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풍경 쫓아다니길 20년…지루하지 않냐고요?"

입력 2018-11-15 15:53  

"보름달 풍경 쫓아다니길 20년…지루하지 않냐고요?"
터너상 최종후보에도 오른 英작가 대런 아몬드, PKM서 8년만 개인전
대표작 '보름달' 비롯해 시간·풍경·기억 서정적으로 엮은 작업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가파른 봉우리에 오르자, 두 개 섬이 시야에 들어온다. 영국 현대 미술가 대런 아몬드(47)가 2011년 미국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접경 지역에서 포착한 풍경이다.
환한 대낮에 촬영했을 것이란 짐작과 달리, 한밤에 달빛만을 이용해 아날로그 카메라로 담아냈다는 설명에 놀라게 된다. 작품 제목('안개 바다 위 보름달')과 구도를 곱씹다 보면 그림 하나가 자연히 떠오른다. 독일 낭만주의 거장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1774∼1840) 대표작으로 꼽히는 '안개 바다 위 방랑자'(1817)다. 안개로 뒤덮인 산 아래를 내려다보는 남자의 모습을 통해 대자연과 마주한 인간의 고독함을 극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아몬드는 1997년 이른바 'yBa'(영국의 젊은 예술가) 그룹 후원자이자 거물 컬렉터인 찰스 사치가 마련한 전시 '센세이션'에 최연소 작가로 참가하면서 국제 미술계에 등단했다.
그 때문에 yBa와 함께 언급되기도 하지만, 강렬하고 팝적인 요소가 가득한 yBa 경향과는 달리 시간과 풍경, 기억 등을 파고드는 아몬드 작업은 서정적이다. 아몬드는 2005년 조모에 얽힌 기억을 공감각적으로 조명한 비디오 설치 작품으로 터너상 최종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작가는 1998년부터 꼬박 20년간 보름달 주기를 쫓아 세계 곳곳을 돌며 '보름달' 작업을 이어왔다. 달빛 아래 드러나는 자연 모습을 짧게는 10여분, 길게는 몇 시간씩 장노출로 포착한 작업이다.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개막한 대런 아몬드 작품전에도 '보름달' 연작이 여럿 나왔다. 2010년 청담동 PKM트리니티갤러리 이후 8년 만의 한국 전시다.
"이러한 대자연 풍경을 촬영하는 일이 지루하고 일상적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자연을 봄으로써 우리는 굉장히 깊은 수준의 사고를 할 수 있습니다. 풍경 너머의 것, 그리고 그 풍경을 보는 나란 존재의 위치 등을 생각하게 되죠."
'보름달' 연작은 1998년 폴 세잔(1839∼1906) 그림으로 유명한 생 빅투아르 산을 찾은 일을 계기로 시작됐다. 작가는 "마침 산 위로 달이 떴고, 그 풍경을 사진으로 어떻게 포착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라면서 "세잔의 그늘에서 시작된 작업"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장노출을 고집하는 이유로 "장노출은 자연이 오랫동안 자기의 진정한 모습을 표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시에는 '보름달' 외에도 작가가 시도 중인 신작들도 나왔다. 기차역 디지털 시계에서 영감을 받은 거울 회화와 영국 기차 표지판을 본뜬 브론즈 작업 등을 만난다. 그 구상 과정을 담은 드로잉들도 함께 전시한다.
전시는 12월 30일까지. 문의 ☎ 02-734-9467.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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