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씨름 인류유산 공동등재 남북 동질성 회복 계기 돼야

입력 2018-11-27 15:48  

[연합시론] 씨름 인류유산 공동등재 남북 동질성 회복 계기 돼야

(서울=연합뉴스) 한민족에게 가장 친숙한 민속놀이 가운데 하나가 씨름이다. 어떤 민속학자는 씨름을 '한민족의 혼을 담은 몸의 언어'라고 표현할 정도다. 한민족의 문화적 정체성을 잘 드러낸 이 씨름이 인류유산의 자리까지 올랐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최근 개막한 제13차 회의에서 씨름을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했다. 공식 명칭은 '씨름, 한국의 전통 레슬링(Traditional Korean Wrestling, Ssirum/Ssireum)'이다. 씨름이 가지는 독창성과 전통성을 세계인이 인정한 셈이다.

모래판 위에서 상대방을 당기거나 밀치고, 메치거나 뒤집는 씨름은 무예를 벗어나 세시풍속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조선 시대 최고의 풍속화가인 단원 김홍도의 '씨름도'에서 그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씨름도는 모래판 위에서 씨름을 벌이는 사람과 이들을 둘러싼 구경꾼들이 생동감 있게 묘사된 단원의 대표작이다. 구경꾼 중에는 도포 차림에 갓 쓰고 부채로 얼굴을 가린 양반에서부터 중인, 천민까지 다양하다. 늙수그레한 중년 남성도 있고 댕기 머리 총각도 있다. 계급사회에서도 계층과 나이를 초월해서 모두가 씨름을 즐겼음을 보여준다. 민속학자들에 따르면 16세기 무렵부터 단오에 여성은 그네뛰기, 남성은 씨름을 즐겼다고 한다. 씨름의 역사는 한민족과 함께한다. 중국 지린성(吉林省) 지안(集安)시에 있는 고구려 고분 각저총(角抵塚) 벽화는 씨름의 유구한 역사를 입증한다. 벽화 속에는 두 남성이 상대의 허리춤을 붙잡고 몸을 숙여 씨름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씨름이 남북한의 사상 첫 공동등재라는 점은 동질성 회복 차원에서 그 의미를 더욱 깊게 한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이례적으로 대표목록 심사에 앞서 씨름 공동등재를 안건으로 상정해 24개 위원국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위원회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차원에서 공동등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씨름 공동등재를 계기로 남북교류의 지평도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남북이 개별적으로 등재한 아리랑과 김장 문화도 공동등재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세계유산 분야에서는 비무장지대(DMZ)가 공동등재 1순위로 꼽힌다. 2009년 세계유산이 된 조선왕릉은 '확장 등재' 대상의 하나다.

한민족의 5천년 역사는 남북을 하나로 묶는 끈이다. 비록 분단 73년간 적대관계를 지속하면서 이질적 요소가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고 하지만 각 분야에서 다양하게 남북이 교류하면 이른 시일 내에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역점을 둘 분야는 학술·문화·스포츠다. 남북문제는 민감한 부분이 많아 외적으로 대북제재 위반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내적으로는 남남갈등이나 이념적 충돌도 발생할 우려가 있다. 그러나 학술·문화·스포츠 분야는 정치·군사·외교적 부담이나 잡음이 없이 남북이 교류할 수 있다. 오히려 이런 사업이 작지만, 실질적이고 민족의 동질성 회복 차원에서 의미가 깊다. 이런 '작은 통합'이 쌓이다 보면 평화통일의 초석이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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