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EU도 우려 표명…역내 불안 재점화하나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2008년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한 발칸반도의 소국 코소보가 국제 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규군을 창설하기로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앙숙' 세르비아는 즉각 이에 반발해 무력 개입 가능성을 거론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 요구 계획 등을 밝히는 등 역내 불안이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소보 의회는 14일(현지시간) 정규군 창설 법안을 표결에 부쳐 압도적으로 승인했다. 120명의 재적 의원 가운데 소수의 세르비아계 의원들은 투표 참여를 거부했다.
해당 법안은 3천 명 규모의 현행 코소보보안군(KSF)을 정규군으로 재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코소보 정부는 새로운 법안에 따라 10년 안에 5천 명의 정규 병력을 두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세르비아 정부는 법안 통과 직후 성명을 내고 "국제법과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을 노골적으로 위반한 코소보의 결정을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비차 다치치 세르비아 외무장관은 현지 언론에 "코소보의 이번 결정은 역내 평화와 안정, 코소보 내 세르비아 주민들의 안전을 직접 위협하는 것"이라며 유엔 안보리의 긴급 소집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슬람교를 믿는 알바니아계가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코소보는 1990년대 말 옛 유고 연방이 해체될 때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하려다 세르비아의 '인종청소'로 수십만 명의 사망자와 난민이 양산되는 참혹한 내전을 겪은 곳이다.
이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주도하는 세르비아 공습으로 1999년 내전이 종식되자 코소보는 유엔의 개입으로 세르비아와 평화협정을 맺은 후 2008년 독립을 선포했으나 유엔 결의안에 따라 독립적인 군대는 편성하지 못해왔다.

나토와 유럽연합(EU)도 코소보의 이번 조치에 우려를 표명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이 유감스럽다"며 "나토는 현행 권한의 범위 내에서 KSF를 발전시키는 방안을 지지한다. 조건이 바뀌면 KSF에 대한 나토의 개입 수준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나토는 1999년 이래 약 4천500명의 병력을 주둔시키며 코소보의 방위를 담당하고 있다.
EU 역시 이날 성명을 내고 "KSF의 권한은 코소보 헌법에 맞춰 포괄적이고, 점진적인 절차에 따라서만 변경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라며, 코소보 의회의 표결에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한편, 지난 달에도 세르비아의 방해로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가입이 좌절된 코소보가 세르비아산 수입품에 100%의 관세 폭탄으로 보복에 나서는 등 최근 양국의 갈등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현재 세계 110여개 나라가 코소보를 주권 국가로 대우하고 있으나, 세르비아와 러시아 등은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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