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법인 세워 범죄조직에 '대포통장' 판매 일당 검거

유령법인 세워 범죄조직에 '대포통장' 판매 일당 검거
법무사와 공모해 대포통장 98개 개설해 1억5천만원 챙겨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유령법인을 설립한 뒤 법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개설해 범죄조직에 판매한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총책 천모(42)씨 등 5명을 구속하고, 13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과 공모해 유령법인을 설립해주고 대가를 챙긴 혐의(납입 가장·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등으로 법무사 사무소 실장 김모(43)씨를 구속하고, 직원 등 3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천씨 등은 2016년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유령법인 명의 대포통장 98개를 개설한 후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판매해 1억5천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인 등에게 "법인당 월 150만원을 주겠다"고 속여 법인 대표자 명의를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법인설립등기 신청 때 명의를 빌린 사람이 아닌 타인 명의의 잔고 증명서를 첨부해 마치 자본금이 5천만~8천만원이 있는 법인인 것처럼 가장했다.
김씨는 42개의 유령법인을 설립해주면서 설립 대납료 등의 명목으로 2천500만원 상당을 받아 챙겼다. 김씨가 이용한 타인의 잔고증명서 총액은 26억6천500만원에 달했다.
천씨 등은 법인 대표자 명의 제공자를 주변 지인 위주로 모집해 통장 명의자가 통장 구매자의 돈을 인출해 달아나는 것을 방지했다.
이들은 명의를 빌려준 지인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 주겠다"며 "경찰에서 연락이 오면 전화도 받지 말고 출석도 하지 말아라"고 교육까지 했다.
천씨 등은 최근 개인이 통장을 개설하는 절차가 까다롭게 바뀌자 비교적 통장 개설이 쉬운 법인 명의로 대포통장을 개설했다.
신용이 불량하더라도 법인을 설립하는 데 지장이 없고, 법인 명의 통장이 개인 통장보다 거래 한도가 높아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이 선호했다.
경찰은 천씨의 사무실에서 대마초 등을 발견하고, 구속된 4명에게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추가 적용했다.
경찰은 확인된 유령법인과 대포 계좌에 대해서는 세무서·금융기관에 통보해 폐업과 지급정지 조치를 했고, 법무사 사무실에 대해서는 관할 법원에 통보해 행정 조치를 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도박, 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죄의 기초가 되는 대포통장 유통 조직을 지속해서 단속할 예정"이라며 "대포통장을 사용한 범죄조직도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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