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대통령 계엄령 발동…서방, '우크라 함정 나포' 러 비난(종합2보)

입력 2018-11-27 05:44   수정 2018-11-27 14:56

우크라 대통령 계엄령 발동…서방, '우크라 함정 나포' 러 비난(종합2보)
포로셴코 "12월 말까지, 국방력 강화 분야에 제한적으로 계엄 적용"
우크라 의회도 계엄 도입안 승인…EU·나토 등은 우크라 지지 발표
러시아 "치밀하고 계획된 도발…대러 제재 확장 명분 만들려는 것"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전날 케르치 해협에서 발생한 러시아 해군의 자국 군함 나포로 인한 비상 상황과 관련해 계엄령을 선포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대통령 행정실은 이날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보도문을 통해 포로셴코 대통령이 계엄령 발동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자국군 총참모부에 계엄령 시행을 위한 일부 군대 동원령을 발령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면서 일부 예비군 병력 동원 훈련을 실시하고, 중요 국가시설 및 행정시설·산업 지대·군부대 등을 보호하기 위한 방공망을 가동하라고 명령했다.


포로셴코는 뒤이어 대국민 TV 담화를 통해 "국가안보국방위원회(우리의 국가안전보장회의 격) 결정에 따라 대통령이자 군 최고사령관으로서 헌법적 의무를 이행했다"면서 "오는 28일 오전 9시부터 우크라이나 전역에 걸쳐 계엄령을 도입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계엄령 기간과 관련 "국가안보국방위원회가 제안한 60일 대신 30일로 줄였다"면서 계엄령 기간이 내년 3월 31일로 예정된 대선 선거운동 개시 기간과 겹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전날 우크라이나 안보 분야 최고 협의체인 국가안보국방위원회는 케르치해협 사태와 관련, 60일간의 계엄령을 선포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이날 늦게 대통령이 제출한 계엄령 요청 법안을 승인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법안 승인에 앞선 의회 연설에서 "계엄령이 우크라이나 전역이 아니라 러시아와의 접경 지역과 흑해 및 아조프해 해안 지역 등에만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칙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을 대상으로 한 계엄령이지만 주요 적용 대상은 국경 인접 지역이 될 것이란 의미로 해석됐다.
이날 의회 승인으로 대통령이 서명한 계엄령은 정식 발효됐다.
계엄령에 따라 통행금지, 언론보도 및 집회·시위 제한, 정당 및 사회단체 활동 금지, 강제 노역 동원, 외국인 추방 등의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하지만 포로셴코 대통령은 이날 TV 담화에서 이번 계엄령이 우크라이나의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한 분야에 제한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계엄령으로 국민의 권리나 자유를 제한하거나 검열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조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이 있을 시 신속하게 모든 자원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하는 인적, 군사적, 재정적 조치들만이 취해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계엄령은 전쟁선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이는 전적으로 점증하는 러시아의 공세에 대응해 우크라이나의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 러시아 해안경비대는 흑해에서 아조프해로 가기 위해 케르치해협을 통과하려던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 2척과 예인선 1척을 무력을 동원해 나포한 뒤 인접한 크림반도의 케르치항으로 끌고 가 억류했다. 나포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군인 최소 3명이 부상했으며 이들은 현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를 포함해 나포된 우크라이나 수병은 모두 24명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 함정 나포를 영해 침범에 대한 합법적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자유로운 항행을 방해한 공격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해안경비대를 관할하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날 나포한 우크라이나 함정 승조원들을 신문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함정들이 우크라이나 당국의 직접 지시로 고의로 러시아 영해로 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FSB 공보실은 "나포된 함정에 타고 있던 우크라이나 국가보안국 소속 요원 2명이 도발을 지휘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함정들의 영해 침범이) 지역과 형태로 볼 때 치밀하게 준비하고 계획된 도발임이 명백하다"면서 "이는 역내에 또 다른 긴장 지점을 조성하고 대러 제재 확장 명분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일각에선 지지율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포로셴코 대통령이 내년 3월로 예정된 대선을 연기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러시아와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모스크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 대행을 초치해 우크라이나 함정의 러시아 영해 불법 침임에 대해 항의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반면 포로셴코 대통령은 앞서 이날 국가안보국방위원회 회의에서 "러시아 측이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하며 우크라 군인들을 억류했다"면서 억류한 군함과 승조원들을 즉각 석방하라고 러시아 지도부에 요구했다.
전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러시아 대사관 건물 주변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던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단체 소속 회원들은 이날도 오데사와 하리코프 등의 러시아 총영사관 앞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대는 총영사관 건물 안으로 연막탄과 불꽃놀이 기구 등을 던져 넣기도 했다.
서방도 러시아를 비난하고 나섰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한 뒤 "아조프해에서 러시아가 무력을 사용한 것을 비난한다"면서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 승조원과 함정을 돌려보내고 추가적인 도발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도 이날 포로셴코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 뒤 나토 본부에서 우크라이나 관리들과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나토 측은 스톨텐베르크 총장이 이날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의 영해 내 완전한 항해권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영토와 주권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표했다"고 밝혔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러시아 측의 요청으로 긴급회의를 열어 케르치 해협 사태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의제 상정에 대해 15개 이사국 가운데 7개국이 반대, 4개국이 찬성, 4개국이 기권하면서 무산됐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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