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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서 추상화가 한묵 첫 유고전 개막

입력 2018-12-11 18:06  

서울시립미술관서 추상화가 한묵 첫 유고전 개막
전 시기·전 장르 아우르는 130여점 전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우리 선생님 작품이지만, 그 앞에서는 옷깃을 여미고 싶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분이셨고, 누구도 작품에 손댈 수 없었어요."
11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나이 지긋한 여성의 표정은 경건했다. 그 뒤에는 화가 한묵이 1991년 그린 대작 '상봉'이 자리했다. 화려한 색감의 선과 도형이 무한하게 반복하면서 무한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이날 미술관에서는 2016년 102세 나이로 별세한 한묵의 첫 유고전 '한묵: 또 하나의 시詩질서를 위하여'가 개막했다. 1977년부터 그의 곁을 지킨 아내 이충석 씨도 전시 개막에 맞춰 귀국했다.
기자들과 만난 이 씨는 "선생님은 늘 '작가는 작품으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라면서 "한국인으로서 예술을 하며 외국에서 버티려니 늘 '에트랑제'(이방인)였다"라고 회고했다.
홍익대 미대 교수직을 그만두고 1961년 도불한 한묵은 50여년간 프랑스에서 지냈다. 한국 추상미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임에도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것은 그 탓이 크다. "팔기 위해 그린다는 것은 염두에 두지 않았던" 성향 탓에 전시도 가끔 열었다.



한묵의 회화는 화려한 원색과 절제된 기하학적 구성이 어우러진 기하추상을 특징으로 삼는다. 구상 작업을 한 1950년대부터 역동적 기하추상이 완성되는 1990년대까지 전 시기, 전 장르를 아우르는 이번 전시는 한묵 예술을 보다 충실히 읽어내기 위한 시도다.
아내 이 씨가 한국과 프랑스에 보관 중인 작품들과 오랫동안 작가를 아낀 개인 소장가들이 내어준 작품들까지 합해 130여점이 전시에 나왔다.
이날 공개된 작품들은 독창적인 조형언어를 구축하기 위해 수 없는 실험을 이어간 작가의 흔적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기하추상의 근간이 된 1960년대 순수추상과 1970년대 판화 작업이 흥미로웠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작가의 드로잉 작업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것이다.
미술관은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와 함께 내년 3월 9일 한묵 작품세계를 규명하는 학술 심포지엄도 개최한다.
전시는 내년 3월 24일까지.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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