐고, 새로운 우물을 개발하는 데 2억2천만원을 추가로 투입하는 한편 사업기간도 1년 연장하게 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코이카 이사장에게 "앞으로 식수개발사업 추진 시 시험굴착 등을 통해 수량뿐 아니라 수질을 확인한 후 지하수 관정을 개발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코이카가 세네갈에 276만 달러를 투입해 2015년 하루 1만권의 생산능력을 갖춘 '국립교육인쇄센터'를 지어준 사업도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이카가 2011년부터 해당 사업을 추진하던 중 세네갈 정부는 2013년 5월 교과서를 정부가 아닌 민간에서 제작하도록 자율화하고, 국립교육인쇄센터 사업을 다른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하지만 코이카 세네갈사무소 소장은 "이미 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돼 당초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세네갈 측에 답하고, 사업 타당성을 재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했다.
세네갈의 국립교육인쇄센터는 준공 후 일회성으로 제작한 교사용 가이드북 등 180만여권을 제외하면 투표용지 등 교과서와 무관한 인쇄물을 제작했고, 센터 가동율이 지난해 2.00%, 올해 6월 0.04%로 감소하는 등 사실상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이밖에 감사원은 국무조정실이 43개 기관에서 추진 중인 무상 ODA사업 1천189개의 유사·중복 여부를 검토해 21개 사업을 통합하도록 했지만,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베트남 하천수질개선 마스터플랜사업과 유사한 사업을 올해 환경부가 하는 등 여전히 유사·중복사업이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코이카의 모로코 '카사블랑카 자동차 직업훈련원' 건립사업은 국제사회로부터 성공적 ODA사업으로 평가받는 등 공적을 세웠다며 감사원장 표창 대상으로 선정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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