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계약서·전시계약서·모델계약서 등 미술 표준계약서 10종 공개
문체부 공개토론회 "예술가 성적 자기 결정권 보호 빠져"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미술 분야 예술인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표준계약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5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개최한 '미술 분야 표준계약서 도입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미술 분야의 주요 계약 유형별로 마련한 10종의 표준계약서 안을 공개했다.

10종은 ① 전속계약서 3종(작가전속계약·전시 및 위탁매매계약·위탁매매계약) ② 전시계약서 3종(전시계약·대관계약·전시기획계약) ③ 미술모델계약서 ④ 매매계약서 2종(위탁자 있는 매매계약·위탁자 없는 매매계약) ⑤ 건축물 미술작품 제작계약서 1종이다.
특히 얼마 전 발생한 홍익대 미술대학의 누드모델 불법촬영 사건으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미술·사진모델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하는 '미술모델계약서'가 눈에 띈다.
미술모델계약서에는 종전까지 '스튜디오'라고만 돼 있는 작업 환경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작업 내용과 범위를 작가와 모델 간에 명확히 합의하도록 하기 위한 조항이 포함됐다.
작가가 사전에 합의한 범위를 벗어난 작업을 요구하는 경우 모델이 현장에서 바로 이의를 제기하고 합리적인 소명이 없는 경우 작업을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홍대 누드모델 불법촬영 사건처럼 제3자의 일탈행위라 해도 작업 현장이나 결과물과 관련한 상황에 대해 작가가 모델의 피해 방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도 마련했다.

토론회 패널로 참가한 이수홍 홍익대 미술대학 교수는 "계약상 갑을관계를 상하 개념이 아닌 상생의 관계로 만들어 내는 것이 이번 (계약) 표준화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밝혔다.
다른 패널인 이대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매매계약이 이행된 이후 작품이 위작이라는 공인된 감정 의견이 나올 경우 위탁매매인이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규정은 미술품 유통시장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며 "다만 과연 우월적 지위에 있을 수 있는 미술품 판매자가 이러한 계약조항을 배제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최웅철 한국화랑협회 부회장은 "미술계에 필요한 계약 내용의 세분화는 긍정적이지만, 미술계의 현실을 도외시한 몇몇 조항은 실제로 통용될 수 있을지 실효성에 강한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미술계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을 위한 조치가 표준계약서에 좀 더 적극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은선 미술생산자모임 작가는 "지속가능한 창작을 위해 예술가의 성적 자기 결정권은 표준계약서 개발의 핵심이 돼야 한다"며 "앞서 간담회에서 나왔던 성적 자기 결정권 보호 조항이 삭제돼 있고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부분도 모두 반영돼 있지 않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토론회 결과와 관계 기관, 미술계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미술 분야 표준계약서를 확정하고, 내년 1월 법제화할 계획이다.
문체부는 지난 4월 발표한 '미술진흥 중장기계획(2018~2022)'에 따라 미술 분야에 공정한 계약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미술 분야 표준계약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재)예술경영지원센터, 법무법인 세종과 함께 7차례에 걸친 미술계 간담회를 거쳐 이번 계약서 안을 마련했다.
문화예술 분야 전체적으로 현재까지 7개 분야 총 37종 표준계약서가 도입된 상태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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