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패션 프루트', 제천 '석류' 등 아열대 과수 재배 늘어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영동군 심천면의 이병덕(62) 씨 비닐하우스에는 요즘 '용과'(龍果)라는 낯선 과일이 무럭무럭 익어가고 있다.

용을 연상케 하는 생김새 때문에 '드래곤 프루트'(Dragon Fruit)라고도 불리는 이 과일은 중남미가 원산인 아열대 작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와 남해안 온실에서만 제한적으로 재배됐는데, 최근 온난화 여파로 재배지가 북상하는 중이다.
이 씨는 2년 전 포도농사를 접고 용과 재배에 뛰어들었다. 영동군 농업기술센터의 기술지원을 받아 반신반의하면서 시작한 농사인데, 지금 상황이라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셈이다.
6천㎡에 이르는 그의 비닐하우스에는 7천 포기가 넘는 용과가 자라고 있다. 지난 8월 25일 처음 수확한 데 이어 최근 출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씨는 "용과는 한 번 심으면 20년 넘게 수확할 수 있고, 가격도 2㎏에 1만3천원을 웃돌아 포도농사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소개했다.
과거 동남아에서나 접하던 아열대 과일이 충북 곳곳에서 재배되고 있다. 기온 상승과 일조량 증가 등 온난화에 따른 것인데, 발 빠른 농가들을 중심으로 작목전환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충주시 엄정면 이상훈(42) 씨는 브라질 원산의 '패션 프루트'(Passion Fruit)를 재배한다. 100가지 향과 맛이 난다고 해서 '백향과'라는 별칭이 붙은 이 과일은 비타민C 성분이 석류보다 3배 이상 많다고 알려졌다.
4년 전 재배에 뛰어든 그는 1천650㎡의 비닐하우스에서 한 해 1.4∼1.6t의 패션 프루트를 생산해 온라인 판매한다.
지중해가 원산지인 열대 과일 무화과도 '충주산'이 나온다.
충주시 달천동에서 8년째 무화과 농장을 운영하는 임봉규(74)씨는 "농업기술이 발전했고, 기온도 서서히 오르고 있어 이제는 아열대·열대를 구분 짓는 게 무의미해졌다"며 "재배환경만 잘 맞추면 어떤 작물의 농사도 가능한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제천시 농업기술센터는 2015년부터 시험 재배한 석류를 농가에 보급하는 중이다.
껍질에 이질과 설사를 잡는 성분이 들어 약재로 쓰이는 석류 역시 아열대 작물이다.
이 센터 관계자는 "3년간 시험 재배를 거쳐 제천에서도 석류를 재배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아열대 과일의 경우 초기 투자비가 부담스럽지만, 기존 작물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년께 경지 면적의 10.1%가 아열대 기후에 속하게 된다. 2060년이면 26.6%, 2080년이면 62.3%로 늘어나 한반도 대부분이 사실상 아열대 기후권에 들어간다.
이에 발맞춰 아열대 작물 재배도 급격히 늘어 2015년 362㏊이던 재배면적이 지난해는 428.6㏊로 18% 증가했다. 2년 뒤인 2020년에는 1천㏊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충북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일반적인 과수는 심은 뒤 2∼3년 지나야 첫 수확 하지만, 아열대 과수는 이보다 수확이 빠르고 1년에 2∼3번도 가능해 경제성이 높다"며 "기후변화에 따라 차츰 아열대 과수를 재배하는 농가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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