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이매진] '흐르는 강물처럼' 플라이낚시에 빠져보자

입력 2019-01-13 08:01  

[연합이매진] '흐르는 강물처럼' 플라이낚시에 빠져보자

(원주=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왜 다시 낚시인가?
최근 캠핑으로부터 시작한 아웃도어 열풍은 백패킹(backpacking)과 카라바닝(caravaning), 낚시와 서핑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낚시 인구가 700만 명에 달하며 등산 인구를 넘어섰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통계에 허수가 끼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낚시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연예인들의 낚시 여행을 다룬 방송 프로그램 '도시어부'는 평균 시청률이 4%대를 넘나들고 있다. 특정 레저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으로서는 예상을 뛰어넘는 시청률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매진은 등산과 캠핑 낚시 등 아웃도어의 최근 트렌드와 포인트, 낚시법 등을 망라해 소개한다.



'한파야 반갑다' 겨울은 낚시의 계절

이번 겨울 들어 첫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날이었다. 날씨와 관계없이 물가에 서야 하는 것은 아웃도어인들의 숙명 같은 것이다. 창고에 살짝 먼지가 앉은 플라이낚시 장비를 챙겨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솔치마을로 향했다.
영하의 날씨에 낚시를 한다? 그러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첫째,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물이 얼지 않아야 한다.
이날 강원도 원주의 수은주는 영하 14도까지 떨어졌다. 물가는 더욱 차다. 영하의 날씨에 물이 얼지 않을 수가 있을까. 이곳은 땅 밑에서 솟아오르는 용천수 덕분에 그 어떤 한파에도 낚시가 가능하다.
다음으로는 낚싯줄이 얼면 안 된다. 이렇게 추운 날은 조금만 던졌다 감았다를 반복하다 보면 낚싯줄이 통과하는 가이드가 얼어버린다. 그러면 낚싯줄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되고, 더는 낚시가 불가능해진다.
부지런히 던지고 감고를 계속해야 한다. 또 물기를 재빨리 털어줘야 한다. 이날도 그랬다. 조금만 물기 닦기를 게을리하면 낚싯대가 얼어붙었다. 사실은 아웃도어를 즐기기엔 꽤 힘든 날씨다.



여성 낚시 프로와 낚시를…

이런 날씨를 이기고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플라이낚시 프로 박정 씨와 여성 루어낚시인 금영은 씨다.
박씨는 이 땅에 플라이낚시가 태동할 때부터 낚시에 빠져든 사람이다. 물 맑은 계곡에서 송어와 산천어를 낚아 왔다. 전국 방방곡곡 계곡마다 포인트를 알고 있어 피싱 가이드를 하고 있으며 온라인 피싱 숍도 운영한다. 그녀는 또 다음 카페 '아름다운 플라이낚시' 동호회도 운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박씨와는 전국 곳곳에서 이미 여러 번 마주쳤다. 플라이 낚시인들은 철마다, 장소를 옮겨갈 때마다 낚시 동호인들을 만날 수 있다. 국내에서 플라이낚시를 할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아서다.



장소 자체가 적어서라기보다는 자연환경 보호가 필요한 경우 낚시 대상 어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강원도 영서 지역에 서식하는 열목어가 보호어종으로 지정되면서 그 낚시 필드가 사라져버린 것도 그렇다. 예전에는 낚시로 열목어를 잡는 재미를 본 뒤 바로 놔줬지만 2012년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되면서 열목어 낚시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플라이낚시인들의 경우 잡는 재미만 느끼고 놔준다는 뜻의 '캐치 앤 릴리즈'(Catch and Release)를 모토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플라이낚시의 경우 '낚시 면허제'를 전제로 허용해도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고기를 잡으면 먹어야 한다는 옛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플라이낚시인들 대부분은 잡으면 바로 놔주는 것을 모토로 낚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오히려 지역의 불법 낚시인들이 대거 늘었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캐치 앤 릴리즈를 모토로 한 플라이낚시인들이 계곡마다 들어차 있을 때는 불법으로 낚시하는 사람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했는데, 플라이낚시인들이 사라지자 오히려 불법 포획이 늘었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본 박 프로는 다소 여윈 모습이었다. 보통 '프로'라는 이름을 낚시인에게 붙일 때는 그것을 업(業)으로 하고 있을 때다. 박 프로는 낚시계에 발을 들인지 15년이 넘었다. 저수지에서 붕어와 잉어를 잡던 그녀는 계곡에서 멋진 플라이 라인을 던지는 모습에 반했고, 그것이 그녀의 직업이 됐다.



그녀는 본인 명의의 온라인 숍을 운영하며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가이드를 한다.
플라이낚시에 문외한일 경우, 특히 어디서 낚시를 해야 할지를 모르기 때문에 가이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낚시가 되는 곳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플라이낚시는 기온, 수온과 햇볕의 유무 등 살펴야 할 게 많다.
박 프로의 캐스팅은 호쾌하기로 유명하다. 여성이지만 170cm에 가까운 신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가 엄청나다. 아무것도 없는 낚싯줄로만 40m 이상을 날릴 수 있을까. 숙달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필자도 10여 년 전부터 국내외 여러 곳을 다니면서 플라이낚시를 해 왔지만, 아직 박 프로의 캐스팅과 비교하면 부끄러울 정도다. 한번 제대로 교정되지 않은 채 캐스팅 폼이 잡혀 버리면 굉장히 난감해진다.
곧이어 여성 루어낚시인 금영은 씨가 도착했다. 루어낚시의 보급으로 20대 여성 낚시인들이 최근 급격히 증가했다. 금씨는 그 가운데 한 명으로, 주로 원주와 동해를 베이스로 활동하는 여성 낚시인이다. 최근 1m가 넘는 대형 어종인 부시리나 방어 등을 잡는 데 재미를 붙였다. 그는 송어 낚시를 틈틈이 먹는 간식 같은 느낌으로 해오고 있다. 오자마자 20대 여자답게 활기찬 모습으로 낚시를 시작했다.

두 여성 낚시인의 '피싱 매치'

두 여성 낚시인이 한쪽은 플라이낚시로, 한쪽은 루어낚시로 낚시하는 모습을 보니 마치 경기를 보는 듯한 모습이다.
첫 번째 승자는 금씨였다. 낚시터 위쪽에는 송어 양식장이 있고, 그 양식장에서 물이 유입되고 있었다. 낚시는 새 물 유입구를 잘 살펴야 한다. 흐르는 물은 고여있는 물보다 용존 산소량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 물 유입구를 따라 물고기들이 줄지어 헤엄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그 물길을 따라 곤충이나 먹을 것들도 흘러오기 때문이다. 낚시터도 마찬가지다. 새 물을 따라 송어들이 줄지어 헤엄을 치고 있다.
이곳은 원주지역을 베이스로 활동해 온 금씨에게 익숙한 필드였다. 그는 줄곧 새 물 유입구 위쪽을 공략했다. 작은 물고기 모양의 루어 미끼가 물속에 떨어졌다.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바로 물고기가 미끼를 물진 않았다. 수차례 계속하자 입질이 왔다.



그러나 걸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이렇게 추운 날은 물고기가 얕게 무는 경향이 짙다.
두 번째 입질이 왔을 때 금씨는 놓치지 않았다. 파닥거리는 송어가 입속에 낀 바늘을 털어버리기 위해 물 위로 솟구쳤다. 이를 낚시용어로 '바늘털이'라고 한다.
곧이어 금씨의 낚시에 또다시 반응이 왔다. 두 번째도 금씨의 승리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마치 물속에 타이어라도 걸린 것일까. 그녀가 아무리 용을 써도 딸려오지 않는 것이었다.
망원렌즈로 보니 지나가던 잉어에 바늘이 걸렸다. 잉어는 원래 대상어가 아니다. 잉어는 지렁이 등 생미끼를 써서 잡히는 물고기이기 때문이다. 선 채로 힘들여 던졌다가 감는 작업을 반복하는 플라이낚시나 루어낚시와는 다른 방법으로 잡아야 한다.
박 프로의 플라이낚시는 다소 시동이 늦게 걸렸다.



금씨가 송어 한 마리, 잉어 한 마리를 걸어낸 뒤에야 신호가 왔다.
이곳저곳을 탐색하던 박 프로는 캐스팅과 동시에 묵직한 40㎝급 송어 한 마리를 걸어냈다. 아침 햇살이 비치는 솔치마을은 갓 피어오른 물안개로 뒤덮였다.
박 프로의 캐스팅으로 노란 플라이 라인이 허공을 가른다. 라인이 날아갈 때는 날카로운 소리가 났지만, 마지막 끝에 매달린 가느다란 낚싯줄은 하늘거리며 마치 곤충이 떨어지듯 낙하했다.
작은 파문이 일더니 송어 한 마리가 곤충 모양의 플라이를 홱 낚아챘다. 이때였다. 박 프로는 강한 챔질로 송어 입에 매달린 플라이에 숨겨진 바늘을 정확히 송어 입으로 걸어냈다.
낚싯대가 활처럼 휘었고 2∼3분 물살을 튕기며 앙탈을 부리던 송어는 끝내 물가로 딸려 나왔다. 한번 성공한 뒤부터는 거침이 없었다. 역시 새 물 유입구였다. 포인트를 잡은 박 프로는 연달아 3마리를 걸어냈다.

플라이낚시와 루어낚시



플라이낚시란 사슴 털이나 공작 털 등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로 곤충 같은 형상의 미끼를 만들어서 하는 낚시다. 벌레들이 물 위에 알을 낳는 모습에서 착안한 것이다. 송어나 열목어 등 냉수성 어종들은 물 위에 잠시 앉아 알을 낳는 벌레들을 잡아먹는다.
곤충 모양의 플라이를 만들어 던지면 그 아래서 수면을 주시하던 냉수성 어종들이 쏜살처럼 다가와 이들 곤충을 낚아채는 것이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감독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주인공 브래드 피트가 하던 그 낚시가 바로 플라이낚시다.
플라이낚시는 낚싯줄을 멀리 던지는 모습 자체가 아름답다. 낚시줄이 만들어내는 곡선의 움직임이 그대로 육안에 포착되기 때문이다.
보통의 낚시는 물고기가 잘 볼 수 없게 하려고 가는 낚싯줄을 사용한다. 두께가 매우 얇다. 대신 끝에 달린 미끼가 무겁다. 그 무게의 반동을 이용해 낚싯줄이 날아간다. 맨 끝에 무거운 미끼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플라이낚시는 가벼운 곤충 모양의 미끼를 날려야 한다. 그렇다면 무게를 실어 날릴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 플라이낚시는 그래서 낚싯줄 자체가 두껍다. 낚싯줄 전체가 어느 정도의 무게를 달고 있다.
루어낚시는 다르다. 둘 다 생미끼를 쓰지 않는 점은 동일하지만 얇은 낚싯줄을 쓰기 때문에 앞부분에 무거운 미끼를 달아야 한다.



미끼는 부드러운 플라스틱 재질이나 금속 재질로 곤충이나 물고기 모양으로 제작한다. 이를 던져 살살 흔들어서 마치 살아있는 곤충이나 물고기인 것처럼 보여야 잡을 수 있다.
숟가락 형태의 루어도 있다. 예전에 한 낚시인이 물가에서 음식을 떠먹다가 스푼을 떨어뜨렸는데 때마침 물속을 지나가던 송어가 이 스푼을 낚아채 가버렸다고 한다. 여기에서 착안해 스푼의 동그란 앞모양만 따다가 거기에 바늘을 붙여 물 속으로 던져 잡으면서 스푼 모양의 루어 미끼가 활용되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



골프와 유사한 플라이낚시

플라이낚시와 골프는 비슷한 면이 많다. 둘 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가 어렵다. 자연 속에서 멋진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멋진 풍광 아래서 낚싯줄을 날리는 것만큼 가슴 뛰는 일은 없다.
모두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스포츠다. 골프는 학자들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대략 1457년경 시작됐다는 견해가 많다. 1457년 스코틀랜드 왕 제임스 2세가 영국과의 전쟁을 위한 무예 연습을 이유로 골프 금지령을 내렸다는 얘기가 있다.
플라이낚시는 엄밀히 말하면 그 기원이 2세기 마케도니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어부들이 동물의 털이나 솜 등으로 곤충 형태의 미끼를 만들어 던졌다고 한다.그후 잉글랜드보다 다소 쌀쌀해 냉수성 어종들이 잘 살 수 있는 스코틀랜드에서 지금의 플라이낚시와 같은 형태의 낚시가 발달해왔다.
영국 상류층이 플라이낚시를 본격적으로 스포츠로 즐기게 된 것은 15세기부터라는 기록도 있다. 자연스럽게 잉글랜드 북부와 스코틀랜드의 강들이 플라이낚시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플라이낚시라고 하면 스코틀랜드를 떠올리게 됐다.
플라이낚시는 테크닉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낚싯줄을 날리는 방법을 몸이 잊어버린다. 이점 또한 골프와 비슷하다.
비거리도 중요하다. 멀리 날리는 능력이 낚시의 성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원주 솔치마을

원래는 양어장만 있던 곳이다. 한겨울에도 한여름에도 섭씨 12∼15도의 용천수가 끝없이 뿜어져 나온다. 그래서 냉수성 어종인 무지개송어 양어장으로 안성맞춤이었다.
그러다 레저 바람으로 기존의 양어장을 축소하고 휴식 공간과 송어 낚시, 숙박, 송어회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났다.
전체 3만㎡ 규모의 부지에 펜션 13개동이 자리 잡고 있으며, 약 3천㎡ 규모의 낚시터가 있다. 한겨울에도 거의 얼지 않아 연중 송어 낚시가 가능해 많은 낚시인의 사랑을 받는다.
하루 낚시에 1만원을 받고 있다. 잡으면 즉시 놓아줘야 한다. 송어를 맛보고 싶은 경우는 식당을 이용하면 된다. 송어회는 1㎏에 3만원이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polpo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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