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 위험물 지하배관 1만3천㎞…울산 땅 밑 '불안불안'

입력 2018-12-08 07:31  

산업단지 위험물 지하배관 1만3천㎞…울산 땅 밑 '불안불안'
수소·화학관 등 경부선 길이의 29배…스팀 폭발·황산 유출 등 사고 속출
울산시 안전점검 강화 불구 '배관 지상화'는 정부 지원 없어 거북걸음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 지난 4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지하 배관인 열수송관이 터져 2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총연장 1만2천㎞가 넘는 위험하고 다양한 지하 배관을 땅 밑에 깔고 있는 울산시도 안전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국가 산업단지에 수많은 기업이 산재한 울산에는 노후한 가스관이나 송유관, 화학관, 수소관, 스팀관 등이 그물망처럼 엉겨있어 시민들은 혹시나 대형 사고가 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에는 지하 배관이 모두 1만2천800㎞에 달한다. 경부선(441.7㎞)의 29배 길이다.
지하 배관은 8개 종류로 나뉘는데, 지하에 전선이 연결된 전력관이 5천731㎞로 가장 길다.
이어 하수관 3천799㎞, 상수관 3천23㎞, 가스관 2천552㎞, 통신관 1천896㎞, 송유관 1천741㎞, 화학관 722㎞, 스팀관 60㎞ 등이 있다.
울산 미포 국가산단과 온산 국가산단 2곳에는 이들 8개 지하 배관이 모두 1천660㎞에 이른다.
울산에는 고양시에서 터진 것과 같은 온수를 옮기는 열수송관은 없지만, 주로 공장과 공장을 연결하는 스팀관이 있다.
또 위험관으로 분류하는 가스관과 송유관, 화학관만 4천㎞가 넘는다.
모두 1970년대 울산 국가산단이 조성될 때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해 오래된 지하 배관 수령은 40년이 넘은 것도 있다.



실제 각종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0월 25일 오후 5시 8분께 울산시 남구 KOSPO영남파워황산 유출 복합화력발전소 발전공정에서 스팀(증기)이 누출됐다.
이 사고로 3명이 다리 2도 화상이나 등뼈 골절 등 중상을, 다른 3명이 발목이나 팔 2도 화상 등 경상을 입는 등 근로자 6명이 다쳤다.
사고는 냉각수 누수 현상이 발생하자 근로자 6명이 배관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고온·고압 상태의 스팀이 갑자기 분출하면서 발생했다.
한국남부발전 자회사인 영남파워는 울산시 남구 장생포에 건립된 476㎿급 일축형 복합화력발전소로, 가스 터빈과 스팀 터빈 등 복합발전설비를 갖추고 2017년 10월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이 사고 한 달 전에는 우려한 공단 내 지하 배관 폭발 사고도 발생했다.
또 지난 9월 13일 오후 11시 45분께는 울산시 남구 선암동 명동삼거리 주변 도로 아래 매설된 대형 스팀 배관이 폭발로 파손돼 다량의 스팀이 분출됐다.
이 사고로 공단에서 명동삼거리 방향 편도 2개 차로 일부가 패고, 도로에 있던 덤프트럭 1대가 파손됐다. 인근 건물 벽도 부서지는 등 피해가 났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도로 파손 부위는 가로 10m, 세로 3m에 깊이 3m 정도로 폭탄을 맞은 듯 패거나 내려앉았다.
폭발 배관은 한주에서 한화종합화학과 롯데정밀화학으로 연결되는 직경 700㎜의 고압 관로인 것으로 파악됐다. 배관의 총 길이는 4∼5㎞ 정도다.
한주는 공장에서 생산한 스팀을 석유화학업체들에 판매하고 있다. 스팀은 한주와 다른 공장 간에 연결된 배관을 통해 공급된다.
소방당국은 폭발음을 들은 주민 신고를 받고 긴급출동해 50여 분 만에 한화종합화학의 메인 밸브를 차단해 안전조치를 했다.


또 지하 배관에서 유독가스가 누출되는 사고도 있었다.
지난 6월 25일 오전 7시 34분께 울산시 남구 부곡동의 한 석유화학업체 지하 배관에서 황산 일부가 유출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고, 사고 직후 업체 측이 배관을 잠그고 황산 유출을 차단했다.
울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는 배관에 생긴 균열로 인해 유출한 것으로 파악했다.
5개월 동안 스팀 누출·폭발·황산 유출 등 사고가 한꺼번에 터진 셈이다.
시민들은 "울산공단 내 화재나 폭발 사고가 더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예방을 위한 안전 관리와 감독을 바란다"고 입을 모은다.



울산시는 노후한 지하 배관 안전 관리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배관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공동 관리해 궁극적인 안전을 담보할 '통합 파이프 랙 설치 사업'은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와 예산 부족으로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지하배관 안전관리 사업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울산시는 한국플랜트관리와 공동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물 인터넷 제품 서비스 검증·확산 사업' 과제에 '사물 인터넷 기반 국가산단 지하 배관 안전 관리 시스템 구축 및 검증 사업'을 신청해 지난 5월 선정됐다.
이 사업은 지하 배관 부식 상태를 실시간 측정하는 시스템을 사물 인터넷(IOT) 기반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국비 6억5천만원 포함 사업비 8억6천800만원이 투입된다.
시는 내년에도 국비 포함 사업비 20억원을 확보해 울산 국가산단 내 기업체 600곳에 이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시는 또 국비 40억원으로 올해 10월부터 5년간 지하 배관 중 가스관, 화학관, 송유관 총 902㎞를 대상으로 안전진단을 시행하고 있다.
울산에서 처음 이뤄지는 지하 배관 국가 안전진단 사업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시는 이와 함께 12월 중 지하에 매설된 시설물에 대한 안전 관리를 어떻게 할지 등을 심의하는 지하 안전위원회도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또 국가산단 모든 지하 배관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도 구축했다. 지하시설물 통합정보시스템(GIS)을 만든 것이다.
지하 배관은 탐사와 조사를 거쳐 매설관 종류와 위치, 깊이를 측정해 DB화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8일 "국가산단이 2곳이나 있는 울산에서 선도적으로 지하 배관 안전 관리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며 "앞으로 유해 화학물질 누출감지시스템 구축, 지하 배관 통합안전관리센터 건립,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안전관리시스템 구축, 지하 배관 과학적 순회감시시스템 구축 등의 사업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yo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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