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설물·표지판 파손, 물건 적치 등 안전무시 관행 신고·개선
서울시 25개구 1천171명 활동…"동네 지키는 봉사활동 보람 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같아요. 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미리미리 작은 위험을 감지하고 방지해야 해요."
"주민이 신고를 하지 않으면 누가 알아서 고쳐주지 않아요. 그래서 주민들이 신고를 부지런히 해야 해요. 그러면 동네가 점점 안전해집니다."
지난달 29일 홍대 앞 번화가. 쌀쌀한 날씨 속 똑같은 모자와 점퍼를 착용하고 가슴에는 배지를 단 일행 15명이 움직이자 행인들의 눈길이 이들에게 한 번씩 머문다. 단체 여행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노골적인 유니폼 차림새라 호기심이 생긴다.
50~60대로 보이는 남녀가 부지런히 스마트폰으로 주변 사진을 찍는데, 풍경을 찍는 게 아니다. 길바닥을 찍고, 전신주를 찍고, 거리의 펜스를 찍는다. 그러고는 간단한 메모와 함께 사진을 어딘가로 전송한다.
이들은 바로 서울시 '안전보안관'이다. 통·반장, 재난·안전 관련 단체 회원 등 지역을 잘 알고 활동성과 전문성을 갖춘 시민 중 자치구 공모를 통해 올해 8월 선발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1천171명(남성 373명, 여성 798명)이 뽑혔다.

국가민방위재난안전교육원에서 실시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은 지난 10월부터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를 수시로 돌면서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현장이나 안전무시 관행을 행정안전부 안전신문고로 신고한다.
'안전보안관'은 서울시가 2015년부터 운영해온 '우리동네 안전감시단'을 롤모델로 삼아 행정안전부가 전국 사업으로 확대한 시민 거버넌스다. 일상 속 안전무시 관행과 위법사항을 발견해 신고하고, 지자체가 실시하는 안전점검·캠페인 등에도 참여한다.
1일 4시간 기준 4만원의 실비가 지급되지만 대부분의 안전보안관은 동네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참여한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마포구 안전보안관 대표이자 서울시 안전보안관 부대표를 맡고 있는 강순희(60) 씨는 "여러 봉사활동을 하고 있고 안전보안관 역시 봉사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며 "2015년부터 500~600건 안전 신고를 했는데 위험 요소가 개선되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눈을 크게 뜨고 주변에 위험한 게 없는지 찾는다"고 말했다.
강씨는 "전선이 늘어져 있는 경우, 길바닥 일방통행 표시가 제대로 안 돼 있는 경우, 교통표지판이 지워진 경우 등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위험한 걸 발견할 때마다 신고한다"며 "우리 마포구 안전보안관이 열심히 활동해서 마포구가 아주 깨끗해지고 안전해졌다"고 뿌듯해했다.

이날 안전보안관과 동행한 마포구청 임종문 주임은 "확실히 동네 주민들이라 자기가 사는 지역을 잘 알고 뭔가 위험한 게 보이면 바로 신고를 한다"면서 "구청에서도 신고를 접수하면 바로 개선을 한다"고 말했다.
마포구에서 25년째 살고 있다는 김병준(63) 씨는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위험한 게 엄청나게 많다"며 "보도블록이 툭 튀어나온 곳, 안전망 설치하지 않은 공사장, 전봇대가 기울어진 곳, 밤에 가로등 불이 안 켜지는 곳 등 모두 신고 대상"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안전보안관 활동이 필요하다. 주민이 신고를 하지 않으면 후진국처럼 위험 요소가 그대로 방치돼 있을 것"이라며 "시민들이 감시하고 신고해야 위험한 게 개선된다"고 강조했다.
진눈깨비가 날리기도 하고 차가운 기운이 몸을 파고드는 궂은 날씨였지만 이들 안전보안관들은 홍대입구역 8번 출구에서 출발해 홍대 앞 번화가를 부지런히 누비며 사방을 둘러봤다.

젊은이들로 붐비는 거리에서 50~60대 안전보안관들이 활동하는 모습은 흡사 자식들의 안전을 위해 장애물 제거에 나선 부모의 모습 같았다.
김씨는 "여기 안전보안관의 80%가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을 오랫동안 해온 분들"이라며 "다들 봉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한다"고 전했다.
송연순(63) 씨는 "이번에 처음 안전보안관이 됐는데 해보니까 평소 무심코 지나가던 동네의 구석구석에 관심을 갖게 되더라"며 "예전에는 '왜 저렇게 방치해놓았을까' 하면서도 넘어갔던 일을 이제는 내가 신고하고, 그것을 통해 위험한 게 개선되는 걸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송씨는 "길 가다 작게 작게 뭔가를 보수한 것들이 눈에 띄면 '아 누군가 신고를 해서 보수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혼자 미소를 짓곤 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안전보안관들이 시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생활 곳곳의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우리사회 안전수준을 높이는 데 큰 활약을 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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