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들, 통상 안전조치 않고 기수 내려갈 때마다 올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지난달 29일 인도네시아 해상에 추락한 보잉 737 맥스(MAX) 8 여객기는 핵심 센서가 제대로 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운항에 투입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국가교통안전위원회(KNKT·영문 약자 NTSC)는 이날 기자회견을 하고 이번 사고에 대한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KNKT의 보고서는 추락 원인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채 이달 1일 추락 해역에서 회수한 비행기록장치(FDR)를 분석해 재구성한 사고경위를 밝히는데 초점을 뒀다.
인도네시아 저가항공사 라이온에어는 추락 전날인 지난달 28일 추락 전 마지막 비행에서 고장이 확인된 받음각(AOA) 센서를 수리하려 했으나 실패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고기는 같은날 AOA 센서를 교체한 이후부터 비행기의 날개와 기류의 각도인 받음각이 잘못 측정되는 문제를 겪었다.
기장석 측 AOA 센서는 기수가 실제보다 20도나 높게 들린 것으로 측정했고, 이는 기수가 너무 높이 들려 추락할 상황이 되면 자동으로 기수를 내리는 안전장치인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을 오작동시켰다.
라이온에어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절차에 따라 수리를 진행했다고 밝혔지만, 사고기는 지난달 29일 오전 자카르타 인근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을 이륙하자마자 같은 증상에 시달렸다.
보고서는 사고기의 기내 컴퓨터가 추락 전까지 13분 동안 약 30차례에 걸쳐 기수를 내리려 시도했다고 밝혔다.
조종사들은 기수가 낮춰질 때마다 수평꼬리날개를 조정하고 조종간을 잡아당겨 고도하강을 막았지만, 문제의 안전장치와 연동된 항공기 자세제어 장치를 끄는 등 통상적인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륙 직후 지상 관제탑에 "조종상 문제"를 호소하며 정확한 고도와 비행속도를 묻는 등 자신들이 직면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누르차효 우토모 KNKT 항공사고 소위원회 위원장은 "추락 전날 밤 마지막 운항 당시에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으나, 그때는 조종사가 항공기 자세제어 장치를 끄고 수동으로 비행기를 조종했다"고 말했다.
라이온에어가 승무원 교대 과정에서 점검 상황 등을 제대로 인수인계하지 않았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결국 사고기는 이륙 13분만에 자카르타 인근 카라왕 리젠시(군·郡) 북쪽 해상에 추락했다.
조종사들이 조종간을 계속 잡고 있었는데도 추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추락 직전 조종사들은 기내의 고도계가 모두 다른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며 고도를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탑승자 189명은 전원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1999년 창립해 동남아 최대 항공사로 성장한 라이온에어는 크고 작은 사고를 거듭 일으켜, 외적 성장과 비용 절감에만 골몰해 승무원 교육과 안전 관리를 도외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편, 최신 모델인 보잉 737 맥스 시리즈에 MCAS를 새로 탑재한 사실을 조종사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사고를 초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던 보잉은 한숨을 돌리는 모양새다.
보잉은 성명을 통해 "737 맥스는 지금껏 하늘을 날았던 어떤 비행기만큼이나 안전하다고 장담한다"면서 KNKT의 보고서가 라이온에어의 관리부실과 조종사들의 대응 실패를 언급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KNKT의 최종 보고서는 내년 중순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