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노래한 이주여성들의 삶 '계절의 다섯가지 색'

입력 2018-11-27 16:36  

시로 노래한 이주여성들의 삶 '계절의 다섯가지 색'
다문화 사회적 기업 아시안 허브, 이주여성 시선집 낭독콘서트 개최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생각에 잠겨 걷는 그 사람을 보니/생각나는 사람이 있네//엄숙한 길을 따라/친숙한 뒤태 보인다//칠십 넘은 지 오래 된/친정아버지 생각 난다//인생이라는 안개 속을/쉬지 않고 걷고 있는 우리 아버지// 보고 싶다//"(멀얼게럴 '안개 속에' 부분)
"매일 쌓여가는 편지를/서랍에서 꺼내어 보다가/찢어버리고 다시 고치고…/마음을 다스리는 일과 끝에/주변 사람들의 마음에/조용히 스며들고/맞이하게 될 영원한 하루//"(야마구찌 히데꼬 '하루' 부분)
27일 서울 관악구 인헌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계절의 다섯가지 색' 낭독콘서트에서는 이주민 삶의 애환을 노래한 이주 여성들의 시가 낭랑하게 울려 퍼졌다.
'계절의 다섯가지 색'은 몽골(멀얼게럴), 미얀마(라르고), 일본(야마구찌 히데꼬) 출신 이주여성과 한국 여류 작가 2명(최다인, 최지인)이 함께 펴낸 시선집이다.
이번 시집은 다문화 전문 사회적 기업 아시안 허브가 운영 중인 이주민 작가 양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출간됐다.
작가들의 국적과 삶의 모습은 다르지만, 이들은 '여성', '타국에서의 삶'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꿈을 펼치고 싶다는 소망을 시에 담아냈다.
책의 표지로 새의 깃털이 그려진 그림을 선택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표지는 화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아나운서 출신 최지인 작가가 직접 그렸다.
"책을 쓰고 시를 쓸 때마다/'나 같은 사람이 감히 책을 쓰고 시를 쓸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합니다//그래도/'들꽃은 들꽃대로 아름다운 거니까'/라고 되뇌이며/한 글자 한 글자 적어내려 갑니다//"(최지인 '들꽃은 들꽃대로 아름답다고' 부분)


"세월이 지나 철이 든 나이가 되니/예전 엄마 품 속 향기보다/그리고 나의 한쪽인 님의 향기보다 더 푸근하고/한평생 맡을 수 있는 향기라는 것을/이제야 깨닫게 되었네/편안하고 향기로운 향기/그게 바로 나의 마음을 고요하게 해준/동녘 바람이 실어다 준 향기이었기에//"(라르고 '향기' 부분)
라르고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미얀마 출신 이주여성 강선우 씨는 "향기라는 작품은 제 성장 과정을 담은 시"라며 "미얀마인들은 대부분 불교를 믿는데 부처님 품에서 나는 향기가 가장 좋은 향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얀마 동쪽에 인도가 자리 잡고 있어 부처님의 향기를 동녘 바람이 실어다 준 향기로 표현했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한국어로 읽는 동화시리즈' 중 하나인 '은혜 갚은 지장보살'(일본 동화책), '만리장성의 울음소리'(중국 동화책)도 함께 낭독됐다.
한국어로 읽는 동화시리즈는 이주여성이 모국에서 듣고 자란 전래동화를 자녀들에게 전달하면서 자연스럽게 엄마 나라를 소개할 수 있도록 아시안 허브가 기획한 작품이다. 현재 몽골, 미얀마, 베트남 등 11개국의 전래동화 60권이 제작됐다.
해당 동화책에는 모두 QR코드가 삽입돼 이를 이용하면 유튜브를 통해 동화책 내용을 오디오북으로 들을 수도 있다.
[ahTV 엄마나라동화책] 한국어로 읽어주는 중국동화 "만리장성의 울음소리"

최다인이라는 필명으로 시선집 출간에 함께 참여한 아시안 허브 최진희 대표는 "이주민과 선주민이 함께 만든 작품이라는 큰 의미가 있다"며 "이 자리에 오신 분 모두가 이주민과 함께 작가가 되셨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콘서트 사회를 맡은 임정진 동화 작가는 "국적은 다르지만 사실 우리는 다 같은 지구인으로서의 연대감이 있다"며 "같이 손잡고 어려운 일, 기쁜 일, 함께 돕는 일을 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sujin5@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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