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넘게 굿네이버스서 개발협력 사업…르완다·케냐·인도서 활동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사람들은 '봉사' 앞에 '자원'이라는 단어를 붙여 쓰고 있는데, 이제부터는 '의무'라는 단어를 넣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선정하는 '2018 대한민국 해외봉사' 대상 수상자인 안승진(48) 굿네이버스 니제르 지부장은 '봉사'에 대한 소신을 소감으로 대신했다.
23일 열린 수상식 참가차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중남부에 있는 니제르에서 일시 귀국한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봉사는 공유이자 나눔"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안 지부장은 "남는 자원들을 함께 나누지 않음으로써 기후변화, 환경재앙 등과 같은 자연 재앙이 온다"며 "나눔으로써 그걸 막을 수 있기에 봉사는 누구나 해야 할 의무로 다가왔다"고 강조했다.

안 지부장의 이런 소신은 22년 넘게 시민단체(NGO)인 굿네이버스에서 국제개발 협력 현장을 누비며 체득한 경험에서 비롯한다.
대구 출신인 그는 대구대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사회복지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1996년 3월 첫 직장인 굿네이버스의 전신 '한국이웃사랑회'에 입사해 대구 지부에서 근무했다.
'왜 월급도 많지 않은 NGO에 들어갔느냐'는 질문에 그는 "굳이 연관을 짓자면 할아버지 때문"이라며 사연을 전한다.
"할아버지가 신사참배 거부 등 독립운동을 하다 잡혀 옥고를 치른 뒤 그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나셨어요. 옥중일기를 나중에 발견해 읽었는데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대단하시더라고요. 저도 나중에 나라나 인류를 위해 무엇인가를 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랐어요."
그의 첫 해외 파견은 2000년 8월.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은 르완다에 자원해 갔다. 신혼의 단꿈을 꾸던 아내에게는 '신혼여행 간다고 생각하라'며 설득했다. 당시 이 나라는 1994년 발생한 종족 간 학살(제노사이드)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때여서 마을 학교나 공공건물은 전범 재소자들을 가둔 교도소였을 정도로 어수선했다. 이곳에서 2년간 의료지원 사업을 펼쳤다.
또 현지 교육재단과 협력해 수도 키갈리에서 유치원 운영을 지원했고, 유치원을 나온 아이들의 학업이 이어지도록 부족한 초등학교 교실도 증축했다.
르완다에서 케냐로 이동해 1년간 더 근무한 뒤 2003년 귀국한 그는 2008년 인도로 나가기까지 본부에서 국제협력팀장, 홍보부장 등으로 일했다. 틈틈이 인도네시아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의 자연재해 지역에 파견돼 구호에 나서기도 했다.
"2004년 12월께 남아시아 일대에서 지진 해일 피해로 23만명이 목숨을 잃었어요. 당시 인도네시아 북부 수마트라섬 반다아체 주로 갔는데, 많은 사상자로 인해 수습 못 한 시신을 태우는 광경을 보면서 절망을 느낀 적이 많아요. 그런데 시간이 흘러 다시 찾았을 때 초토화한 땅이 활동가들에 의해 회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는 2008∼2013년 인도 지부장, 2013∼2017년 케냐에서 아프리카권역 본부장, 2017년부터 현재까지 니제르 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5년간 인도지부장으로 근무하면서 남인도 지역의 빈곤퇴치와 자립역량 강화를 위한 개발사업을 전개했고, 4년간 아프리카권역 본부장을 맡아 아프리카 13개 사업국을 개척하거나 관리해 성과를 높이고 투명성을 제고했다.
그는 지난해 니제르에 파견돼 1만여 명의 농촌 지역 주민에게 교육, 보건, 식수와 위생, 여성권리 증진, 소득증대 등의 지역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안 지부장은 자신을 '개발협력 현장 활동가', '구호 개발 사업가'라고 칭했다. 그러면서 "우리 같은 현장 활동가는 전문적이고, 가치 있는 일을 하기에 소양과 지식을 겸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정의했다.
"사람들은 제게 '좋은 일 한다'고 해요. 그 말이 얼마나 어색한지 몰라요. 적당한 급여를 받고 양지에서 일하잖아요. 솔직히 보상도 없이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봉사자'라고 말할 수 있죠."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건넸다.
"교육, 보건 등 개발협력 분야의 지식뿐만 아니라 세계관·가치관·휴머니즘 등의 가치를 고루 갖춰야 합니다. 석·박사들은 수준 차이가 나는 현지인들과 동화하지 못해 중도에 그만두고, 가치적인 일에 동참하려는 사람은 전문성이 떨어져 귀국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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