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이매진] 계곡 속 숨은 원탕을 찾아서

입력 2018-12-08 08:01  

[연합이매진] 계곡 속 숨은 원탕을 찾아서

(울진=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경북 울진에 있는 덕구온천은 국내 유일의 자연 용출온천이다. 계곡 깊숙이 자리한 원탕에서는 뜨거운 물이 끊임없이 솟아오른다. 덕구온천에 가면 온천욕을 즐기는 즐거움과 경관 수려한 계곡을 거닐어 원탕을 찾아가는 트레킹을 경험할 수 있다.



덕구온천의 역사는 600여 년에 이른다. 전설에 따르면 고려 말 활과 창의 명수인 전모(田某)라는 사람이 사냥꾼들과 함께 태백산맥 동쪽 응봉산 일대에서 사냥하던 중 상처를 입고 도망하던 멧돼지가 계곡 사이에서 몸을 씻고 쏜살같이 달아나기에 이상하게 여겨 살펴봤더니 땅에서 뜨거운 물이 솟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응봉산 중턱의 덕구계곡에서는 이렇듯 예전이나 지금이나 자연적으로 하루 약 2천t의 온천수가 용출하고 있다. 이렇게 솟은 온천수는 계곡을 따라 연결한 길이 4㎞의 송수관을 통해 실려 와 덕구온천에 공급되고 있다. 이 온천수는 덕구온천리조트가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덕구온천은 국민보양온천이다. 국민보양온천은 온도, 성분 등이 우수하고 주변 환경이 양호해 건강 증진과 심신 요양에 적합하다고 인정된 온천 중 행정안전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시도지사가 지정한 온천을 말한다. 속초 설악 워터피아, 아산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 예산 리솜스파캐슬덕산, 동해 그랜드 관광호텔 온천, 충주 중원온천, 제주 삼매봉 스파밸리 온천, 마금산 원탕관광온천 등이 이에 속한다.



◇ 온천과 스파를 함께 즐긴다

덕구온천은 스파월드, 대온천장, 프라이빗 스파룸으로 구성돼 있다. 방문객은 대온천장만 이용하거나 스파월드와 대온천장을 함께 이용할 수도 있다. 프라이빗 스파룸은 일명 '가족룸'으로 별도 공간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한 장소이다.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후 계단을 오르면 커다란 풀 2개와 어린이용 슬라이드가 있는 스파월드가 나타난다. 스파월드는 후끈한 기운이 가득하다. 자녀를 동반한 가족이나 젊은 층이 많아서인지 여름철 해변이나 물놀이장에서 볼 수 있는 래시가드를 입은 이들이 많다. 물론 실내 시설이어서 수영모나 모자 착용은 필수다.
스파월드 실내에는 '테라쿠아'와 '액션스파'가 있다. 테라쿠아는 기포와 물의 흐름을 이용해 발부터 머리까지 온몸을 마사지하는 것으로 근육통과 피로 해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액션스파는 더 강력한 수류로 몸을 마사지하는 것을 말한다.
안내판에 적힌 순서에 따라 테라쿠아와 액션스파를 체험했다. 강력하게 분사된 물이 몸 구석구석을 파고든다. 시원하면서도 간지럽고, 때론 바늘로 찌르듯 아프기도 하다. 30분 정도 테라쿠아와 액션스파를 체험하고 나니 몸 여기저기 뭉친 곳이 한결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실내에는 사우나와 황토찜질방도 있다.
노천에는 수직으로 떨어져 내라는 물줄기로 마사지를 하는 물안마폭포탕, 300년 이상 된 원목이 은은한 향기를 전하는 원목온탕, 딸기와 레몬을 이용한 딸기탕과 레몬탕, 온천욕 후 쉴 수 있는 야외 선탠장이 있다.
스파월드에서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대온천장이다. 42.4도 덕구온천의 온천수를 제대로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일반 목욕탕과 모습은 비슷하지만 규모가 엄청나다. 일반 온수탕부터 바가지탕, 냉탕을 갖추고 있고, 사우나와 찜질침상이 마련돼 있다. 뜨거운 물에서 온천욕을 하고 나면 온몸이 무장해제되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 원탕 숨겨놓은 계곡 트레킹

덕구온천 원탕(原湯)은 계곡을 따라 4㎞를 가야 나타난다. 온천지구에서 계곡으로 진입한 후 대형 파이프를 따라가면 된다. 이 파이프는 원탕에서 나온 온천수를 온천지구까지 실어나르는 관이다. 원탕까지 거리가 상당하지만 경사가 완만하고 경관이 수려해 산책 삼아 가볍게 길을 나서면 된다.
트레킹은 콘도 건물 아래 계곡을 가로질러 놓인 다리를 건너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줄기가 매끈하고 붉은 적송이 즐비한 계곡으로는 맑은 계수가 쉼 없이 흐른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시작으로 계곡을 건널 때마다 호주 시드니 하버 브리지, 프랑스 노르망디교, 스페인 알라미요교, 경주 불국사의 청운교·백운교 등 축소 제작한 전 세계의 유명한 다리를 건너는 것도 흥미롭다. 다리마다 특징과 유래를 알려주는 안내판도 있다.
특히 1.5㎞ 지점에 있는 용소폭포와 주변의 기암이 펼치는 풍경은 압도적이다. 수백 년간 용이 되기를 기원한 이무기가 산신의 도움으로 이곳에서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한다. 폭포 위쪽 계곡을 가로지르는 크네이크교(독일 뒤셀도르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일품이다.
탐방로에서는 뿌리가 다른 나무가 한 나무처럼 붙어버린 '연리지'를 볼 수 있다. 한 효자가 샘물로 중병을 앓던 어머니를 낫게 했다는 효자샘도 있다. 수분 보충이 필요한 적절한 시점에서 맛보는 샘물은 무척 달고 시원하게 느껴졌다.
마지막 다리인 장제이교(중국 구이저우성)를 건너면 마침내 희뿌연 김이 피어오르는 원탕이 나타난다. 원탕 입구에 있는 어른 키 높이의 석탑에서는 끊임없이 물이 솟아오른다. 원탕의 물은 바가지로 받아 마실 수 있다. 물은 따뜻할 뿐 아무런 냄새나 맛이 나지 않는다. 바로 옆에는 족욕탕을 조성해 놓았다. 족욕탕에 발을 담가본다. 이내 따스한 기운이 퍼지면서 1시간여의 트레킹으로 피로해진 다리가 깃털을 단 듯 가벼워졌다.



◇ 제철 맞은 대게와 코발트 빛 바다

울진 하면 역시 대게를 빼놓을 수 없다.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가 제철이라고 하니 온천여행 기간과 겹친다. 덕구온천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죽변항에 가면 탱글탱글하고 고소한 대게나 홍게를 맛볼 수 있다.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에 좋은 물메기탕과 일명 '삼식이탕'이라 불리는 삼세기탕도 일품이다.
죽변항 인근에는 2004년 드라마 '폭풍 속으로'의 촬영지가 있다. 청정한 옥빛 바다가 펼쳐지는 언덕에는 드라마 속 주인공의 동화 같은 집이 서 있다. 촬영지 옆 '용의 꿈길'로 들어서면 시원스럽게 펼쳐진 동해를 감상하며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용의 꿈길'을 따라가면 닿는 언덕 위에서는 1910년부터 불을 밝히고 있는 죽변등대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8년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dkl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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